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코스피지수가 장기간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증시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변수들은 오히려 증가했다. 투자자들이 이번 한 주 동안 마주하게 될 변수만 해도 한 둘이 아니다.

주요 변수는 대개 미국발이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과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미 정부와 의회 간 부채한도 협상 등이 그에 해당한다. 주말 사이엔 중국을 압박하는 미국 주도의 히로시마 G7 공동성명이 발표되고 중국이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제재로 응수하는 등의 국제적 불협화음이 발생했다. 국내에서는 25일(이하 현지시간) 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논의한다. 하나하나가 결과를 드러낼 때까지 증시에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것들이다. 결과가 나오면 또 그것대로 증시에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는 요소들이기도 하다.

여러 변수 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현안은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이다. 이 이슈는 결론이 어느 정도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증시에서의 변동성을 키우는 작용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의회 의사당. [사진 = EPA/연합뉴스]
미국 의회 의사당. [사진 = EPA/연합뉴스]

협상 당사자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 의장은 일단 미국의 채무불이행(디폴트)은 없을 것이라고 같은 목소리를 냈다. 자본시장이 과도하게 불안해 할 것을 우려해 한 발언들로 이해됐다. 하지만 미 정부는 다른 한편으로는 은근히 긴장감을 조성하며 의회를 압박하고 있다. 그 선봉에 선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미 정부의 금고에서 달러가 고갈되는 시점(X-데이트)이 다음달 1일이 될 것이라 주장한 바 있다.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한동안 순탄하게 일이 풀리는 듯 보였으나 지난 주 후반 들어 분위기가 급히 냉각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호주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히로시마 G7 정상회의 직후 워싱턴으로 돌아가 다시 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바이든-매카시 회동 재개 일자는 22일로 전해졌다.

분석가들은 부채한도 협상이 타결돼도 문제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시장의 예상대로 부채한도 증대에 합의가 이뤄질 경우 다음 수순은 미 정부의 국채 발행이라는 점이 그 이유다. 미 정부가 국채를 추가 발행하면 그 액수만큼 시중 유동성이 흡수되고, 그 여파로 주가가 하락압력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연계된 분석인 듯 연방준비제도(연준)가 6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은 보다 강화됐다. 실제로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 19일 한 대담에 참석해 발언하면서 “결과적으로 우리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하려고 했던 것만큼 정책금리를 인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며칠 사이 FOMC 위원들이 공개발언을 통해 쏟아낸 매파적 발언들의 악영향을 상당 부분 상쇄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파월의 완화적 발언을 두고는 미국 내 금융불안이 신용(대출) 위축을 초래해 결과적으로 긴축 효과를 유발한 탓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 = AFP/연합뉴스]
[사진 = AFP/연합뉴스]

24일 공개되는 FOMC 5월 회의 의사록도 증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변수 중 하나다. 관전 포인트는 미국 경제 현안들에 대한 위원들의 시각이 어떠했는가 하는 점이다. 특히 위원들이 미국의 경기동향과 물가상황 등에 대해 어떤 견해를 보였는지 등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오는 26일엔 다음달 FOMC 회의 때 자료로 제공될 4월 PCE 물가가 발표된다. 미국인들의 실제 소매점 구매 현황을 기반으로 산출되는 PCE 물가지수는 보다 현실적이라는 점으로 인해 연준이 소비자물가지수(CPI)보다 중요시하는 지표다. 소비자들은 특정 품목의 가격이 급등하면 구매를 기피하고, 급락하면 반대로 행동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그런 소비행태까지 반영한 것이 PCE지수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전문가들은 미국의 4월 근원PCE 가격지수가 전월 대비 0.3%, 전년 동기 대비 4.6% 상승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월 집계치와 동일한 수준이다.

PCE지수보다 하루 먼저 나오는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잠정치)도 눈길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에도 연준 관계자들의 공개발언이 다수 예정돼 있다. 주 첫날인 22일 하루만 해도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를 필두로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 등이 발언대에 선다.

국내 이슈로는 25일로 예정된 한국은행 금통위 회의가 있다. 대체적인 전망은 기준금리 동결 쪽으로 쏠려 있다. 경기 둔화 가시화와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하향 안정 흐름이 그 배경이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3.7%)이 14개월 만에 3%대로 내려온 점이 특히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의지를 약화시키는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은 이미 한은이 언제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할지에 관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일각에선 그 시점을 8월쯤으로 예상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금통위 회의는 이달 25일 열린 이후 7, 8월에 연이어 소집된다.

이달 금통위 회의 당일 한은은 수정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는다. 당초 전망치 1.6%보다 하향조정될 것이 유력한 가운데 조정폭에 시장의 관심이 쏠려 있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