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은행에서 변동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이자 부담이 한동안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지난 1월 이후 3.50%에서 반년 간 제 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현실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인식될 수도 있는 현상이다.

그러나 한은 기준금리는 한 나라의 금리정책 전반에 대한 가이드라인으로 기능하는 정책금리일 뿐 금융기관들이 직접적인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대상은 아니다. 만약 한은 기준금리를 일반 상업은행들의 절대적인 대출금리 기준으로 강요한다면 당장 관치금융 시비가 일어날 수 있다.

현실적으로도 은행들은 저마다 돈을 조달하는 방식과 능력에서 차이를 보이기 마련이다. 자연히 돈을 조달하는 비용이 은행마다 달라질 수밖에 없고, 그 결과 고객에게 돈을 빌려줄 때 붙이는 이율도 달라진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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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대출금리를 결정할 땐 합리성을 바탕으로 하는 기본원칙이 있어야 하는 만큼 은행들은 업계 자율로 그 대안을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그 대안 중 하나가 코픽스(COFIX)다. 코픽스는 국내의 5대 시중은행과 IBK기업은행, SC제일은행, 한국씨티은행 등 8개 은행들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를 말한다. 일종의 자금조달지수라 할 수 있다. 코픽스는 은행연합회에 의해 다달이 산출돼 매달 15일 공시된다.

코픽스 산출에 활용되는 자료는 다양하다. 은행들의 자금 조달이 여러 루트를 통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은행들의 예·적금 유치와 은행채 발행이다. 따라서 예금 및 적금 금리가 변하거나 시중의 채권금리가 오르내릴 경우 코픽스도 덩달아 움직인다.

코픽스는 은행들이 변동금리가 적용되는 주택담보대출을 고객에게 해줄 때 중요한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성격상 주담대 기준금리라 부를 수 있다. 은행들은 변동금리 주담대 대출을 내주면서 코픽스에 각자의 가산금리를 추가해 대출금리를 정한다.

시중은행들이 똑같이 코픽스를 기준금리 삼아 주담대 변동금리를 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마다 금리가 다른 것은 제각각인 가산금리 때문이다. 가산금리는 은행이 대출업무를 취급하면서 발생하는 각종 비용을 고려해 산출된다. 은행들은 나름의 가산금리를 대출용 기준금리(코픽스)에 덧붙여 각각의 주담대 금리를 결정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가산금리 ○%’라는 조건으로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이 사람은 매달 은행연합회가 산출하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에 해당 은행의 가산금리를 더한 이율의 이자를 내야 한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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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픽스에도 몇 가지 종류가 있다. 앞서 말한 신규취급액 기준은 해당되는 달에 조달한 자금을 기준으로 산출된 지수를 말한다. 대상월에 신규로 취급한 수신상품 금액의 가중평균금리가 곧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다.

잔액 기준 코픽스와 신잔액 기준 코픽스라는 것도 있다. 잔액 기준 코픽스는 대상월 말에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수신상품 잔액의 가중평균금리를 지칭한다. 잔액 기준 코픽스 계산 방식에 기타 예수금과 차입금, 결제성 자금 등을 추가해 산출해낸 것이 신잔액 기준 코픽스다.

코픽스는 주택담보대출금리 산출을 위해 개발된 지수다. 은행권의 신용대출 금리는 은행채와 양도성예금증서(CD) 등의 1년 만기 단기 시장금리에 연동돼 결정돼왔다. 그런 까닭에 변동성이 더 크다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은행들이 보다 안정적 흐름을 지닌 코픽스를 신용대출에 적용하지 않은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은행들이 부담하는 자금조달 비용은 시시각각 바뀌기 마련인데 코픽스로는 그 변화를 적시에 반영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일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은행들이 신용대출에는 코픽스를 적용하지 않아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신잔액 기준 코픽스를 신용대출에 적용하는 은행들이 나타나고 있다. 작년에 대출금리가 급격히 오르자 금융당국이 차주들의 부담 경감을 위해 은행들에 코픽스 연동 신용대출 상품 판매를 권고한 것이 그 배경이다.

코픽스는 최근 들어 상승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 여파로 변동금리로 주담대를 받은 차주들의 부담도 덩달아 증가하게 됐다. 은행연합회가 최근 공시한 바에 따르면 6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5월(3.56%)보다 0.14%포인트 높은 3.70%를 기록했다.

6월 잔액 기준 코픽스와 신잔액 기준 코픽스는 나란히 전달보다 0.04%포인트씩 올라 각각 3.80%와 3.18%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규취급액 및 잔액, 신잔액 기준 코픽스는 지난달에도 각각 전달 대비 0.12%포인트, 0.03%포인트, 0.05%포인트의 상승률을 기록했었다.

코픽스가 올라갔다는 것은 은행들이 대출을 위해 자금을 마련하는데 드는 비용이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변동금리가 적용되는 주담대의 금리는 지금보다 더 올라갈 것이 확실해졌다. 시중은행들은 18일부터 변화된 코픽스를 주담대에 반영한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신규 코픽스 기준 주담대 변동금리가 4.21~5.61%에서 4.35~5.75%로 올라간다.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적용되는 전세자금대출(주택도시보증공사 보증) 금리는 3.86~5.26%에서 4.00~5.40%로 상승한다. 신잔액 기준 코픽스가 적용되는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금리도 코픽스 인상에 맞춰 재조정된다. 기타 은행들도 코픽스 적용 대출상품의 금리를 비슷한 정도로 조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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