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또 하향조정했다. 기획재정부가 26일 공개한 바에 따르면 IMF는 최근 발간한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한국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4월 보고서)보다 0.1%포인트 낮춘 1.4%로 제시했다.

한국 성장률 전망치 하향조정은 지난해 7월의 수정전망을 시작으로 5차례 연속 취해졌다. IMF는 작년 7월 보고서에서 한국의 2023년 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2.1%로 대폭 낮춘 바 있다. 이후에도 그해 10월과 올해 1월, 4월, 7월에 보고서를 내면서 매번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수정해왔다.

우리로서 더 불편하게 느껴지는 점은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치가 지난해 10월 이후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흐름을 보여 왔다는 사실이다. IMF는 작년 10월만 해도 2023년 세계경제가 2.7% 성장할 것이라 전망했으나 그 수치를 지난 4월 2.8%, 이달 3.0%로 거듭 상향조정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에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2.0%, 1.5%, 1.4% 순으로 낮춰왔다. IMF는 작년 10월 보고서를 통해 한국경제의 2023년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0%로 낮춘 바 있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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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의 이번 수정전망치는 우리 정부 및 한국은행의 전망치와 동일하다. IMF가 각국으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해 세계 및 국가별 성장률 전망치를 추산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관련 발표내용에 특별한 의미를 따로 부여할 필요는 없다. IMF가 한은과 정부 전망을 따라가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해당 보고서는 세계경제와 기타 경쟁국들의 개별 성장 전망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이번 보고서는 특히 한국의 성장경로가 세계적 흐름에 역행한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점은 세계적 흐름과의 단순한 괴리만이 아니다. 빠른 성장을 지속해온 중국이야 그러려니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성장할 대로 성장한 것으로 평가돼온 미국조차 올해 우리보다 큰 폭의 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됐다는 사실은 새삼 눈길을 끌 수밖에 없다. IMF가 전망한 올해 미국의 성장률은 1.8%다. 지난 4월 전망치보다 0.2%포인트나 높아졌다. 전망대로 간다면 미국과 우리의 경제규모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진다. 이는 신흥국들이 미국과의 간격을 좁혀가는 일반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제규모는 우리의 15배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최신 한국은행 자료(‘2022년 국민계정으로 본 우리경제’)에 의하면 지난해 미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25조4627억 달러였다. 한국의 지난해 명목 GDP 추정치는 1조6733억 달러에 그쳤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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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정체가 장기간 이어지는 바람에 오래 전 2위 자리를 중국에 내준 일본마저 올해엔 우리와 대등한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일본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4월 1.3%에서 이번에 1.4%로 상향조정됐다.

기타 주요 선진국들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영국 -0.3%→0.4%, 이탈리아 0.7%→1.1%, 스페인 1.5%→2.5% 등으로 상향조정됐다. 유로존 전체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보다 0.1%포인트 상향조정된 0.9%였다.

신흥국 그룹의 대표주자인 인도,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각각 0.2%포인트, 0.8%포인트 상향조정된 6.1%와 1.5%로 재집계됐다.

반면 유로존 리더 격인 독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4월의 -0.1%에서 -0.3%로 더 낮아졌다.

올해 세계 각국의 성장률 전망치 변화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한 가지 특징적 흐름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독일·한국 같은 제조업 강국들이 저성장의 늪에 빠져든 반면 관광산업이 활성화돼 있는 나라 등 서비스업 강국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구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사회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의 성장률 전망치가 석 달 만에 배 이상으로 뛰어오른 점도 시선을 끌었다. 이는 원유와 가스 등 자원 강국이 성장 경쟁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IMF는 세계경제 성장률이 종전 예상보다 커질 것이라 판단한 근거로 코로나19 종식에 의한 공급망 정상화, 미국을 중심으로 퍼졌던 금융불안의 점진적 해소, 인플레이션 압력의 빠른 완화 등을 지목했다.

IMF는 또 지금은 세계경제가 단기적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위험요인이 상존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시에 각국의 근원물가가 여전히 높은 만큼 긴축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권고하면서 △금융시장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재정 건전성 확보 △노동시장 유연화 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마치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을 염두에 둔 채 내놓은 지적인 듯 여겨지는 내용들이었다.

한편 IMF는 내년도 세계경제 및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로 3.0%와 2.4%를 각각 제시했다. 둘 모두 지난 4월의 기존 전망치와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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