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지난 주 막판 뉴욕증시는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이 약화됐다는 인식의 확산으로 급등 마감됐다. 한 주 내내 부진했던 흐름은 5일(이하 현지시간) 갑자기 상승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이날 하루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1.6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지수는 1.85%, 나스닥지수는 2.25% 상승했다.

흐름을 바꾼 것은 당일 발표된 미국 노동부의 고용보고서였다. 미국의 4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25만3000명 증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문가 의견을 취합해 전망한 증가폭 18만명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었다. 실업률도 시장 전망치(3.6%)보다 낮은 3.4%로 집계됐다. 미국의 실업복지 시스템 등을 고려할 때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시간당 임금이 전년 동기 대비 4.4% 올랐다는 사실이다. 이 역시 시장의 예상과 전월 상승률(이상 4.2%)을 모두 뛰어넘은 수준이었다.

[사진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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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수치들은 미국의 고용시장이 매우 탄탄하다는 것을 입증해준다. 시장 일각에 잠재해 있던 경기침체 우려를 비웃는 결과라 할 수 있다.

기준금리 인상이 한창이던 당시엔 밝은 경기 전망이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 강화 예비신호로 받아들여졌었다. 그 바람에 증시엔 악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극에 달했다는 인식이 확산돼 있는 지금은 경기 관련 지표를 읽는 기준이 달라졌다. 밝은 경기 전망이 증시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경기침체 우려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당장의 불씨는 가시지 않고 있는 미국의 금융불안이다. 실리콘밸리뱅크(SVB)와 시그니처, 퍼스트 리퍼블릭 등으로 옮겨붙은 금융불안의 불씨는 이제 다른 곳으로 옮겨갈 태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다음 타깃으로 팩웨스트은행을 지목하고 있다. 이로써 팩웨스트의 주가는 지난 한 주 동안 40% 이상 폭락했다.

금융불안의 확산은 미국 내 신용경색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갖는다. 미국 은행들이 위기관리 차원에서 자금 공급을 억제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용경색이 현실화되면, 결과적으로 심각한 경기침체가 유발될 수 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효과 못지않은 긴축 효과가 시장에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용경색에 대한 우려는 지난 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의해 거론된 바 있다. 파월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신용경색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었다.

잔존하는 금융불안은 연준이 다음 달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파월 의장이 지난 주 기자간담회 때 매파적 발언을 내놓은 점을 고려하면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사진 = 신화/연합뉴스]
[사진 = 신화/연합뉴스]

연준의 긴축강화 행진이 멎을 것이란 전망은 한은의 통화정책 운용에 여유를 부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양국 간 기준금리차가 1.75%포인트까지 벌어졌지만 원/달러 환율 흐름에 이변이 없는 한 한은이 금리 인상에 대한 압박을 상당 부분 덜어낼 수 있을 것이란 의미다.

연준의 통화정책은 향후 나오는 물가지표에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를 인상하거나 인하할 굵직한 명분이 없는 상황에서는 물가지표가 금리정책 운용상 가장 확실한 판단 자료로 취급된다. 지난 주 파월 의장도 인플레이션 해소에 시간이 걸린다는 전제가 맞다면 연내 금리 인하는 적절하지 않다고 언급했었다.

때마침 이번 주엔 미국에서 물가 관련 지표들이 줄줄이 발표된다. 10일엔 4월 소비자물가가, 11일엔 4월 생산자물가가, 그 다음날엔 소비자심리지수가 공개된다. 그 중 가장 눈길을 끌 대상은 소비자물가지수(CPI)다.

WSJ가 전문가 의견을 모아 밝힌 미국의 4월 근원CPI 상승률은 전월 대비 0.4%, 전년 동기 대비로는 5.5%였다. 3월 근원CPI 상승률은 각각 0.4%, 5.6%였다. 이는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매우 느린 속도로 안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준으로 하여금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다”라는 판단을 다시 내리도록 유도할 수 있는 정도의 내용이다.

미 연방정부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현실화 가능성도 주목할 사안이다. 재닛 옐런 재무 장관은 의회가 부채한도를 상향조정해주지 않으면 연방정부가 다음달 초 디폴트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전의 사례들로 볼 때 연방정부 디폴트 위기는 새삼스러운 일도, 실현 가능성이 큰 일도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주 관심을 둘 또 다른 사안은 연준 위원의 9일 공개발언이다. 공개 발언에 나서기로 예정된 인물은 매파로 분류되는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다.

한편 8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17.59포인트(0.70%) 오른 2518.53에 개장해 비슷한 수준의 흐름을 지속했다. 종가는 전장 대비 12.27포인트(0.49%) 오른 2513.21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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