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서울 강남·목동 등에 대해 적용돼온 토지거래허가제가 그대로 유지될까. 오는 4월 26일로 지정 기한이 만료되지만 재지정 여부에 대해 서울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워낙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공식적 입장 표명은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9일엔 서울시 ‘고위 관계자’의 입을 통해 ‘해제 없음’ 취지가 일부 언론에 전해지면서 혼선이 일었다. 혼란이 확산되자 서울시는 같은 날 개별 언론에 “해제 여부 검토 중”이라는 비공식 입장을 밝혔다.

일차적으로 관심이 쏠려 있는 곳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과 양천구 목동, 성동구 성수동,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지정구역들이다. 이들 구역 내 부동산 소유자들은 서울시 결정에 따라 최소한 1년 더 재산권 행사에 제한을 받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2월 문재인 정부 당시의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부동산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에 의거해 특정 지역들에 대해 토지거래허가제를 적용하고 있다. 이름만 보면 토지 거래에 관한 규제처럼 인식될 수 있지만, 이 제도는 토지 위에 지어진 주택거래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편법에 의해 주택 거래를 규제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토지거래허가제는 지난해 각의 의결로 규제 내용을 한층 강화하는 방향으로 손질됐다. 주거지역의 토지거래 허가 기준면적을 기존의 180㎡에서 60㎡로 바꾼 것이 핵심이었다. 이를 계기로 서울시에서는 60㎡의 10%(6㎡, 약 1.8평)를 초과하는 토지 위의 주택에 대해 토지거래허가제를 적용하고 있다. 해당 주택은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가 있어야만 거래할 수 있다.

현행법은 지방자치단체장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할 때 법령상 기준면적의 10~300% 범위 안에서 기준을 설정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서울 외 경기도 등 수도권 지역에서도 토지거래허가제를 시행하는 경우엔 법정 기준면적의 10%를 자체 기준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서울에서 토지거래허가 규제를 받는 곳은 압구정동 아파트 24개 단지와 여의도 아파트 16개 단지, 목동 신시가지의 14개 단지, 성수동 전략정비구역 등이다. 규제는 2020년 6·17 부동산대책의 일환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당시 정부는 이듬해인 2021년 4월 27일 압구정동·목동 등을 대상으로, 6월 23일엔 강남구 삼성·청담·대치, 송파구 잠실동의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단행했다.

지정이 순차적으로 이뤄진 탓에 다음달 26일엔 앞서 언급한 압구정동·여의도·목동·성수동 등에 대한 지구지정이 먼저 만료된다. 이날 토지거래허가구역 관련 이야기가 언론에 오르내린 것은 지구 재지정 여부를 결정할 시점이 다가온 것과 관련이 있다. 서울시는 1년 전에도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 회의 절차 등을 거쳐 해당 지역들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을 결정한 바 있다.

서울시가 또 다시 이들 지역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을 하면 해당 규제구역 내 토지 및 주택 소유주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산권 침해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진다는 인식을 가질 수밖에 없어서이다. 나아가 순차적으로 지구지정 해제가 이뤄지길 기대하는 강남구 삼성동과 청담동·대치동, 송파구 잠실동, 강남·서초의 자연녹지지역 등의 부동산 소유주들도 반발에 가세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서울 압구정동 아파트단지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서울 압구정동 아파트단지 모습. [사진 = 연합뉴스]

‘부동산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작동되는 토지거래허가제는 본디 도심 주택지와는 무관한 것이었다. 제도 도입의 취지는 신도시 예정지나 그린벨트 등에 필요한 규제를 가함으로써 국토의 효율적 개발을 촉진한다는 데 맞춰져 있었다. 지금처럼 도심 한복판의 아파트 단지, 그 중에서도 인기 있는 재건축단지 등에 이 제도를 적용하는 것은 그 자체로 억지스러운 데가 있었다.

보다 근본적인 부분에서의 문제 제기 여지도 남아 있다. 자유시장경제를 추구하는 나라에서 주택 거래를 정부 기관의 허가를 통해 해야 한다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다는 뜻이다. 상식적 차원에서 개인의 재산권을 국가 기관이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게 사실이다. 더구나 토지거래허가제는 시장주의 표방을 통해 이전 정부와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철학과도 어울리지 않는 제도다.

문제가 사유재산권 침해에 그치는 것도 아니다. 갭투자를 막으려면 이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부동산 소유주는 거주이전의 자유라는 헌법적 권리를 침해당하는 결과와 맞닥뜨리게 된다.

현행 토지거래허가제 하에서는 지정 구역 내에서 집을 구입하려면 매입자가 실거주할 것이란 점을 입증해야 한다. 그래야만 지자체장으로부터 주택 거래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매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이 이 같은 규제의 직접적 원인이다. 결국 민감한 지역에서의 갭투자를 막고, 그것을 계기로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는 것이 토지거래허가제의 도심 적용 목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제도 역시 수요 억제에만 초점을 맞춘 정책수단이라는 점에서 부동산세제 강화 못지않게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서울시는 아직 토지거래허가제를 폐지하려는 구체적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정황으로 보면 오히려 그 반대로 방향을 잡고 있는 게 아닌가 여겨진다. 토지거래허가제 유지 여부를 두고 이날 혼선이 빚어진 것부터가 그런 정황을 뒷받침해준다. 오세훈 시장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도 부동산 거래규제 강화의 지속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를 안고 있었다. 오 시장은 1월 회견에서 부동산 가격 안정화 필요성을 거론하면서 “문재인 정부 초기 수준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