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4번 연속 동결했다. 13일 올해 다섯 번째로 열린 정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통해서였다. 한은은 올해 1월 기준금리를 3.50%로 0.25%포인트 올린 이후 2, 4, 5월의 금통위 회의에서도 연이어 현상 유지 결정을 내렸다.

한국은행의 이날 결정은 시장이 예상했던 대로다. 금리 동결 결정의 배경엔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한 한은의 우려가 자리하고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물가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는 마당에 금리 인상을 강행해 경제에 부담을 주는 것이 자칫 무리수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것 같다.

한은은 올해 우리경제가 1.4% 성장하는데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은 지난 5월 한국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1.6%에서 1.4%로 낮췄다. 그만큼 우리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게 전개되고 있음을 한은 스스로 인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부의 성장률 전망 경로도 비슷하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의 리오프닝과 반도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당초 예상했던 것만큼 충족되지 않으면서 경제 전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좀 더 강화된 결과라 할 수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사진 = 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사진 = 연합뉴스]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은 시간이 흐를수록 부정적으로 변해가는 추세를 보여왔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들보다 한 발 앞서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하는 경향을 지닌 민간 기관들일수록 더 그렇다.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로 한국금융연구원은 1.3%,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1.1%를 제시하고 있다.

정부는 여전히 ‘상저하고’를 외치고 있지만 수출이 기대와 달리 이렇다 할 회복세를 보이지 않는데다 내수도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한 정부가 낮춰 잡은 성장률 전망치도 달성되기 어려울 수 있다.

최근 새마을금고 사태가 금융불안의 불씨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 일정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적극 나서서 예금자 보호를 약속함으로써 ‘뱅크런’ 소동을 잠재웠지만 새마을금고가 안고 있는 근본적 문제는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게 사실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불러온 대출 부실화 등의 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물가가 더디지만 꾸준히 안정세를 회복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소비자물가는 6월 들어 2%대를 회복함으로써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 2.0%에 보다 가까워졌다. 6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 2%대 기록은 2021년 9월(2.4%) 이후 처음 나타난 일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은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열려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시장에 섣부른 오해를 심어주지 않음으로써 추후 있을지 모를 금리 인상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라고 판단된다.

현실적으로도 금리 인상 압력은 점차 커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당장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움직임부터가 그렇다. 현지에서의 대체적 전망은 연준이 이번 달 25~26일(이하 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이라는 쪽으로 기울어 있다.

핵심 쟁점은 이달 인상 후 금리를 또 올릴지 여부로 진전돼 있다. 그 시점이 9월일지 10월일지가 쟁점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인상 시점상의 차이가 있을 뿐 연준의 기준금리 종착점(최종금리)은 지금보다 0.50%포인트 높은 5.50~5.75%일 것이란 전망이 현재로서는 우세한 편이다.

연준이 이달 하순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하면 우리와의 기준금리 격차(상단 기준)는 2.00%포인트로 확대된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이 정도 상황까지는 감내할 준비를 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기준금리 동결 조치도 그런 각오와 연관돼 있을 것이란 의미다.

문제는 그 이후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5.75%까지 끌어올릴 경우에도 한은이 금리차를 감내하려 할 것인지가 의문으로 남게 된다. “한·미 간 금리차에 기계적으로 대응하지는 않겠다”는 이창용 총재의 말이 이 때까지도 유효할 것이라고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한국은행은 그간 줄기차게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려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이창용 총재는 5월 금통위 회의가 끝난 뒤에도 ‘구두 점도표’를 공개하면서 “6명의 금통위원이 최종금리로 3.75%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호주의 기준금리 인상 사실을 소개하면서 “한국이 절대로 못 할(올릴) 것이라 생각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13일 금통위 회의 직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비슷한 전언을 남겼다. 이달 금통위 회의에서도 자신을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전원이 최종금리가 3.75%로 결정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었다.

금통위원들의 의견을 빌려 언제든 기준금리가 추가 인상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전하려 한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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