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파킹통장’ 금리인상 경쟁이 치열하다. 급격한 시중금리 인상기에 고금리 예·적금상품으로 갈아타려는 ‘대기성 자금’을 붙잡기 위해 금융사들이 두 팔을 걷고 나선 것이다.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OK저축은행은 오는 10월 1일부터 수시입출금통장 ‘OK e-읏통장’의 우대금리를 0.2%에서 0.3%로 0.1%포인트 인상한다. 이에 따라 예치금 1000만원까지 적용되는 최고 금리도 연 3.2%에서 연 3.3%로 상승한다. 보통예금이지만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평균금리 수준을 내건 것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9개 은행의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12개월 기준 3.23% 수준이다.

이 상품은 예치금 1000만원까지 기본금리 연 3%, 1000만원 초과분에는 연 0.8%를 제공한다. 우대금리는 다른 은행이나 증권사 오픈뱅킹에 이 계좌를 등록하기만 하면 받을 수 있다. 지금은 우대금리를 합쳐 1000만원까지 최고 연 3.2%, 1000만원 초과분에 연 1%의 금리가 적용된다. 하지만 다음 달부터는 최고금리가 각각 연 3.3%, 1.1%로 인상된다. ‘최고 연 3.3%’ 금리는 시중에 나와 있는 파킹통장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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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저축은행은 지난 5일부터 수시입출금식 통장 ‘페퍼스파킹통장’의 최고 금리를 기존 연 3%에서 연 3.2%로 인상했다. 여기에다 최고금리를 받을 수 있는 예치금 상한이 3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대폭 확대됐다. 예치금 5000만원까지 조건 없이 연 3.2%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5000만원 초과분에 대해선 연 1% 금리가 적용된다. 단 매달 이자를 주는 대부분의 파킹통장과 달리 3개월마다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이 상품은 페퍼저축은행의 모바일 앱인 ‘디지털페퍼’에서만 가입할 수 있으며 모바일 뱅킹으로 이체하면 수수료가 면제된다.

페퍼스파킹통장은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저축은행 파킹통장 가운데 가장 조건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OK e-읏통장’의 경우 최고금리가 연 3.2%로 페퍼스파킹통장과 같지만, 최고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예치금 한도가 1000만원으로 페퍼스파킹통장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고액 파킹통장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제격이다. 페퍼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소비자가 수시입출금 통장의 편리함과 높은 금리 혜택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페퍼스파킹통장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금리를 인상했다”고 설명했다.

웰컴저축은행의 ‘웰컴 직장인사랑 보통예금’은 급여이체, 자동이체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5000만원 한도 내에서 연 3%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웰컴저축은행은 직장인만 가입이 가능했던 요건을 완화해 만 19세 이상 실명의 개인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도록 변경하면서 문턱도 낮췄다.

인터넷전문은행들도 파킹통장 금리를 속속 올리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8일부터 한도 1억원 규모 파킹통장인 ‘세이프박스’ 상품의 금리를 연 2.0%에서 연 2.2%로 인상했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카카오뱅크는 시중은행들 중에서 단숨에 파킹통장 1위(제공 금리 기준)로 떠올랐다. 지난달 이 상품의 금리를 0.8%포인트 올려 연 2%로 제시한지 불과 한 달여 만이다. 이미 세이프박스에 가입해 있던 소비자들도 인상된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세이프박스는 카카오뱅크의 입출금통장 잔액 중 여윳돈을 이용자가 자유롭게 나누어 보관할 수 있는 일종의 ‘통장 속 금고’다. 파킹통장과 기능은 같지만 별도의 계좌를 만들 필요가 없다. 세이프박스 1개당 보관한도는 1억원이다. 세이프박스를 제한 없이 만들 수 있는 만큼 사실상 예치금 상한은 없는 셈이다.

[사진 = 저축은행중앙회 페이스북 캡처/연합뉴스]
[사진 = 저축은행중앙회 페이스북 캡처/연합뉴스]

케이뱅크의 파킹통장 상품 ‘플러스박스’는 연 2.1%의 금리를 제공한다. 최대 납부한도는 3억원으로 은행권 중 최고 수준이다. KDB산업은행이 지난달 연 2.25%의 금리를 제공하는 파킹통장으로 포문을 연 가운데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도 동참했다. 비대면 전용 수시입출금식 상품인 ‘제일EZ통장’의 첫 거래 고객에게 6개월간 최고 연 2.5% 금리를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제일EZ통장 기본금리는 연 1.0%다. SC제일은행과 처음 거래하는 고객에게는 별도 조건이나 금액 제한 없이 1.5%포인트 추가 우대금리가 붙는다.

지난해 10월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하루만 맡겨도 연 2.00% 이자를 쳐주는 파킹통장을 출시하며 파킹통장 열풍을 불러일으킨 토스뱅크는 정작 조용한 편이다. ‘토스뱅크통장’은 여전히 1억원까지 연 2%, 1억원 초과분에 대해선 연 0.1% 금리를 제공 중이다. 다만 ‘일복리’라는 차별화가 강점이다. 매일 이자를 정산받을 수 있기 때문에 복리효과로 이율을 더 키울 수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이 같은 ‘성취감’이 인기로 작용했다. 정기적금 상품만 있을 뿐 별도 정기예금 상품이 없는 토스뱅크 수신잔액 중 토스뱅크통장의 비중은 90% 이상일 정도로 절대적이다. 토스뱅크의 수신잔고는 지난달 말 기준 26조4000억원으로 지난 1분기 21조원보다 5조4000억원가량 늘어났다.

파킹통장은 은행과 저축은행 등에서 판매하는 자유입출금식 상품이다. 수시입출금식 일반예금상품보다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 이자가 하루 단위로 붙는 까닭에 예·적금과 달리 돈을 자유롭게 넣었다 뺄 수 있으면서도 이자 수익도 쏠쏠하다. 하루 단위로 쌓인 복리 이자는 통상 한 달에 한 번 한꺼번에 지급된다. 차를 주차하듯 목돈을 잠시 맡겨 이자를 불리는 상품인 만큼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및 머니마켓펀드(MMF)와 유사하게 주식매수 목적 등 마땅한 투자처를 찾는 대기성 자금이 머무는 곳이다.

자유 입출금이 가능하고 하루 단위로 이자가 붙는다는 점에선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CMA와 비슷하다. 다만 CMA는 종합금융회사에서 판매하는 CMA를 제외하고는 원금보장이 안 된다. 반면 파킹통장은 은행상품인 만큼 예금자보호법이 적용돼 원금 5000만원까지 보장된다. 이자도 CMA보다 높다. 보통 CMA의 금리는 연 1.8∼2.5% 수준이다. 은행과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MMF도 운용실적에 따른 수익금을 매일 지급하지만 원금보장이 되지 않는다.

전문위원(전 서울신문 선임기자·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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