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모처럼 2%대로 복귀했다. 물가가 1년 전보다 3% 미만의 상승률을 보이는데 그쳤다는 의미다.

하지만 수치상으로만 그럴 뿐 체감도는 영 딴판이다. 석유류 가격이 역대 최대 폭으로 하락하며 총지수를 2%대까지 끌어내렸지만 기조적 흐름은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게 그 이유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폭이 크게 축소되는 데는 기저효과도 상당 부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비교 시점의 물가가 워낙 높았던 탓에 그것을 기준으로 계산한 상승률이 낮게 나타났을 뿐이라는 얘기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1.12(2020년 100 기준)로 전년 동월에 비해 2.7% 상승했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이 2%대를 기록하기는 2021년 9월(2.4%) 이후 21개월 만에 처음이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6.3%까지 상승한 이후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흐름을 나타냈다. 지난 1월 5.2%를 기록한 이후에는 5달째 하락하는 모습이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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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상승률은 전달치에 비해 축소폭이 크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만하다. 전달의 상승률(3.3%)과 비교하면 축소폭이 0.6%포인트나 된다. 6월 소비자물가의 전월 대비 상승률은 0.0%였다. 물가가 한 달 전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음을 말해주는 수치다.

소비자들이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따로 조사해 집계하는 생활물가지수는 총지수 상승률보다 더 낮은 2.3%의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달 이 지수의 상승률은 3.2%였다. 생활물가 상승률 2%대 기록은 27개월 만에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전기·가스·수도요금의 6월 상승률은 25.9%였다. 서비스 가격은 외식가격(6.3%)의 상승에 이끌려 3.3%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농·축·수산물 가격은 1년 전보다 0.2% 상승했다. 농·축·수산물의 전월 대비 상승률은 -0.1%였다.

라면 가격은 1년 전보다 13.4%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라면 값은 정부의 강한 압박에 이달 초부터 일정 정도 하락했지만 6월 물가지수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통계청은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크게 축소시킨 원인으로 석유류 가격의 대폭 하락을 지목했다. 서비스물가 상승률이 둔화된 점도 6월 상승률을 낮추는데 일조한 것으로 분석됐다. 석유류 가격은 1년 전 대비 25.4%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하락폭은 1985년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이래 가장 큰 규모에 해당한다. 세부적으로는 경유가 23.5%, 휘발유가 23.8%, 자동차용 LPG가 15.3%의 하락률을 나타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전체 물가상승률에 대한 석유류의 기여도는 -1.47%포인트였다. 석유류 가격 하락이 없었다면 6월 물가상승률 집계치(2.7%)에 이 정도가 추가됐을 것임을 말해주는 자료다. 이를 거꾸로 해석하면 석유류를 제외한 다른 품목들의 경우 6월 물가상승률이 4%대 초반에 머물러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6월 근원물가지수는 그 같은 짐작이 틀리지 않음을 보여준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대변하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지난달 4.1%를 기록했다. 지난해 5월(4.1%) 이후 최저치이지만, 변동성이 큰 석유류 등을 제외한 물가의 전반적 흐름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임을 추론할 수 있게 해준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지난해 5월 4%대(4.1%)로 올라선 이후 13개월째 4%선을 웃돌고 있다. 정점은 지난 1월의 5.0%였다. 작년 5월부터 지난달까지 4.1~5.0% 사이에서 끈끈한 흐름을 이어왔음을 알 수 있다.

또 하나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도 1년 전 대비 3.5%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이 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채택하고 있는 근원물가다.

근원물가 상승률이 3%대~4%대의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은 소비자물가가 아직 2%대에 안정적으로 진입하지 못했음을 시사해준다. 총지수 2%대 진입이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은 2%대로 내려간 물가상승률이 다시 높아질 가능성을 거론했다. 상승률이 6월 이후 다시 높아져 연말엔 3% 안팎에 머물 것이란 전망을 제시한 것이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6월 물가동향이 발표된 이날 ‘물가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그같이 전망했다.

그는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하면서 2%대로 줄었다고 진단한 뒤 “근원물가는 완만한 둔화 흐름을 나타내는 가운데 지난번의 전망경로를 다소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근원물가 상승률이 한은이 지난 5월에 제시한 전망치(3.3%)보다 높아질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한은은 물가와 관련한 불확실성 요인으로 국제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공공요금 동향 등을 지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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