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요즘 미국 경제를 둘러싸고 현지 언론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용어 중 하나가 ‘골디락스’다. 미국 경제가 골디락스 상태를 이뤄가고 있다는 분석들이 제법 빈번하게 나오고 있는 것이다.

골디락스란 영국 동화 ‘곰 세 마리’에서 유래된 말로 죽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아 먹기 좋은 상태에 있음을 의미한다. 이 용어가 경제와 관련해 쓰일 때는 경기가 과열되지도 냉각되지도 않은, 적정 상태에 있다는 의미로 통용된다. 따라서 요즘 미국 언론에서 쓰이는 골디락스란 미국 경제가 쾌조의 조건에서 적정 속도의 성장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는 분석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분석은 한동안 우려를 낳았던 미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 약화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팬데믹과 공급망 혼란 사태 이후 미국 경제를 두고는 경착륙 위험성이 상존한다는 분석이 다수 제기됐었다. 구체적으로는 잠시 경기가 상승하는 듯하다가 다시 하강하는 ‘더블 딥’, 또는 높은 인플레이션 상황 속에 경기침체가 동반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초래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사리지지 않고 있었다.

[그래픽 = 로이터/연합뉴스자료]
[그래픽 = 로이터/연합뉴스자료]

그렇다면 무엇이 미국 경제에 대한 분석을 이처럼 달라지게 한 것일까. 현지 언론 보도들을 살펴보면 그 근거는 최근 생산된 각종 경제지표의 내용들이다. 그 중에서도 중요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이 인플레이션의 점진적 완화와 노동시장의 변함없는 견조함이다. 향후 흐름도 실업률이 유의미하게 늘지 않는 가운데 인플레이션마저 점차 완화돼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물가상승률 2% 목표에 차근차근 다가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플레이션 전망을 두고는 여전히 이론이 있고, 연준도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상황이 조금씩 호전돼 가고 있다는 분석에는 이론이 없는 듯 보인다. 단적인 예가 6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3%(전년 동기 대비)로 내려앉은 점이었다. 미국의 CPI 상승률은 지난해 6월 9.1%까지 치솟았으나 이후에 더딘 하락 흐름을 보이더니 올해 5월 4%, 6월엔 3%를 기록했다. 미국의 월별 CPI가 3%로 내려가자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을 기존의 25%에서 20%로 재조정했다.

앞으로의 흐름도 비교적 긍정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촉발된 글로벌 공급망 혼란이 점차 해소되면서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는 점이 일차적 배경이다. 일례로 미국내 휘발유 가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상태를 거의 회복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게다가 미국 등 서방의 대(對)중국 정책이 ‘디커플링’에서 ‘디리스킹’으로 서서히 전환됨에 따라 미·중 갈등도 더는 악화되지 않고 있다.

반면 미국의 고용시장은 지속적으로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미국의 6월 실업률은 3.6%로 집계됐다. 거의 반세기 만에 나타난 낮은 수치이자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그간 과열 양상을 보였던 노동시장이 별다른 어려움 없이 식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진 = 연합뉴스TV 캡처/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TV 캡처/연합뉴스]

나아가 임금 수준까지 적정 수준에서 인상이 억제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연준의 긴축 강화 없이도 인플레이션이 완화될 제반 조건들이 하나 둘 갖춰져 가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소매판매 동향도 골디락스 분석을 강화하는 소재가 되어주고 있다. 미국의 6월 소매판매는 계절조정 기준으로 전월 대비 0.2% 증가한 6895억 달러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해 미리 보도한 전문가들의 예상치(0.5%)에는 못 미쳤지만 증가 흐름은 그대로 유지됐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미국의 소매판매 상승세는 석 달째 지속됐다.

6월 소매판매가 시장의 예상치를 살짝 하회한 것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결국 연준이 과도하게 긴축 기조를 강화할 가능성을 차단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 그 이유다. 말하자면 소매판매지표가 적절한 결과를 냄으로써 골디락스 환경이 더 잘 조성됐다는 의미다.

이상을 종합하면 인플레이션이 점진적으로 완화되는 가운데 고용시장이 적정선의 임금 상승 흐름 속에 탄탄함을 유지하고 있고, 소비마저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정리할 수 있다. 미국 경제가 골디락스 상태를 유지함으로써 연착륙에 성공할 수 있음을 예고하는 내용들이라 할 수 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들어 달러화도 약세로 돌아서는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자산 보유 수단으로서의 달러화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 경제 연착륙에 대한 기대가 커짐에 따라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지고, 대신 위험자산에 눈길을 돌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것과 맥을 같이 하는 말이다.

지난해 4월 이후 100 이상을 유지해오던 달러 인덱스는 이달 들어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더니 최근 수 일째 100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달러 인덱스는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를 표시해주는 지수다. 달러화 약세로 인해 원/달러 환율은 이달 중순 이후 1200원대 중후반대에서 안정적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하반기 미국 경제에 대한 전망이 불확실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물가가 지금처럼 안정세를 이어가줄지를 확신하지 못하는 듯한 반응들도 남아 있다. 미국경제의 침체 가능성을 부인하는 옐런 장관조차도 6월 CPI 물가를 두고는 “한 달 간의 수치”라고 말했다. 이것 하나만 보고 낙관론을 펴기엔 무리가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표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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