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미국의 기준금리가 올해 안에 인하 쪽으로 방향을 틀 것이란 기대가 점차 약화되고 있다. 미국에서 장기간 유지되고 있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견고한 고용시장이 직접적 원인이다. 다만, 최근 들어 미국의 국채발행 이슈가 가세하면서 이 점이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정책 기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 경제전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간) 트레이드웹(Tradeweb)을 인용, 미국 채권 및 파생상품 투자자들이 올해 말 미국의 기준금리 수준을 5%대로 예상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 기준금리가 올해 안에 현 수준(5.00~5.25%) 아래로는 내려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시장의 인식을 대변한다.

시장의 반응을 종합정리하면 미 기준금리는 올해 말까지는 최소한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준도 진작부터 점도표를 통해 올해 말 기준금리 중간값이 5.1%선일 것으로 전망해왔다. 하지만 최근 시장에서 나오는 반응엔 연준이 현 수준 유지를 넘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시도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섞여 있는 듯 보인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일단 이달 중(현지시간 13~14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는 기준금리 동결 결정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7일 현재 CME(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 툴은 연준이 이번 달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할 확률로 81.7%를 제시했다. 연준이 이번에 기준금리를 5.25~5.50%로 한 단계 올릴 확률은 18.35%로 집계됐다. 직전 1주일에 비하면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줄었지만, 금리 동결에 대한 시장의 전망은 보다 우세해진 셈이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전보다 높게 보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가장 분명한 징후는 미국 단기국채 수익률의 우상향 흐름이다. 2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4월 말 4.064%에서 지난 5일 4.480%(마감가)로 상승했다. 단기 국채 수익률은 중앙은행 기준금리와 흐름을 같이하는 경향을 보인다. 장기 국채 수익률이 성장률 등 경제상황 전반의 분위기에 의해 결정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최근의 시장금리 동향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 것은 지난 주 후반에 나온 미국 노동부의 고용보고서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5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33만9000명 증가했다. WSJ 전문가들의 전망치 19만명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었다.

5월 실업률이 전달 집계치(3.4%) 및 시장 전망치(3.5%)보다 높은 3.7%를 나타냈고, 1년 전 대비 임금 상승률은 4.3%로 전월치(4.45%)와 전문가 전망치(4.4%)를 밑돌아 엇갈린 메시지가 발신됐지만 시장은 고용증가폭에 더 주목했다. 미국의 고용시장이 여전히 탄탄하다는데 방점을 두고 고용보고서를 해석하는 기류가 강했다는 의미다.

미국 워싱턴의 한 마트. [사진 = EPA/연합뉴스]
미국 워싱턴의 한 마트 내부 모습. [사진 = EPA/연합뉴스]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4월에도 4.9%를 기록했을 만큼 높은 수준을 보이는 가운데 고용시장이 탄탄한 모습을 유지하자 기준금리 전망에도 다시 한 번 변화 흐름이 나타났다. 만약 오는 13일 발표되는 미국의 5월 CPI가 유의미하게 하락하지 않는다면 연준 내 분위기가 보다 강경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진 것이다. 미 노동통계국은 5월 CPI 데이터를 워싱턴 시간으로 오는 13일 오전 8시30분 발표한다. 따라서 이날부터 이틀간 FOMC 회의를 진행하는 연준은 최신 물가 데이터에 주목하며 통화정책을 논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들어 뉴욕증시에서 빅테크 기업들의 주식이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상황을 낙관할 수 없다는 분석도 적지 않게 제기된다. 몇몇 종목을 빼고는 대부분의 주가가 하락했다는 것이 그런 분석의 배경이다. 이런 주가 흐름 또한 연준의 긴축 완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크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긴축 완화에 대한 시장의 기대 약화는 지난 주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연방정부 부채한도 상향조정 법안에 서명함으로써 또 한 번 변곡점을 맞게 됐다. 부채한도가 늘어남에 따라 미 재무부가 곧 국채를 대량 발행할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앞서 백악관과 미 의회는 31조4000억 달러(약 4경933조원)로 정해진 연방정부 부채한도의 적용을 2025년 1월 1일까지 유예한다는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미 행정부는 국채 발행을 통해 필요한 현금을 추가 확보할 수 있게 됐다.

JP모건 같은 투자 은행이나 미 언론들은 미 재무부가 1조 달러(약 1304조원) 이상의 국채를 추가 발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써 시중 유동성이 흡수돼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과 같은 긴축효과가 시장에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 굴지의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미국 정부의 국채 추가 발행이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과 같은 효과를 낼 것이란 분석을 제시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들은 미 재무부가 올해에만 1조3000억 달러 어치의 국채를 추가 발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 애널리스트는 이 전망대로 간다면 미국의 올해 국채 발행 규모가 1조600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이 기준금리까지 더 올린다면 시장에서 느끼는 긴축 강도는 확연히 커질 수밖에 없다. 단, 시장의 그런 우려가 연준의 통화정책에 반영된다면 분위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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