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외식물가가 상승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기·가스 요금이 급등하면서 외식물가 오름세는 현기증이 날 만큼 가팔라졌다. 오름폭이 크고 상승기도 길어져 이젠 런치플레이션이란 말이 일상화돼버렸다.

7일 한국소비자원의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올해 2월 서울지역에서의 8가지 대표적 외식품목 가격은 1년 전보다 10.4%나 상승했다. 이들 품목은 직장인들이 식사 메뉴로 흔히 선택하는 것들이어서 외식 물가 상승이 소비자들에게 큰 부담을 안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해당 외식품목의 물가 상승은 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동향과도 괴리된 것으로 비쳐진다. 통계당국의 발표에 의하면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4.8% 상승했다.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큰 개인서비스와 그 일부를 이루는 외식물가도 각각 5.7%와 7.5%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통계상 지표가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외식 물가 부담에 비해 덜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소비자원 자료에는 지난달 서울지역 자장면 평균가격이 6723원으로 나타나 있다. 지난해 같은 달의 5769원에 비하면 16.5%나 오른 값이다. 200g 기준 삼겹살 값은 1만9236원으로 1년 전보다 12.1% 올랐고, 같은 기간 비빔밥은 9308원에서 1만115원으로 8.8% 상승했다. 김밥 한 줄 값은 2808원에서 10.4% 뛰어 3100원이 됐다.

냉면은 9962원에서 1만692원으로 7.3%, 삼계탕은 1만4500원에서 1만6115원으로 11.1%, 칼국수는 7962원에서 8731원으로 9.7%, 김치찌개 백반은 7154원에서 7692원으로 7.5% 상승했다.

외식 등을 포괄하는 서비스물가만 오른 것이 아니다. 상품물가 부문에서도 식품 가격은 통계 당국의 물가지표를 비웃듯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가공식품 가격이 1년 전 대비도 아닌 한 달 전 대비로 6~10%대의 상승률을 보인 것이다. 가공식품 중에서도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참치캔과 어묵 등의 가격 상승이 특히 두드러졌다.

품목별로 살펴본 전월 대비 상승률은 CJ제일제당 어묵(100g) 가격이 한 달 사이 1124원에서 1294원으로 7.2% 올랐다. 이밖에 수프(10g)가 475원에서 515원으로 8.5%, 참기름(10mL)이 280원에서 303원으로 8.2%, 카레(10g)가 255원에서 273원으로 6.9% 상승했다. 밀가루(100g)값은 226원에서 237원으로 5.2%, 설탕값(100g)은 275원에서 289원으로 4.9% 올랐다.

참치캔 가격은 10g 기준으로 전달의 206원에서 228원으로 10.7%나 상승했다. 소비자원은 동원F&B 제품 공급가 인상이 참치캔 가격 상승을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 =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그래픽 =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물가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긴 하지만 이들 외식과 가공식품 가격의 가파른 상승은 세계적 물가 흐름과도 배치되는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국내 물가의 경우 전 정부의 공공요금 인상 보류로 정점 상태가 길어지는 양상을 띠고 있다. 그러나 그 점을 감안하더라도 최근의 외식 서비스 및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지나치다는 인상을 줄 만한 수준이다.

세계식량기구(FAO)가 발표한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29.8로 전달(130.6)보다 0.6% 하락했다. 이 지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작년 2월 24일) 직후인 지난해 3월 159.7로 정점을 찍은 뒤 11개월째 하락 흐름을 보여왔다. 곡물 주산지인 두 나라의 전쟁으로 밀가루 및 식용유 가격 등이 급등했다는 핑계가 지금은 무색해졌음을 보여주는 자료다.

FAO가 밝힌 2월 세계식량가격지수(129.8)는 러-우크라 전쟁 발발 직전인 작년 1월(135.6)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이 자료는 지금의 세계 식량가격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음을 보여준다.

식량가격지수 중 일부인 곡물가격지수도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FAO에 의하면 2월 곡물가격지수는 전달보다 0.1% 하락한 147.3이었다. 이 역시 지난해 1월(140.6)보다 낮은 수준이다.

유지류 가격지수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 지수의 작년 1월 대비 하락폭은 특히 큰 것으로 집계됐다. 이 지수는 작년 1월 185.9였다가 전쟁 발발 직후인 3월 251.8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꾸준히 내려가 지난달엔 135.9를 기록했다. 팜유는 수요 둔화 영향으로, 대두유는 남미의 생산량 증가 등에 힘입어 가격지수가 내려간 것으로 분석됐다. 유채씨유와 해바라기씨유 역시 해당 곡류의 물량 공급이 충분해진 덕분에 가격이 하락했다.

전쟁의 직접적 영향을 덜 받은 육류와 설탕의 국제가격도 크게 다르지 않은 양상을 나타냈다. 지난달 육류 가격지수는 작년 1월(112.1)과 비슷한 112.0을, 지난달 설탕 가격지수는 작년 1월(112.7)보다 비교적 높은 124.9를 나타냈다. 유제품 가격지수는 작년 1월 132.6에서 지난달 131.3으로 소폭 하락했다.

육류 중 가금육은 수요 둔화로 가격이 하락한 반면, 돼지고기는 유럽에서의 수요 증가와 공급 부족 탓에 가격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설탕의 경우 인도의 생산량 전망이 불투명해진 탓에 가격이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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