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분기 소득 최상위 20%에 해당하는 5분위 가구에 자영업자의 비중이 대폭 증가했다. 소득 상위 21~40%에 들어가는 4분위 가구에서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늘어났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직후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어려움을 겪은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최대 1000만원의 손실보전금을 지급한 게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통계청이 지난 18일 내놓은 ‘2022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2분기 소득 상위 20%에 해당하는 5분위 가구 가운데 ‘근로자 외 가구’ 비중은 33.9%로 전분기(25.2%)보다 8.7%포인트 상승했다. 근로자 외 가구는 무직 가구와 자영업자 가구로 구성된다. 소득 분위가 높을수록 무직 가구가 적은 만큼 ‘근로자 외 가구’는 사실상 자영업을 운영하는 가구를 뜻한다. 2분기 근로자 외 가구가 5분위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33.9%)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득 상위 21~40%에 들어가는 4분위 가구에서도 자영업자 위주의 ‘근로자 외 가구’ 비중이 늘어났다. 4분위 계층의 전체 가구 가운데 ‘근로자 외 가구’ 비중은 33.0%로 전분기(31.9%)보다 1.1%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비해 소득 중위 41~60%에 속하는 3분위 가구에선 같은 기간 ‘근로자 외 가구’ 비중이 35.3%에서 29.7%로 감소했다. 소득 하위 21~40%에 포함되는 2분위(38.7%→33.8%) 가구와 소득 최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75.9→71.0%) 가구에서의 ‘근로자 외 가구’ 비중 역시 줄어들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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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현상은 정부의 적극적인 현금지원책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지난 5월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소상공인 371만명에게 최대 1000만원의 손실보전금을 지급했다. 이에 따라 지난 2분기 전체 가구에 대한 ‘공적 이전소득’(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 소상공인 지원금 등의 사회 수혜금)은 가구당 평균 67만9000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44.9%나 증가한 규모다.

특히 손실보전금 지원 효과는 고소득 가구의 소득 증가에 더 많이 기여했다. 소득 분위별로 가계수지를 살펴보면 5분위 가구의 2분기 평균 공적 이전소득은 113만1000원에 이른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165.4% 증가한 것이다. 다른 4개 소득 분위의 공적 이전소득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다. 같은 기간 4분위 가구의 공적 이전소득 증가율은 82.7%였고 3분위 가구는 36.0%, 2분위 가구는 13.1%, 1분위 가구는 14.2%였다. 때문에 소득 상위 20%와 소득 하위 20%의 격차는 5.6배로 1년 전(5.59배)보다 소폭 커졌다.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1032만300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8만 2000원(11.7%) 증가한데 비해 1분위 가구 증가액은 112만6000원으로 전년보다 16만원(16.5%)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 같이 생활이 팍팍한 자영업자를 돕기 위해 무상으로 지급한 손실보전금의 효과가 소득이 높은 계층에 집중된 것은 자영업자의 매출 규모가 클수록 손실보전금도 많이 지급되는 구조 탓이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매출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다르지만 매출 규모가 4억원 이상인 자영업자는 최대 1000만원의 손실보전금을 받은 반면 매출액이 2억원 미만인 자영업자는 최대 700만원의 손실보전금을 받았다. 이진석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지급된 손실보전금의 영향이 일부 반영돼 소득 상위 분위에서 자영업 가구가 포함된 ‘근로자 외 가구’ 비중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분기 전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38만100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4만4000원(12.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통계 비교가 가능한 2006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다. 1분기에도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10.1% 증가했는데 2개 분기 연속 두 자릿수 상승이다. 물가상승을 고려한 실질소득 증가율도 6.9%로 역대 최대치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지난해보다 고용시장이 개선되고 서비스업이 회복한 게 호재가 된 셈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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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소득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근로소득은 월평균 288만700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3% 증가했다. 사업소득은 92만7000원으로 14.9% 증가했다. 지난 2분기 취업자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88만200명 늘어났고, 서비스업 생산지수도 10.3% 상승했다. 근로소득(5.3%)과 사업소득(14.9%)도 증가했지만, 자영업자·소상공인 손실보전금의 지급에 힘입어 공적 이전소득(44.9%)이 특히 많이 늘어난 것이 전체 가구당 월평균 소득증가를 주도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물가상승에 있다. 가만히 있어도 물가가 급등하는 바람에 가계 소비지출이 늘어난 것이다.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61만900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8% 증가했다. 같은 2분기 기준으로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먹을거리 중심으로 물가가 치솟으면서 곡류(-13.9%), 채소(-6.3%), 유제품 및 알(-5.8%) 등 식료품 지출은 1.8% 감소했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교통비 지출(11.8%)도 크게 늘어났다.

특히 운송기구연료비 지출은 27.8% 늘었는데 물가를 고려한 실질 지출은 오히려 5.4% 줄었다. 1년 전보다 운송기구연료비에 더 많은 돈을 지출했지만 실제 소비량은 줄었다는 뜻이다. 물가상승 효과를 뺀 실질 소비지출 증가율은 0.4%로 지난해와 별 차이가 없다. 소비구조가 달라진 건 없는데, 지출은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 ‘착시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전반적인 고용과 업황 개선세, 소득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분배를 비롯한 현재 경제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민생안정을 최우선 순위로 분배여건이 개선될 수 있도록 물가안정을 통해 저소득 가구의 부담을 완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전문위원(전 서울신문 선임기자·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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