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한국의 경제규모가 13위로 밀린 것으로 추정된다는 분석 결과가 공개됐다. 최근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국민소득총괄팀 하남영 과장이 발표한 ‘2022년 국민계정으로 본 우리경제’라는 보고서를 통해서였다. 10위권을 맴돌던 한국의 경제규모 순위를 이처럼 크게 하락시킨 요인은 강(强)달러에 의한 원화가치 하락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1조6733억 달러였다.

명목 GDP 규모가 가장 큰 나라는 25조4627억 달러를 기록한 미국이었다. 2위는 17조8760억 달러의 중국이었다. 그 다음부터는 비교적 간격이 크게 벌어진 가운데 일본(4조2256억 달러), 독일(4조752억 달러), 영국(3조798억 달러) 등이 추격전을 펼치며 ‘톱5’를 형성했다. 이어 인도(3조96억 달러), 프랑스(2조7791억 달러), 캐나다(2조1436억 달러), 러시아(2조503억 달러), 이탈리아(2조105억 달러), 브라질(1조8747억 달러), 호주(1조7023억 달러)가 차례로 한국의 앞자리를 차지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한국은 2021년까지만 해도 연속 10위를 마크했으나 지난해에 3계단이나 순위가 밀려났다. 핵심 원인은 환율 변화였다. 한국의 지난해 명목 GDP는 2161조8000억원으로 전년(2080조2000억원) 대비 3.9% 증가했다. 문제는 달러 기준 명목GDP(1조6733억 달러)였다. 이 수치가 지난해 강달러의 영향으로 전년(1조8177억 달러)보다 7.9% 감소한 것이 문제였다.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해의 연평균 원/달러 환율 상승폭은 12.9%였다.

이와 관련, ‘연합뉴스’는 한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지난해엔 자원 수출국들이 환율에서 비교적 강세를 보이는 바람에 그 반작용으로 우리나라의 경제규모 순위가 밀린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실제로 지난해에 우리나라를 제치고 순위를 끌어올린 러시아와 브라질, 호주 등은 모두 석유와 광물 등 원자재 주요 수출국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보고서에 나타난 명목 GDP 순위표를 보면 한국을 100으로 했을 경우 미국의 한국 대비 규모는 1522에 달했다. 이를 통해 미국의 경제규모가 우리나라보다 15배 이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은 1068, 일본은 253, 독일은 244, 영국은 184로 집계됐다. 우리 바로 앞에 차례로 포진한 러시아·브라질·호주는 각각 120, 112, 102를 마크했다. 우리 다음 순위에 위치한 스페인은 91을 기록했다. 스페인의 지난해 명목 GDP는 1조5207억 달러였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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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경제규모 순위는 2018년 10위로 올라선 뒤 이듬해 12위로 내려갔다가 2020년에 10위로 복귀했고, 2021년까지 그 순위를 유지했다.

지난해 10위권에서 밀려난 우리나라가 올해 ‘톱10’에 복귀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우리의 112% 규모인 11위 브라질은 물론이고 102%인 12위 호주를 추월하는 것조차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2위 쟁탈전을 상정한다면 호주가 0% 성장에 머물고 우리가 2%를 성장해야 똑같은 경제규모로 동률을 이루게 된다. 하지만 올해 우리의 경제성장률은 1.5%에 도달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제시한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은 1.4%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로 1.5%를 제시하면서 호주는 그보다 높은 1.6%를 성장할 것이라 예측했다. IMF 전망이 맞아떨어진다면 호주와 우리의 경제규모 격차는 올해 이후 더 벌어진다.

[그래픽 = 한국은행 제공]
[그래픽 = 한국은행 제공]

환율도 당분간 비슷한 양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최종금리(Terminal Rate) 수준을 현행보다 높게 잡고 있는 만큼 이미 역전돼 있는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가 앞으로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그런 전망의 배경이다.

현재 한국(3.50%)과 미국(5.00~5.25%) 간 기준금리 차는 상단 기준으로 1.75%포인트나 된다. 이 격차가 더 벌어지면 국내에 들어와 있는 달러 자금이 높은 이익을 쫓아 미국으로 대거 이탈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 와중에 달러화 가치가 추가로 치솟으면 우리의 달러 기준 생산지표는 더욱 악화되는 흐름을 보이게 된다. 원화 베이스로는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국제사회에서 우리가 행사할 지불능력은 뒷걸음질을 치게 된다는 뜻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전년 대비 4.5% 증가한 4248만7000원이었다. 하지만 달러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7.4% 감소한 3만2886달러를 기록했다. 각자가 임의로 사용할 수 있는 돈의 규모를 나타내주는 1인당 가처분총소득(PGDI)은 지난해 2350만6000원으로 전년보다 6.8% 늘었다. 그러나 달러 베이스로 환산한 지난해 1인당 PGDI는 전년 대비 5.4% 감소한 1만8194달러에 머물렀다.

우리나라의 1인당 GNI는 2021년 기준 32위(3만5523달러)를 마크한 것으로 집계됐다. 7만81달러의 미국은 9위를 차지했다. 인구 5000만명 이상의 국가들을 따로 모아 집계할 경우엔 미국이 1위로 올라선다. 5000만 이상 인구대국 중에서 한국은 독일(5만2885달러), 영국(4만6338달러), 프랑스(4만5535달러), 일본(4만1162달러), 이탈리아(3만6216달러)에 이어 7위를 마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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