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금리가 지금보다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한 달 사이에 비교적 크게 감소했다. 반면 향후 집값이 상승할 것이란 전망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소비자동향 조사 결과’에 의하면, 금리수준전망지수는 전달의 114에서 105로 하락했다. 이는 반 년 뒤 금리가 지금보다 상승해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의 비중이 크게 줄었음을 의미한다. 이 지수는 ‘6개월 후 금리가 지금보다 오를 것’이라 대답한 사람이 그와 반대로 답한 사람보다 많을 경우 100을 초과하는 것으로 표시된다.
이 지수가 한 달 사이 9포인트 감소했다는 것은 금리 상승에 대한 일반의 기대가 그 만큼 낮아졌음을 말해준다. 황희진 한국은행 통계조사팀장은 그 원인으로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최근 기준금리를 나란히 동결한 점을 꼽았다. 한은은 최근 세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고, 연준은 이달 통화정책회의에서 15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 동결을 단행했다.
금리수준전망지수는 지난 4월 111로 올해 최저 수준까지 내려갔다가 다음달 114로 잠시 상승하더니 이번에 크게 하락하면서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여전히 기준선인 100을 웃돌고 있어서 금리 상승에 대한 전망이 아직은 그 반대보다 우세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6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전달보다 8포인트 상승해 100으로 올라섰다. 이 지수는 1년 뒤 집값 전망을 묻는 질문에 상승을 점치는 답이 더 많으면 100을 초과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1년 뒤에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 답한 사람 수가 더 많을 경우엔 100 미만을 나타낸다. 이번 집계치는 최근 수개월 사이 집값이 바닥을 다지면서 서울 일부 지역에서 상승 전환한 사례들이 등장한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수로만 보면 향후 1년 간 집값은 보합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다수 전문가들도 현재 인기 지역 위주로 집값 상승이 감지되지만, 기준금리와 경제성장률 전망치 등 거시경제 지표를 살펴볼 때 추세적 상승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의 상승은 지난 1년 간 큰 폭으로 가격이 하락한 이후 급매물이 해소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이날 이들 지수를 포함해 총 15개의 소비자동향지수(CSI: Consumer Survey Index)를 집계해 발표했다. CSI는 설문조사를 통해 소비자들의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과 향후 소비지출 전망 등을 확인한 뒤 그 결과를 지수로 나타낸 것이다. 앞서 기술된 두 개의 지수도 각각 금리수준전망CSI와 주택가격전망CSI란 이름으로 그 일부를 구성한다.
각각의 지수는 그 성격에 따라 ‘6개월 전과 비교한 현재’, ‘현재와 비교한 6개월 후 전망’, ‘현재와 비교한 1년 후 전망’ 등을 조사해 분석하는 방식으로 작성된다. 각각의 기준값은 100이다.
한국은행은 매달 이들 지수를 발표하면서 특히 현재생활형편, 생활형편전망, 가계수입전망, 소비지출전망, 현재경기판단, 향후경기전망 등 6개 지수만을 따로 묶어 소비자심리지수(CCSI: Composite Consumer Sentiment Index)라는 것을 산출해 함께 공개한다. CCSI는 일종의 심리지표로서 장기평균치(2003년 1월~2022년 12월)를 기준값 100으로 삼은 뒤 100보다 크면 경제상황 전반에 대한 소비자심리가 장기평균보다 낙관적임을, 100 미만이면 그 반대임을 의미한다.
CCSI는 한국은행이 각각의 CSI 못지 않게 중요시하는 경제지표다. 이 지수를 통해 경제상황의 향후 전개 양상을 점치면서 금리정책 등을 수립하는데도 도움을 얻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6월 CCSI는 100.7이었다. 전달에 비해 2.7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이 지수가 100을 초과하기는 13개월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최근의 100 초과 기록은 작년 5월의 102.9였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을 초과했다는 것 못지않게 한은이 중요시한 점은 4개월 연속 나타난 오르막 현상이다. 이 지수는 지난 2월 90.2로 주춤했다가 3월 92.0, 4월 95.1, 5월 98.0, 6월 100.7을 기록하는 등 오르막 행진을 거듭했다.
6월 CCSI 상승은 이 지수를 구성하는 6개 CSI가 모두 상승함에 따라 보다 큰 의미를 지니게 됐다. 황 통계조사팀장은 6월 소비자심리지수 상승의 원인으로 △경기부진 완화 기대 △대면활동 확대에 따른 소비 회복 △물가 상승세 둔화 등을 지목했다.
1년 뒤의 물가에 대한 전망을 조사한 결과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5월치와 동일한 3.5%로 집계됐다. 지난 1년 동안의 물가상승률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지수화한 물가인식은 전월보다 0.1%포인트 하락한 4.6%를 나타냈다.
이번 조사는 이달 13~20일 전국의 2500개 도시 가구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응답 가구 수는 2444개였다.
한편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최근 소비자심리가 반등하고 무역수지 적자폭이 축소되는 등 개선 조짐이 일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경기 측면에서는 대외여건 악화에 따른 수출 감소로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 부총리는 지금의 제반 상황을 종합해 심도 있는 논의를 벌인 뒤 다음 주 초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