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가 연내에 추가 인상될 징후가 보다 뚜렷해졌다. 다만, 연준의 금리정책 운용방식은 ‘빠른 인상’에서 ‘느린 인상’ 쪽으로 변화될 것이란 신호도 동시에 감지됐다. 최종금리(Terminal Rate)는 지금보다 0.50%포인트 높은 5.50~5.75%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의 분석 및 전망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21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금융위원회에 출석해 ‘연준의 하반기 통화정책 보고’를 하면서 한 발언들을 토대로 한 것이다.

이날 파월 의장은 현재 5.00~5.25%인 연준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상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연준 위원들 다수가 기준금리를 두 차례 더 인상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는 지난주 연준이 공개한 점도표의 내용과도 부합하는 것이다. 연준의 6월 점도표에는 올해 기준금리 전망치 중간값이 5.6%로 제시돼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사진 =  AP/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사진 = AP/연합뉴스]

파월 의장은 통화정책 보고 서두에 미국의 현 경제상황을 진단하면서 경제활동이 완만한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노동시장에 대해서는 매우 타이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노동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뤄가는 징후가 있지만 아직은 노동수요가 가용 근로자의 공급을 훨씬 초과하고 있다는 취지를 밝혔다.

이 같은 표현은 ‘노동시장 상황으로 볼 때 긴축을 좀 더 강화할 여지가 있다’는 연준의 인식을 내비치는 것일 수 있다. 파월 의장은 이 발언을 통해 아직 연준 기준금리가 노동시장을 위축시킬 정도로 제약적이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자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파월 의장은 또 미국의 인플레이션 상황에 대해 언급하면서 장기목표인 2%를 크게 웃돌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5월 기준 소비자물가지수(CPI)와 근원CPI의 12개월 변동률이 각각 4.0%와 5.3%였다고 소개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플레를 2%로 낮추는 과정에서 갈 길이 멀다고 밝혔다.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여전히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향후 물가 상승률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 수준이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높은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소비자들의 조기 구매 욕구를 자극함으로써 물가를 더욱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성을 지닌다.

미국 할인매장 내부 모습. [사진 = AP/연합뉴스]
미국 할인매장 내부 모습. [사진 = AP/연합뉴스]

경제상황 보고에 이어 진행된 통화정책 보고에서 파월 의장은 “거의 모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참가자들은 올 연말까지 금리를 다소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지난 주 FOMC 회의에서는 연준 위원들이 얼마나 멀리, 그리고 빠르게 움직였는지를 고려했다고 전했다. 그런 가운데 추가 정보와 긴축영향 등을 평가하기 위해 목표 범위를 견고하게 유지하는 게 타당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내용이 다소 추상적이긴 하지만 요약하자면 연준이 기준금리를 너무 빠르게, 너무 높은 수준까지 올려놓았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목표 범위를 확고히 설정해두되 추가 정보와 긴축영향 등을 평가하면서 여유를 갖고 통화정책을 운용해나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정리할 수 있다.

이어 회의를 거듭하며 금리 결정에 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지난주 FOMC 회의 직후 밝혔던 대로 금리에 대한 어떠한 예단도 없이 ‘Live Meeting’을 통해 그때그때 통화정책을 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기준금리 인상 방침과 속도는 보고서 낭독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 과정에서 다시 한 번 언급됐다.

질의에 나선 한 의원이 지난주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을 거론하며 ‘동결’ 대신 ‘정지(Pause)’란 표현을 쓰자 파월 의장은 “정지한 게 아니라 유지한 것”이라고 정정했다. 이어 “연준 위원 대다수가 올해 기준금리를 두 차례 더 인상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또 “경제가 예상대로 진행된다면 그렇게 되리라 생각하는 게 정확한 추측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긴축 강화 속도에 대한 변화 가능성도 함께 내비쳤다. 파월 의장은 처음엔 긴축 속도가 중요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면서 앞으로는 ‘더 느려진 속도(Moderate Pace)’로 금리를 올리는 것이 타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파월 의장은 보고 말미에 연준의 인플레이션 2% 목표를 상기시키면서 연준이 목표점에 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와 함께 인플레를 낮추려면 추세 이하의 성장과 노동시장 조건의 완화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연준의 물가목표 달성이 장기적으로 최대 고용과 물가안정 기반 마련에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연준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최대 고용과 물가안정이라는 기본적 사실을 환기시킴으로써 기준금리 인상 행진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전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은 끝으로 은행 부문에 대해 언급하면서 “미국의 은행 시스템은 건전하고 탄력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금융불안이 발생했던 지난 봄 미국 금융당국은 은행 시스템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조치를 취했다고 소개한 뒤 실리콘밸리뱅크(SVB) 사태를 계기로 더 강하고 탄력적인 은행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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