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올해 2분기 중 우리 경제가 전기 대비 0.6%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성장률 자체도 높지 않았지만 내용 또한 만족스럽지 못했다. 힘겹게 성장세를 이어갔으나 ‘불황형 성장’이란 논란을 낳을 만한 요인을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2/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로 0.6%에 그쳤다. 이로써 우리 경제는 일단 두 개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이루는데 성공했다.

우리 경제는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한 2020년 1, 2분기에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했지만 이후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는 9개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이뤘다. 지난해 4분기에 잠시 마이너스(-0.3%)로 돌아섰으나 일시적 후퇴였을 뿐 올해 1분기엔 0.3% 플러스 성장을 달성했다. 그리고 이번에 2연속 플러스 성장을 이루는데 성공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문제는 내용이었다. 그나마 플러스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수입이 크게 감소한 덕분이었다. 수입이 더 크게 줄어 무역수지가 억지 흑자를 냈을 때 ‘불황형 흑자’라 부르듯, 이번처럼 수입 감소 덕에 순수출(수출-수입)이 늘어 성장률이 견인됐다면 불황형 성장 케이스라 할 수 있다.

바람직하기로는 수출이 크게 늘어 순수출 규모가 커지고 그 결과 실질 GDP가 늘어나는 것 만한 것이 없다. 하지만 2분기 GDP 집계 결과는 그와 거리가 멀었다.

실질 GDP는 소비와 투자를 아우른 개념인 내수에 순수출이 더해져 이뤄진다. 내수와 순수출의 합이 GDP이므로 둘이 골고루 늘어나야 안정적인 경제 성장이 진행된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민간 소비 의존도가 높은 미국과 달리 우리경제는 그간 수출 주도로 비교적 높은 성장세를 유지해왔다.

최근 들어서는 그런 행태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팬데믹과 공급망 혼란,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 등 국제환경 변화에 의해 수출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저성장 국면에 접어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내수가 눈에 뜨게 증가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올해 1분기엔 내수가 수출 부진의 공백을 어느 정도 메워주었으나 2분기엔 그마저 뜻대로 되지 않았다. 2분기 성장률을 부문별로 살펴보면 민간소비는 음식·숙박 등 서비스를 중심으로 0.1% 감소했다. 민간소비는 전 분기에 0.6% 성장하며 전체 분기 성장률을 끌어올리는데 크게 기여했다.

[자료 = 한국은행]
[자료 = 한국은행]

이를 두고 한국은행은 연초 방역조치 해제로 1분기에 민간소비가 급격히 늘어났고, 그로 인한 기저효과가 2분기에 나타났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여기에 더해 5월 기상여건이 좋지 않았던 탓에 대면 활동이 위축된 점이 2분기 민간소비 위축을 심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엎친 데 덮친 듯 정부소비도 덩달아 줄어들었다. 정부소비 감소폭은 1.9%나 됐다. 2000년 4분기의 -0.4%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다. 2분기 들어 코로나19 및 독감 환자가 크게 줄어드는 바람에 건강보험 지출이 감소한 것 등이 이유로 작용했다.

내수의 또 다른 구성요소인 건설투자와 설비투자도 각각 0.3%, 0.2%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출과 수입도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각의 감소폭은 1.8%와 4.2%였다. 수출은 반도체·자동차 등이 증가한 반면 석유제품과 운수서비스 등이 줄어든 탓에, 수입은 원유와 천연가스 등 원자재 가격이 하락한 덕분에 저마다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둘 모두 감소했지만 그 폭에선 큰 차이가 발생했다. 수입이 더 크게 감소하는 바람에 순수출이 플러스 성장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 점이 우리 경제가 올해 2분기 중 내수 부진에도 불구하고 플러스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다.

순수출이 2분기 경제 성장률에 기여한 정도는 1.3%포인트나 됐다. 항목별 기여도 분석 결과를 보면 순수출은 2분기 성장률을 끌어올리는데 기여한 유일한 요소였다. 반대로 내수의 2분기 성장 기여도는 -0.6%포인트로 집계됐다. 내수 성적이 2분기 성장률을 0.6%포인트만큼 갉아먹었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내수의 마이너스 성장기여도는 민간소비와 정부소비, 건설투자의 부진이 합쳐진 결과였다. 이들 세부항목 각각의 성장기여도는 -0.1%포인트, -0.4%포인트, -0.1%포인트 등이었다.

올해 1, 2분기 성장률이 만족스럽지 못하게 나타나면서 연간 성장률 목표치(1.4%)가 달성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단 한국은행은 상저하고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예상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상반기 성장률이 0.9%임을 고려하면 하반기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1.7%는 나와야 산술평균해서 연간 1.4%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 대비로 치면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0.7% 이상의 성장률이 나와야 한은 전망치에 도달한다는 얘기다.

한은은 2분기 성장률 집계 결과를 두고 ‘불황형 성장’이란 표현을 쓰는 데 대해 적절하지 않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한은은 그 이유로 기저효과로 민간 소비가 더 부진한 것으로 비쳐진 점, 수출도 자동차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늘고 있다는 점 등을 거론했다. 한은 관계자는 우리 경제 상황이 불황이라기보다 부진에서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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