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러시아 용병그룹의 쿠데타가 하루 만에 종식됐지만 증시에 남긴 여파는 쉽사리 진정되지 않을 것 같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5일(이하 현지시간) 잇따른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로 인한 혼란이 몇 주 동안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번 사태가 갖는 중요성을 ‘푸틴의 권위에 대한 직접적 도전’이라는 점에서 찾고 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그는 또 현재 러시아의 핵무기가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는지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전하면서 러시아 내 미국인들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양국 정부 간 접촉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쿠데타 참여 병력들의 향후 운명에 대해 블링컨 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장으로 복귀할지 러시아 정규군에 편입될지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용병 바그너 그룹이 지난 24일 일으킨 쿠데타는 곧 종식됐지만 ‘짜르’로 불려왔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리더십에 큰 상처를 남긴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일은 러시아 내 급변사태 발생 가능성을 확인해준 사건으로서 러시아 내정을 새로운 지정학적 변수로 등장시키는 계기가 됐다.

러시아 바그너그룹 용병들.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 바그너그룹 용병들.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안 그래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국제정세를 불안케 하며 공급망 혼란을 야기해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쳤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파장을 키워가며 공급망 혼란을 재연시켜 국제유가 급상승 등의 부작용을 낳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지난주 국내외 증시에서는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을 시사하는 6월 구매관리자지수(PMI) 등 몇몇 지표와 단기 급등에 따른 견제심리 등으로 주가가 하락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금요일 종가 기준으로 코스피는 전주 대비 2.12% 하락했고, 뉴욕증시 3대 지수도 각각 1.5% 내외의 주간 하락률을 기록했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외국인들이 차익실현 매물을 쏟아내며 순매도로 돌아선 것이 지수 하락의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런 현상은 당분간 더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의 정세 혼란이 지정학적 불안 요인으로 가세함으로써 투자자들은 한결 조심성을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주 증시 흐름에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매파적 발언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그가 미 의회에 잇따라 출석해 “물가 상승률 목표치 2%에 도달하려면 갈 길이 멀다”, “연준 위원 다수가 연내에 두 차례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한 것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데 일조했다.

파월 의장은 이번 주에도 공개 석상에서 발언할 기회를 갖는다. 28일 포르투갈에서 열리는 유럽포럼과 29일 스페인 중앙은행 주최 콘퍼런스가 그 무대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기타 이번 주에 관심을 끌 사안으로는 오는 30일 나오는 미국의 5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있다. PCE 가격지수는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지표로서 기준금리 흐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특히 주목할 점은 근원PCE 가격지수다.

최근 미국의 물가지수 추이를 보면 총지수에 비해 근원지수가 상당히 높은 수준임을 확인하게 된다. 소비자물가지수(CPI)와 PCE 모두 마찬가지다. 이 점을 염두에 둔다면 파월 의장이 왜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애널리스트들이 전망하는 미국의 5월 근원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전월 대비 0.3%, 전년 동기 대비 4.6%다. 이 수치는 전달의 0.4%, 4.7%와 비슷한 수준이다. 앞서 발표된 미국의 5월 근원CPI는 전년 동기 대비 5.3%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전달 상승률 5.5%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었다.

두 지수의 이런 흐름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기조에 아직은 큰 변화가 없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곧 발표될 PCE 물가의 실제 수치가 시장의 컨센서스와 비슷한 정도를 나타낸다면 파월 의장의 ‘연내 두 차례 금리 인상’ 발언에 대한 신뢰성은 보다 강화될 수밖에 없다.

곧 분기가 바뀜에 따라 투자자들은 상장사들의 실적에 대해서도 관심을 키워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증시에서는 다음달 7일 삼성전자의 2분기 잠정실적 등 실적발표가 줄지어 이어진다.

한편 26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1.45포인트(0.06%) 내려간 2568.65로 출발했으나 곧바로 상승 전환했다. 이후엔 2580선을 미세한 폭으로 오르내리는 모습을 나타냈다. 이날 코스피는 결국 전장 대비 12.10포인트(0.47%) 상승한 2582.20을 기록하며 거래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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