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원/달러 환율 전망치가 날로 높아지더니 1400선에 도달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기 시작했다. 원/달러 환율은 7일 1380원을 넘어섰지만 시장의 시선은 더 위쪽으로 향해 있다는 의미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개장 초부터 1380원선을 넘어섰다. 이후에도 환율은 연고점을 갈아치우며 상승행진을 이어갔다. 원/달러 환율이 1380원을 넘어서기는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환율은 지난 6월 23일 13년 만에 처음으로 1300선을 돌파했다. 이후에도 상승흐름을 지속해 지난달 29일 1350선, 지난 주엔 1360원선을 연이어 뚫더니 이날 거래에서는 1390선을 넘보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환율 상승세는 한동안 더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증권 오창섭 연구원은 7일 원/달러 환율이 1400원까지 올라갈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 연구원은 그 이유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연이은 금리인상 발언과 양적긴축 이행, 전세계 경기침체 논란, 한국의 수출 부진 우려 등을 꼽았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그는 특히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환율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그에 따르는 세계증시 약세, 주요국 통화 가치 하락 등이 달러 강세를 주도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지금의 달러화 강세 현상이 2000년대 초반의 미국 닷컴버블 붕괴 때와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닷컴버블 붕괴를 촉발한 것은 주식가격에 낀 거품과 연준의 금격한 금리 인상이었다. 그 당시에도 원/달러 환율이 급히 치솟아 1300원선을 넘어섰었다.

원/달러 환율은 특히 최근 수개월간 급속히 올라가는 추이를 나타냈다. 올해 전체로 보자면 원화가치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은 다른 주요국 통화에 비해 완만한 편이었다. 오창섭 연구원은 “올해 들어 달러화는 15%가량 강세를 보였지만 원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13% 정도 약세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이 말은 곧 달러화 가치가 상승한 것에 비하면 원화 가치 하락폭은 상대적으로 작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원/달러 환율은 빠른 속도로 올라가는 양상을 보였다. 결정적 계기는 지난달 25~27일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잭슨홀 미팅이었다. 잭슨홀 미팅 때부터 이달 2일까지 1주일 동안 원/달러 환율은 2.3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달러인덱스)는 0.7% 오르는데 그쳤다. 달러지수 상승은 달러화 가치 상승을 의미한다.

달러지수는 평소 경제상황이 비교적 안정적이란 평을 듣는 6개 지역의 화폐인 유로, 엔, 파운드,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네, 스위스 프랑과 비교해 달러화 가치를 수치화한 개념이다. 해당 기간 동안 달러화와 비교한 유로화 및 엔화의 가치 하락률은 각각 0.13%, 1.89%였다. 이 기간 동안 원화 가치는 중국 위안화보다도 5.9배나 크게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전문가들의 분석처럼 원화 가치는 올해 전체로 보면 비교적 선방했지만 최근 들어 상대적으로 더 크게 약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의 급격한 원화가치 하락은 잭슨홀 미팅에서 나온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매파적 발언 외에 지속적인 무역적자에도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무역적자는 본질적으로 달러화 수요를 증대시키는 작용을 할 수밖에 없다.

원화 가치의 빠른 하락을 부르는 기본 요인은 달러화 자체의 강세라 할 수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연이어 올리는데다 세계적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며 안전자산인 달러화를 선호하는 기류는 나날이 강해지고 있다. 그 결과 요즘 1유로당 달러화의 가치는 0.9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위안화의 약세도 원화 가치 하락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중국 금융 당국은 미국이 긴축 기조를 강화하는 동안에도 금리 인하를 유도함으로써 위안화의 상대적 가치를 하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위안도 원화처럼 한동안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 들어 빠른 가치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 분석가들은 위안/달러 환율이 중국내 봉쇄 재강화와 부동산 위기 고조 등 각종 악재 탓에 7위안에 이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위안화의 빠른 약화는 다른 나라의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려 통화가치 하락 경쟁을 유발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기도 하다. 골드만삭스는 위안화 약세 영향으로 가치가 추가 하락할 통화로 한국·대만·태국·말레이시아 등의 화폐를 지목했다.

달러화 강세를 자극하는 또 하나의 요인은 각 국가의 경쟁적 긴축 가속화다. 이는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높이는 작용을 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그들 국가의 경제전망이 미국의 그것보다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만큼 이래저래 위험자산 기피,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 현상을 반영하듯 6일 달러지수는 110.214를 기록하며 2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달러지수는 올해 들어서만 10%가량 오를 정도로 강세 흐름을 타고 있다.

최근에 나타난 한 가지 특징적 현상은 달러 대비 가치 면에서 신흥국들의 화폐가 선진국 화폐들에 비해 선방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연준 집계의 따르면 선진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 지수는 올해 10% 상승했지만 신흥국 통화 대비 상승률은 3.7%에 그쳤다. 최근 신흥국 화폐 가치 하락의 기울기가 선진국 통화보다는 완만하다는 것이다.

신흥국 화폐의 선방을 가능하게 한 요인으로는 장기간 비축해온 외환보유고와 선제적 기준금리 인상 등이 거론된다. 미리 대비함으로써 신흥국들이 과거의 외환위기 때보다는 비교적 안정적인 상황을 누리고 있다는 얘기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