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장기간 3%대 후반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향후 1년 동안의 물가상승률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댓값이 그 정도란 의미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 소비자동향’에 따르면 이달의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7%로 집계됐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한국은행이 매달 집계하는 물가 관련 지표 중 하나다. 기대인플레율은 전국 도시에 있는 2500가구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소비자동향 조사의 일부로 응답자들이 향후 1년 동안 펼쳐질 것으로 예상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지칭한다. 발표되는 수치는 구간별 인플레율에 대한 응답을 취합해 산출한 중앙값(medium)에 해당한다.

기대인플레율은 체감을 기반으로 한 소비자들의 예상을 수치화한 것이지만 향후의 근로자 임금과 소비활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물가 흐름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물가동향을 판단하는데 있어서 가치 있는 자료로 취급된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각국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결정할 때 참고하는 주요 자료 중 하나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4월 기대인플레율은 전달치(3.9%)에 비해서는 0.2%포인트 낮아졌다. 월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 2월 전달의 3.9%를 넘어서며 4.0%까지 올라갔다가 두 달째 내리막 흐름을 보였다. 고물가 현상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임을 예고하면서도 느리지만 흐름만은 아래쪽을 향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주요 품목으로는 공공요금이 가장 많이 지목됐다. 공공요금을 지목한 응답가구 비율(복수 선택 가능, 응답률 합이 100%가 아님)은 77.6%였다. 이 비율은 전달보다 3.5%포인트 하락했다. 그 다음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석유류 제품(35.3%)과 농축수산물(28.8%) 등이었다.

유류세 인하가 8월이면 종료된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듯 석유류 제품을 지목한 응답 비율은 전달보다 11.9%포인트나 상승했다. 반면, 공공요금과 공업제품 비중은 전달에 비해 각각 3.5%포인트, 3.0%포인트 감소하는 흐름을 보였다. 집세가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응답한 가구의 비율은 8.6%에 불과했다. 이 수치는 한 달 전보다도 0.6%포인트 감소했다.

지난 1년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인식을 물어본 결과 얻어낸 물가인식은 전달보다 0.2%포인트 내려간 4.9%를 기록했다. 물가인식의 월별 흐름도 기대인플레율과 비슷한 모양새를 나타냈다. 물가인식은 지난 2월 5.2%까지 치솟았다가 3월 5.1%, 4월 4.9%의 추이를 나타내고 있다.

이런 흐름은 물가수준전망CSI(소비자동향지수) 조사 결과에서도 비슷하게 구현됐다. 이 지수 또한 지난 2월(153) 이후 다달이 151, 148 등으로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 지수가 100보다 크다면 1년 후 물가수준이 지금보다 상승할 것으로 보는 가구수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 가구수보다 많음을 의미한다. 100보다 작은 경우 그 반대를 나타낸다.

[표 = 한국은행 제공]
[표 = 한국은행 제공]

이상 세 가지 지표는 공통적으로 소비자물가가 지난 2월 이후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을 가능성을 말해주고 있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내리막 경사가 비교적 완만하다는 점이다. 물가 당국이 오래 전부터 예상해온 대로 정점 구간을 길게 그리며 물가가 더디게 하락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황희진 한국은행 통계조사팀장은 기대인플레이션율 하락과 관련, 석유가격 하락폭 확대와 가공식품 오름세 둔화 등이 원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황 팀장은 또 “물가 상승폭이 둔화되면서 소비자심리지수(CCSI)도 안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발표된 4월 CCSI는 전달보다 3.1포인트 상승한 95.1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6월 96.7을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CCSI는 CSI를 구성하는 15개 지수 중 현재생활형편, 생활형편전망, 가계수입전망, 소비지출전망, 현재경기판단, 경기전망을 종합해 산출한다.

이 지수가 100보다 높게 나오면 장기평균(2003~2022년)과 비교해 소비심리가 낙관적인 것으로 해석된다. 100을 밑돌면 그 반대로 읽힌다. 4월 CCSI는 2월(90.2)과 3월(92.0)보다 높은 수준을 나타냈지만 여전히 100에 못 미침으로써 아직도 경기 전망이 밝지 못하다는 점을 시사해주었다.

4월 CCSI를 구성하는 6개 지수 가운데 가계수입전망(96)과 소비지출전망(110)은 전달과 동일했다. 이는 가계수입과 소비지출이 6개월 뒤에도 지금과 같은 수준일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생각을 대변해주는 것이다.

4월 금리수준전망지수는 111을 기록했다. 전달보다 9포인트나 하락했다. 이 지수 역시 100을 기준으로 삼는다. 100 이상이면 6개월 뒤 금리 수준이 지금보다 높아질 것이란 응답이 더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록 4월에도 지수가 100을 웃돌았지만 물가상승률이 둔화되고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이어 동결하자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란 기대가 전달보다는 커졌음을 보여주었다.

4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전달 대비 7포인트 상승한 87이었다. 주택값이 여전히 하락하고 있지만 그 폭이 축소되고 있고 거래량도 조금씩 늘어난 점이 지수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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