[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의사록을 통해 두 가지 엇갈리는 신호를 동시에 내보냈다. 일견 매파적인 듯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비둘기파적인 메시지를 교차해 발신했다는 의미다. 시장은 일단 연준의 입장이 예상보다는 강하지 않았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17일(이하 현지시간) 연준이 공개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나타난 연준의 주요 메시지는 크게 두 가지 줄기로 정리된다. 한 줄기는 ‘제약적인(restrictive)’ 정책 스탠스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언젠가는 금리 인상 속도가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었다.

첫 번째 메시지인 ‘제약적’ 정책은 긴축적인 통화정책, 즉 기준금리 인상 지속을 의미한다. 물가안정 달성이란 연준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긴축 강도를 더 높여야 한다는 게 골자다. 반면 연준 의사록이 동시에 밝힌 속도조절론은 긴축 강도를 당분간 높여가되 적절한 시점에서는 금리 인상폭을 줄일 수 있다는 신호라 할 수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의사록에 따르면 지난달 FOMC 회의에서 일부 위원은 “기준금리가 제약적인 수준에 도달한 뒤엔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로 내려갈 때까지 그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아직은 인플레 압력이 진정되고 있다는 증거가 거의 없다”며 미국인들이 연준의 물가안정 의지를 의심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를 밝힌 이들도 있었다. 자칫하다가는 인플레가 고착화될 위험성이 있다는 경고성 발언과 함께였다.

그러나 의사록은 연준의 과도한 긴축이 몰고 올 부작용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동시에 담고 있었다. 다수 위원이 “필요 이상으로 긴축기조로 나아갈 위험성”을 지적하며 “일정한 시점에 가서는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는 것이다.

의사록에는 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해도 미국의 기준금리 수준이 여전히 중립금리 수준 이하일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돼 있었다. 6월과 7월에 연이어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밟아도 여전히 미국의 기준금리는 완화적 수준에 머물 것이란 판단이 담긴 발언이었다 할 수 있다.

당시 회의에서 위원들은 연준의 금리 목표치로 2.25~2.50%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반영한 듯 연준은 지난달 26~27일 열린 FOMC 회의에서 두 달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며 기준금리를 그 수준으로 올려놓았다.

문제는 연준이 9월 FOMC 회의(20~21일)에서도 ‘자이언트 스텝’을 취할지 여부다. 7월 회의 의사록 공개 이후 시장의 전망치는 일단 0.50%포인트로 수렴되고 있는 듯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FedWatch)의 확률 데이터에 따르면 의사록 내용이 알져진 직후 9월 FOMC 회의에서 0.50%포인트 인상이 이뤄질 확률은 63.5%로 이전 확률치보다 올라갔다. 0.75%포인트 인상 확률은 36.5%로 집계됐다.

뉴욕증권거래소. [사진 = 연합뉴스]
뉴욕증권거래소. [사진 = 연합뉴스]

뉴욕증시의 반응도 부정적이지는 않은 것으로 보였다. 17일 거래가 이뤄지는 동안 의사록 내용이 공개되자 하락세를 보이던 주요지수들은 주춤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이를 두고 의사록 내용이 시장의 당초 예상보다는 다소나마 온건했음을 말해준다는 해석들이 나왔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는 주요지수들이 일제히 하락했다. 그러나 장중에 의사록 내용이 전해지면서 낙폭을 다소 줄이는 흐름이 나타났다. 결국 전장 대비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71.69포인트(0.50%),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지수는 31.16포인트(0.72%), 나스닥지수는 164.43포인트(1.25%) 하락한 채 장을 마감했다. 연준이 일부 비둘기파적 면모를 내비쳤지만 ‘빅 스텝’(0.50%포인트 인상) 전망이 일반화될 정도로 긴축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연준이 9월 FOMC 회의에서 금리 인상폭을 어느 정도로 결정할지는 앞으로 나올 주요 경제지표와 이벤트 등을 통해 가늠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그 중 하나가 다음 주 후반 진행되는 잭슨홀 미팅이다. 오는 25~27일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열리는 잭슨홀 미팅에는 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 한국은행 등의 수장들이 대거 참석한다. 이 자리에서는 통화정책 운용 방향에 대한 중앙은행 수장들의 발언이 다수 쏟아져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서 특히 관심을 둘 만한 사안은 다음달 13일 발표될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다. 이 지수가 어떤 흐름을 보이느냐가 연준의 기준금리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요소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CPI 상승률은 6월에 9.1%(전년 동기 대비)까지 치솟았다가 7월 들어 8.5%로 다소 수그러드는 흐름을 나타냈다. 이를 두고 시장 일각에서는 미국의 물가 상승세가 정점을 통과했거나 통과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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