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전기료 인상이 다음 주 초엔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정부와 여당은 지난 11일 당정협의를 열고 요금인상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으나 일정을 다음 주로 미뤘다. 12일 한국전력이 자구노력을 발표하기로 새로 일정이 짜이면서 당정협의를 순연한 것이다. 당정은 한전의 자구노력 발표 내용을 토대로 다음 주 초 당정협의회를 열고 전기요금 인상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여당의 처음 계획은 11일 하루 동안 당정협의회와 한국전력 임시이사회,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 회의를 잇따라 열어 전기요금 인상 절차를 마무리짓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12일 한전이 적자 해소를 위한 자구책을 먼저 발표하는 쪽으로 일정을 변경했다. ‘한전의 자구 의지 표명이 먼저’라는데 정부·여당이 의견을 같이함에 따라 내려진 결론인 듯 보인다.

정부·여당은 이를 토대로 다음 주 초 당정협의를 열어 전기요금 인상을 결정하고, 이후 순차적으로 한전 임시이사회의 전기요금 조정안 결정, 산업부 전기위원회의 요금 인상안 심의·의결, 산업부 장관 고시 등의 절차를 밟아나가게 된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전 과정이 오는 15일 마무리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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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문제는 정부·여당이 지난 3월 말쯤엔 결정을 내렸어야 할 사안이다. 이번 요금 조정은 어디까지나 올해 2분기를 겨냥해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은 두 달 동안이나 전기요금 인상을 미뤄왔다. 한전의 자구노력 부족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지지율 하락을 우려한 나머지 결단하지 못했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그러는 사이 이미 천문학적 수준에 도달한 한전의 누적 적자는 더 크게 불어났다. 한전은 지난해에 32조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 1분기 들어서도 이미 5조원대의 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적자를 빚으로 메우다 보니 한전이 지불해야 하는 하루치 이자만 40억원에 육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전이 자금난 해소를 위해 발행하는 회사채, 소위 한전채가 채권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일반기업들의 회사채가 외면받는 부작용도 벌어졌다. 사실상 정부가 지급을 보증하는 한전채가 안전자산으로서 워낙 인기가 높다보니 펼쳐진 현상이었다. 이로써 웬만한 우량기업들조차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기업의 자금 조달을 어렵게 하거나 그 비용을 높이는 결과를 낳기 마련이다. 안 그래도 고금리 시대를 어렵게 헤쳐오던 기업들은 채권시장마저 한전채로 인해 왜곡되는 바람에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이 모든 부작용은 정부·여당의 책임 방기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적시에 전기요금을 적정 수준으로 조정하지 않음으로써 전기에너지가 상당 부분 과소비된 측면도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전기 에너지 소비가 비교적 적은 봄철이 다 지나 전기요금을 인상하면 전력 수용가는 초여름 더위 속에 ‘요금 폭탄’의 충격을 한결 강하게 느낄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 비수기에 미리부터 에너지 사용을 억제하는 습관을 들이지 못한 탓에 체감 충격 강도는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물론 한전의 자구노력은 전기료 인상의 필요한 선결조건일 수 있다. 과도한 성과급 지급, 실적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임금 등 공기업의 방만 경영을 바라보는 일반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별도의 공기업 혁신 로드맵에 따라 개선해야 할 사안일지언정 최근 갑자기 커진 한전 적자의 근본 원인과는 거리가 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한전이 내놓을 자구책은 직원 임금 동결과 사무실 통폐합, 자산 매각 등을 포함해 총 20조 남짓 규모일 것으로 전해졌다. 그대로 실행된다면 이 계획은 한전 적자폭을 축소하는데 일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한전 적자 확대의 핵심 원인은 국제적 공급망 대란 속에 일어난 에너지원 가격의 인상이다. 따라서 에너지원 구입 비용이 늘어난데 맞춰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게 기본 원칙이다. 이 뻔한 이치를 묵살하고 직전 및 현 정부가 장기간에 걸쳐 전기요금 인상을 강압적으로 억제했으니 사달이 나는 것은 정한 이치다.

전기를 비싸게 사들여서 싸게 파는 불합리가 해소되지 않는 한 한전 적자는 결코 해소될 수 없다. 이를 방치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환부가 커져 문제 해결은 더욱 어려워진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주머니를 털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하는 주체는 국민들이다.

이 부분이 전·현을 막론하고 정부가 지탄을 받아야 하는 지점이다. 그 필요성을 뻔히 알면서도 당장의 원성과 표심 이탈이 두려워 정부가 관리책임을 방기한 것이 문제라는 얘기다.

한국전력과 산업통상자원부 추산에 따르면 올해에만 전기료가 kWh당 51~52원 정도는 올라야 한전 나름의 계획대로 수년 내 경영정상화가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전기료 인상폭은 kWh당 7원 남짓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벌써부터 정치권과 관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인상률로 치면 5% 정도다. 그마저 이번이 올해 마지막 인상이 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분석은 차기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추정컨대, 정부가 뒷일이야 어떻게 되든 당장 나타날 요금인상 관련 불만을 듣지 않으려 애쓰고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 기저를 이루는 것은 두 말할 것도 없이 포퓰리즘이다.

이런 식이라면 윤석열 정부도 문재인 정부의 포퓰리즘을 욕하면서 닮아간다는 평을 들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 집권 세력이 상대 비방용으로 툭하면 입에 올리는 ‘내로남불’도 더 이상 더불어민주당만의 상징일 수 없게 된다.

지금 흘러나오는 모든 분석은 가정에 불과한 것들일 수 있다. 그런 만큼 전기료 인상 관련 전망이나 추론이 사실이 아니길 기대한다. 이번 전기요금 결정은 윤석열 정부가 진정 포퓰리즘에서 탈피해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루려는 의지를 유지하고 있는지를 보여줄 시금석이 될 것이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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