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주식 투자자들은 이번 주 조심스러운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추석 연휴로 거래일수가 하루 적으면서도 각종 변수를 앞두고 있어서 평소보다 변동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엔 뉴욕증시도 노동절(5일) 휴장으로 거래일수가 4일로 줄어든다.
가장 큰 변수는 오는 20~21일(이하 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다. 이번 회의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얼마나 올릴지가 최대 관심사다. 얼마 전까지 시장의 예측은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지난달 잭슨홀 미팅에서 나온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매파적 발언이 그 이유였다. 그는 당시 연설에서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당분간 고금리 기조를 이어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연준 위원들의 연이은 강성 발언도 증시 분위기를 무겁게 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와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내년에도 고금리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을 거론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이들의 발언은 연준이 앞으로 몇 차례 더 기준금리를 끌어올린 뒤 그 수준을 내년까지 유지하려 할 것이란 전망을 낳았다. 이로써 분석가들 사이에서는 ‘울트라 스텝’(1.00%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분위기는 다시 한 번 미세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지난 주말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고용동향이 분수령이 됐다. 미 정부가 밝힌 8월 비농업 부문 고용 증가폭은 31만5000명이었다. 전달(52만6000명 증가)보다 증가폭이 줄었지만 시장의 예측치와 대체로 부합했다. 실업률은 소폭 올라 3.7%를 기록했다.
이에 대한 대체적 평가는 적정한 수준이라는 것이었다. 일각에선 ‘골디락스’ 상태라는 해석까지 나왔다. 고용 상황이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적정선에 있다는 의미다.
고용동향 발표 이후 이달 FOMC의 선택은 자이언트 스텝이 될 것이란 전망이 다시 주류를 이뤘다. 현 상황이 ‘골디락스’가 맞다면 긴축 강도를 더 높이기도(울트라 스텝) 낮추기도(빅 스텝, 0.50%포인트 인상) 쉽지 않을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해석이 제각각인 가운데 이번 달 연준의 결정은 빅 스텝일 것이란 전망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그래서 다시 눈길을 모으는 것이 이번 주에 나올 연준 관계자들의 발언이다. 더구나 연준 위원들은 FOMC 회의 직전 주인 다음 주엔 통화정책과 관련한 공개 발언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번 주 동안 더 큰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연설은 줄줄이 이어진다. 7일엔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과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가 발언에 나선다. 그 다음날엔 파월 의장이, 9일엔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은 총재와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등이 발언을 이어간다.
7일 발표되는 연준의 베이지북(경기동향 보고서)도 관심의 대상이다.
고용동향이 발표된 이후 특히 시선이 옮겨갈 지표는 오는 13일 나오는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다. 고용이 예측치에 부합한 상황에서 남은 변수 중 가장 핫한 것은 역시 물가라 할 수 있다. 8월 CPI가 발표되면 미국의 물가 정점이 어디쯤인지가 보다 명료하게 잡힐 가능성이 있다.
오는 8일 열리는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 회의도 세계증시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 중 하나다. ECB는 지난 7월 회의에서 모처럼 빅 스텝을 취하며 8년여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 탈출에 나섰다. 유로존은 에너지난 등이 겹치는 바람에 미국보다 심각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유로존의 전년 동월 대비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역대 최고인 9.1%를 기록했다. 상승률은 전달보다 0.2%포인트 올라갔다.
이에 따라 이번에 ECB가 다시 한 번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을 시도할 것이란 전망들이 나온다. 다만, 인상폭이 어느 정도일지를 두고는 의견이 갈라져 있다.
파월 의장의 잭슨홀 발언 여파로 지난 한 주 동안 뉴욕증시의 주요지수는 2%대~4%대의 하락률을 보였다. 코스피지수도 그런 흐름에 동조해 71.62포인트(2.89%) 하락했다.
5일에도 코스피는 파월 의장의 잭슨홀 미팅 발언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방 주요 7개국이 러시아산 원유 및 석유제품에 대해 가격 상한제를 시행키로 합의하고, 러시아가 대 유럽 가스공급 중단을 발표한 것도 증시에 악재로 작용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0.66포인트(0.03%) 오른 2410.07로 거래를 시작한 뒤 전장 마감가보다 다소 높은 수준을 잠시 이어갔다. 그러나 개장 한 시간 남짓부터 하락세로 바뀐 뒤 등락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결국 코스피는 전장보다 5.73포인트(0.24%) 하락한 2403.68로 하루 장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