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한국경제가 2년 반 만에 경험한 역성장의 수렁에서 곧바로 벗어나며 반등했다. 25일 한국은행은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 전기 대비)이 0.3%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0.8%로 집계됐다.

이로써 우리 경제는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란 최악의 상황을 면하며 ‘상저하고’에 대한 기대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한국은행이 당초 예상한 상·하반기 성장률은 각각 1.1%와 2.0%였다. 이를 망라한 연간 성장률 전망치는 1.6%다.

한국경제는 2020년 1분기(-1.3%)와 2분기(-3.0%)에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지만 이후엔 9개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세를 이어갔다. 그러다 지난해 4분기 -0.4%의 성장률을 기록해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플러스 성장을 기록함으로써 기존의 전망치 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을 가능성을 남겨두었다.

1분기 플러스 성장을 주도한 것은 민간소비였다. 방역 관련 규제조치가 적기에 완화된 것이 가까스로 성장률을 플러스로 전환시켰다고 볼 수 있다. 민간소비의 성장 견인 효과는 내수의 또 다른 한 축을 이루는 설비투자가 수출과 함께 부진을 면치 못했다는 점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이는 1분기 성장률 기여도 집계를 통해 뚜렷이 확인된다. 지출항목별 성장률 기여도 집계에서 민간소비가 차지한 몫은 0.3%포인트였다. 결과적으로 민간소비가 1분기 성장을 홀로 이끌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순수출(수출-수입)이 성장률에 기여한 정도는 -0.1%포인트인 것으로 집계됐다. 순수출이 1분기 성장률을 0.1%포인트만큼 갉아먹었다는 의미다. 순수출 기여도가 0%포인트만 기록했더라도 1분기 성장률이 0.4%를 기록할 수 있었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순수출 기여도의 마이너스 행진은 4개 분기째 이어졌다. 2022년 1분기만 해도 순수출의 성장률 기여도는 1.7%포인트를 기록했지만 그 다음 분기부터는 -1.0%포인트, -1.8%포인트, -0.5%포인트, 그리고 올해 1분기 -0.1%포인트를 나타냈다.

순수출의 성장률 기여도가 네 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에 머문 것은 외환위기 여진이 가시지 않았던 1998년 2분기~1999년 1분기 이후 처음 나타난 현상이었다. 성장률에 대한 순수출 기여도의 하락은 최근의 수출 부진에서 비롯됐다. 요즘 우리나라는 반도체 수출 부진과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 지연 등으로 인해 심각한 무역수지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무역적자는 국제유가 등 에너지 가격의 전반적 고공행진과도 밀접히 연계돼 있다.

이런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상의 악재들은 서서히 해소되고 있지만 효과가 예상보다 더디게 나타나고 있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쉽사리 가시지 않고 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소비, 순수출 등과 함께 GDP의 주요 구성요소로 꼽히는 투자 역시 부진한 모습을 이어갔다. 반도체 경기 부진 등이 설비투자를, 부동산 시장 침체 등이 건설투자를 위축시킨데 따라 자연스럽게 나타난 현상이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의 지난 1분기 성장률 기여도는 각각 -0.4%포인트와 0.0%포인트였다.

1분기 성장률을 부문별로 집계한 내용을 보면 민간소비는 오락문화와 음식·숙박업 등 서비스를 중심으로 0.5% 증가했다. 방역 관련 규제조치의 사실상 해제로 인해 여행과 공연관람 등 대면활동이 늘어난 것이 주된 배경이다.

정부소비는 0.1%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는 직전 분기에 정부소비가 2.9% 증가하며 성장을 크게 떠받쳤던데 따른 기저효과와 관련이 있다.

건설투자 또한 미미하긴 했지만 정부의 적극적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에 힘입어 0.2% 증가했다. 반면 내수의 중요한 축을 이루는 설비투자는 반도체 경기의 부진을 반영한 듯 4.0%나 감소했다.

수출과 수입은 모두 늘어 각각 3.8%와 3.5%의 증가율을 보였다. 전년 동기 대비로 치면 수출은 3.0% 감소했고, 수입은 4.4% 증가했다. 수출을 이 정도로나마 떠받쳐준 것은 자동차 등 운송장비였다. 수입의 경우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액수가 늘어났다.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실질 GDP 성장률을 능가하며 0.8%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의 하락세가 수입품 가격의 하락폭을 키워준 것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한국은행은 아직은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1.6%로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다음 달 제시할 수정전망치는 이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진작부터 성장률 하향 조정 가능성을 시사해왔다. 새로 제시될 전망치는 1.5%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은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5%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2월에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한 차례 낮춰 제시했다. 지난해 11월 제시했던 1.7%를 0.1%포인트 낮췄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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