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올해 3분기 국내 가계의 실질소득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액의 수치 자체(명목소득)는 증가했지만 물가가 오른 것을 감안하면 실제 소득은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3분기 중 소비자물가가 1년 전에 비해 5.9%나 오른 것이 핵심 원인이었다.

실질소득 감소를 극복하기 위해 가계는 소비지출을 줄이려 애쓴 것으로 드러났다. 그 결과 가계의 씀씀이는 거의 제자리걸음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사실은 1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3/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통해 확인됐다. 위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86만9000원이었다. 액수 자체만 놓고 보면 1년 전보다 3.0% 증가했다. 하지만 물가 오름세를 반영해 계산한 실질소득은 2.8% 감소했다. 평균적으로 각 가계가 1년 전보다 가난해졌다는 의미다. 소득으로 사들일 수 있는 같은 종류의 재화나 서비스의 양이 줄어들었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실질소득은 명목소득을 물가지수로 나눈 값에 100을 곱해 산출한다. 실질소득의 증가율은 명목소득 증가율에 다소 못 미치는 경향을 지닌다. 물가가 점진적으로 오르면서 명목소득이 물가오름폭보다 약간 크게 상승하는 게 일반적 흐름이기 때문이다. 그런 관행 덕분에 실질소득은 미미하게나마 플러스 증가율을 기록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물가 상승률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명목소득 증가폭이 물가 오름폭에 못 미쳐 실질소득이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나곤 한다. 실질소득의 마이너스 증가 현상은 지난해 2분기(-3.1%)에도 실현됐었다. 당시엔 명목소득도 마이너스 증가(-0.7%)를 기록했다.

실질소득이 줄어든 영향으로 가구당 씀씀이는 제자리걸음을 하는데 그쳤다. 실질소득이 줄었는데 씀씀이가 거의 그대로였다는 것은 저축이 줄었거나 기존 적자 가구의 적자폭이 더 커졌음을 의미한다.

3분기 중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70만2000원이었다. 명목액 기준으로 치면 전년 동기에 비해 6.2% 증가했다. 하지만 실질 기준 소비지출 증가율은 0.3%에 머물렀다. 소비지출 금액은 6.2% 늘었지만 실제로 그 돈으로 구매한 동일 가치의 재화 및 서비스 양은 0.3% 증가하는데 그쳤음을 의미하는 통계자료다.

소비지출 감소가 특히 두드러진 품목은 식료품·비주류음료였다. 해당 품목에 대한 소비지출 감소폭은 명목 기준 5.4%였고, 실질 기준으로는 12.4%에 달했다. 국내 가계가 물가 오름세가 특히 심했던 이들 품목에 대해 지출을 크게 줄였음을 알 수 있다.

올해 3분기 중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는 지난해 동기에 비해 7.9% 상승했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2.0%포인트 더 높은 수준이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가구당 비소비지출 평균치가 크게 늘어난 것도 가계 살림을 더욱 팍팍하게 만들었다. 3분기 가구당 월평균 비소비지출액은 1년 전보다 6.6%나 증가한 101만8000원이었다. 비소비지출이란 소비활동과 무관하게 나가는 돈을 의미한다. 각종 세금이나 연금기여금, 사회보험료, 다달이 나가는 대출이자, 부모님 용돈 등 가구 간 이전지출 등등이 비소비지출에 해당한다.

3분기 중 비소비지출이 6%대 증가율을 보인 것은 최근 들어 급격히 올라간 금리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이는 가구당 이자비용이 1년 전보다 19.9%나 증가한데서 입증된다. 이 같은 증가율은 3분기 기준으로는 부동산 시장이 달아올라 ‘영끌’이 한창이었던 2018년(28.7%)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소비지출이 억제됐음에도 불구하고 비소비지출이 늘어나는 바람에 3분기 중 처분가능소득은 가구당 385만원으로 1년 전에 비해 불과 2.0%만 늘어났다. 처분가능소득은 말 그대로 임의 처분이 가능한 소득을 지칭한다.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값이 그에 해당한다.

3분기 가구당 월평균소득(486만9000원) 구성요소들을 살펴보자면 명목소득 증가가 근로소득 증가에 주로 기인했다는 점, 이전소득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는 점 등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가구당 월평균 소득 중 근로소득이 차지한 액수는 311만4000원이었다. 근로소득의 1년 전 대비 증가율은 5.4%였다.

그 다음은 사업소득(99만1000원), 이전소득(65만2000원), 비경상소득(8만1000원), 재산소득(3만원) 등의 순이었다. 이 중 유일하게 1년 전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이전소득(-18.8%)이었다. 1년 전 정부가 각 가구에 나누어주었던 코로나19 상생지원금(4인 가구 최대 100만원)이 올해엔 지급되지 않은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올해 3분기 이전소득의 감소엔 이처럼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한 측면이 있다. 이는 이전소득에 의한 가계소득 증가 효과가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상기시켜준다. 나아가 정책의 궁극적 방향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통한 근로소득 증가 쪽이어야 한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준다는 해석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전소득 감소는 올해 3분기 중 소득 하위 20%(1분위)와 상위 20%(5분위) 가구 간 소득 격차를 확대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두 분위 간 격차는 5.75배로 집계됐다. 해당 기간의 1분위 월평균 소득은 1년 전보다 1.0% 감소한 113만1000원이었고,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3.7% 늘어난 1041만3000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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