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정부가 치솟는 먹거리 물가 안정을 위해 다음 달 초부터 수입 돼지고기 등의 관세율을 대폭 인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30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논의해 내린 결정이다. 대상 품목은 삼겹살, 고등어, 생강. 조주정, 팜박, 주정박, 설탕·원당 등 7개 종류다.

정부는 단기적 공급 부족과 국제가격 인상 등의 요인으로 국내가격이 오른 품목 위주로 대상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서민들의 먹거리 물가 부담이 상당 부분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서민들의 체감물가를 유의미하게 낮춰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래 전부터 서민 음식이란 말이 무색해진 삼겹살은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두드러진 가격 변화를 나타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관세율 0%를 연말까지 적용한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내용은 이미 시행중인 할당을 6개월 더 연장하면서 양을 최대 4만5000t까지 늘린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가격 상승폭을 일부 억제하기 위해 기존 조치를 추가 연장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그 양을 늘린 것이 일부 효과를 내줄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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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수입 돼지고기 5만t에 대해 작년 6월부터 25%이던 할당관세를 연말까지 0%로 낮춘 바 있다. 이 조치는 지난해 연말 올해 6월까지로 한차례 더 연장됐고, 이번에 또 다시 올해 연말 시한으로 할당관세 0%를 적용키로 한 것이다. 할당관세를 이전으로 되돌릴 경우 그렇지 않아도 값이 상승한 국내 돼지고기 소매가격이 크게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돼지고기는 방역조치 해제와 온화한 날씨 덕에 야외활동이 늘면서 수요가 크게 늘어난 대표 품목이다. 그 결과 5월 삼겹살 가격은 평년 대비 17% 정도 높게 형성될 것으로 추정됐다. 구제역 사태가 잠시 가세하면서 돼지고기 가격 상승이 촉진된 측면도 있었다. 돼지고기 관세율 인하 방침은 그 같은 판단에서 비롯됐다.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의 돼지고기 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4.2% 상승했다.

정부는 유럽으로부터 돼지고기 수입이 점차 정상화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단기 수급불안을 완화시킬 목적으로 0% 할당관세 적용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입량 급등에 따른 가격 하락 등으로 국내 양돈 농가가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수급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며 할당관세 적용 대상 물량을 조절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이런 설명은 국내 양돈 농가의 반발을 의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양돈 농가들은 그간 정부의 수입 돼지고기 할당관세 장기 적용에 반발해왔다. 이들 농가는 올 봄 돼지고기 가격 상승이 계절적 요인에 의해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주장하고 있다. 봄철부터 여름까지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가격이 오르는 것은 매년 반복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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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치솟는 소비자물가를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식품물가의 중요한 구성 품목인 돼지고기에 주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조치의 지원효과는 총 473억원인데 이중 257억원이 돼지고기에 몰려 있다.

고등어의 경우 올해 8월 말까지 1만t에 대해 0%의 할당관세를 적용키로 했다. 기존의 관세율 10%를 면제한다는 것이다. 올 들어 고등어 값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줄곧 두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식품 원재료인 설탕(10만5000t)과 조주정(8만6000㎘ 증량)에 대해서도 올해 연말까지 0%의 할당관세를 적용하게 된다. 설탕으로 가공되는 원당 수입물량 전체에 대해서도 할당관세 0%를 적용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은 나라들로부터 수입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들 품목이 관세율 인하 대상으로 선정된 데는 서민 술인 소주의 가격을 안정화시키려는 정부 의지가 반영됐다.

소비자 가격이 크게 오른 생강도 이번 조치에 포함됐다. 생강은 지난해 작황 부진 탓에 가격이 크게 오른 대표적 농산물이다. 지난달 생강의 소비자가격은 전년 동기에 비해 91.9%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낮은 세율(20%)이 적용되는 시정접근물량을 1500t 늘리는 방법으로 수급불안 해소와 가격 안정을 동시에 꾀하기로 했다. 생강의 경우 일정량의 시장접근물량에는 20%. 그밖에 수입물량에 대해서는 377.3%의 관세율이 적용된다.

정부는 이날 관세율 인하 방침을 밝히면서 “물가 불안 품목의 관세율을 인하해 서민 먹거리 부담을 완화하고,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인한 연쇄적 물가상승 압력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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