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경상수지가 겨우 적자에서 벗어났다. 월별 경상수지가 3월 들어서야 올해 처음 흑자로 전환된 것이다. 하지만 흑자 규모는 3억 달러에도 못 미쳤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상황은 당초 정부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나쁜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정부가 전망했던 경상수지 흑자 목표도 대폭 축소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3월 경상수지는 2억7000만 달러(약 3575억원) 흑자를 나타냈다. 지난 1월 42억1000만 달러 적자, 2월 5억2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던 것에 비해서는 상황이 개선됐지만, 아직 국면 전환을 논하기엔 민망한 수준이다.

다음 달 경상수지 실적 또한 기대난망이다. 한은은 다음 달 수지가 균형을 맞추는데 그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자칫 3월보다 흑자폭이 줄어들거나 소폭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도 있음을 예상하게 하는 대목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들이 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국제수지 동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한국은행 관계자들이 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국제수지 동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연간 경상수지에 대한 기대치도 크게 낮아졌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달 초 내놓은 ‘최근 경상수지 변동요인과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올해 우리나라의 연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160억 달러에 그칠 것이라 전망했다. 지난 2월에 제시했던 기존 전망치(275억 달러)가 석 달 만에 거의 반토막으로 줄어든 셈이다. 이는 교역 환경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고 심각한 속도로 악화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지난해 우리의 경상수지는 298억 달러 흑자였다.

연간 전망치를 대폭 끌어내린 것은 최악의 상반기 흐름이었다. KDI는 올해 상반기 경상수지 전망치를 당초의 17억 달러 흑자에서 100억 달러 적자로 변경했다.

한국은행도 이달 25일의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직후 기준금리 결정 내용과 함께 경상수지 수정 전망치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지난 2월만 해도 올해 상반기 경상수지가 44억 달러 적자를 보이지만 연간으로는 260억 달러 흑자를 낼 것이라 전망했었다.

그러나 한은 또한 KDI처럼 전망치를 큰 폭으로 하향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올해 1분기 경상수지 적자폭이 이미 상반기 전체 예상치(44억 달러)를 초과한 44억6000만 달러란 점이 그런 추정의 배경이다.

경상수지는 수출·입 실적에 의한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 본원소득수지, 이전소득수지 등으로 구성된다. 즉, 자본거래를 제외한 국제 간 상거래 결과를 망라해 표시되는 지표다. 경상수지 흑자는 우리가 다른 나라에 지불한 외화보다 거둬들인 외화가 더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그런 까닭에 경상수지 적자가 장기간 누적되고 그 규모가 커지면 그 나라의 대외 지불능력이 약화되고, 결과적으로 국가의 신용도가 추락하게 된다. 우리가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맞아 사실상 경제주권을 포기해가며 국제통화기금(IMF)에 달러를 빌려달라고 손을 내민 것도 경상수지의 지속적 악화 탓이었다. 당시의 환란을 생각하면 지금 진행되고 있는 경상수지 악화도 언제든 원/달러 환율을 요동치게 할 수 있다. 당시보다 외환보유고가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한·미 간 기준금리 차가 1.75%포인트까지 벌어져 있는 상황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한은은 4월엔 월별 경상수지가 3월보다 크게 나빠지지는 않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통상 4월엔 외국인에게 배당지급이 이뤄져 경상수지 흑자가 축소되는 경향을 보여왔지만, 이번의 경우 우리 기업들의 성과 부진 탓에 배당지급액이 전보다 줄어들 것이 확실시된다.

3월 경상수지의 항목별 수지를 살펴보면, 상품수지(-11억3000만 달러)와 서비스수지(-19억 달러)의 부진을 본원소득수지(36억5000만 달러 흑자)가 메워주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경상수지를 구성하는 또 다른 항목인 이전소득수지도 3억5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본원소득수지는 해외에서 발생한 이익을 국내로 송금할 때 법인세 혜택을 주는 제도(익금불산입제)가 실시되면서 올 들어 흑자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3월 본원소득수지 흑자를 주도한 것은 배당소득수지 흑자(31억5000만 달러)였다. 배당소득수지의 전년 동월 대비 증가폭은 28억6000만 달러였다.

3월 상품수지 적자는 수출(564억 달러)이 작년 3월보다 12.6%(81억6000만 달러) 줄어든 데 주로 기인했다. 우리나라의 수출은 3월까지 7개월 연속 뒷걸음질을 쳤다. 3월 실적 부진의 주원인은 반도체(통관 기준 -33.6%)와 대중국(-33.4%) 수출 감소였다. 수입도 1년 전보다 2.5%(14억7000만 달러) 감소해 575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상품수지 적자는 6개월째 지속됐다. 작년 3월(55억7000만 달러 흑자)에 비하면 수지는 66억9000만 달러나 악화됐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적자 규모가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컸던 지난 1월(-73억2000만 달러)은 물론 2월(-13억 달러)보다 개선됐다는 사실이었다.

3월 서비스수지(19억 달러 적자)는 작년 3월(1억7000만 달러 흑자)보다 크게 악화됐다. 운송수지가 1년 전 13억6000만 달러 흑자에서 2000만 달러 적자로 돌아서고, 선박 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1년 전보다 80%나 떨어진 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방역 완화와 함께 여행수지 적자폭이 지난해 4억5000만 달러에서 7억4000만 달러로 커진 점도 서비스수지 악화를 부추겼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