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올해 상반기 경상수지가 간신히 흑자를 기록했다. 6월 수지가 58억7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반기 누적 실적을 전달보다 호전시킨데 따른 결과였다. 상반기 전체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24억4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겨우 흑자 기조를 유지했지만 작년 상반기의 248억7000만 달러에 비하면 9.8%에 불과한 규모다.

이로써 상반기 누적 기준 경상수지는 12년째 흑자 기조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상반기 경상수지는 한국은행의 당초 예상을 상회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한국은행이 지난 5월 제시한 올해 상반기 경상수지 전망치는 16억 달러 적자였다. 올해 상반기 경상수지에 대해서는 한은 외에도 다수 기관들이 적자를 예상했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당초엔 여러 기관이 상반기 적자를 전망했었다고 지적하며 “우려했던 것보다는 양호한 실적”이란 평을 내놓았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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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6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월별 경상수지는 두 달째 흑자를 보였다. 4월 7억9000만 달러 적자였던 경상수지는 5월 19억3000만 달러 흑자로 돌아섰고, 이달엔 흑자폭을 더 늘렸다.

6월 경상수지 흑자는 상품수지와 본원소득수지가 주도했다. 경상수지의 나머지 구성 항목인 서비스수지와 이전소득수지는 나란히 적자를 기록했다. 상품수지는 상품 수출입거래를, 본원소득수지는 대외 투자소득과 내국인 근로자가 해외에서 벌어들인 근로소득 등을 계상해 산출된다.

6월 상품수지는 39억8000만 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달(38억4000만)에 비해 약간 늘어난 규모다. 내용적으로는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크게 감소해 나타난, 이른 바 불황형 흑자의 성격을 지닌 것이었다.

이에 대해 한은 신승철 경제통계국장은 “불황이나 내수 부진보다는 IT(정보기술) 경기와 수입에너지 가격 약세 등 다른 요인이 작용했다”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반도체 가격이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탓에 수출액이 전보다 줄었고, 에너지 가격 약세로 수입액은 더 크게 줄어들어 상품수지가 흑자를 나타냈다는 것이었다. 물량보다는 가격 요인에 의해 상품수지가 결정된 측면이 강하다는 의미였다.

신 국장은 반도체의 경우 가격이 약세이지만 물량 자체는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점을 함께 강조했다. 이는 반도체 가격이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경우 상품수지가 빠르게 개선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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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수출은 1년 전보다 9.3%(55억5000만 달러) 줄어든 541억4000만 달러에 그쳤다. 월별 수출은 작년 9월 이래 10개월째 뒷걸음질을 쳤다. 품목별로는 석유제품(이하 통관 기준, -40.5%), 반도체(-28.0%), 화학공업 제품(-12.8%), 철강제품(-3.2%)이 부진했고 지역별로는 중국(-19.0%), 동남아(-17.9%), 일본(-3.7%), 미국(-1.8%)으로의 수출이 줄어들었다. 그 와중에 승용차 수출액만은 1년 전보다 60.7% 급증했다.

6월 수입은 수출보다 더 큰 감소율(10.2%)을 기록하며 501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수입 감소액은 56억9000만 달러다. 당월 수입은 감소액과 감소율 모두에서 수출을 웃돌았다.

수입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원자재 수입액의 변화였다. 6월 수입품 중 석탄과 원유, 석유제품의 수입액은 각각 45.3%, 28.6%, 19.7% 감소했다. 반면 승용차 등 소비재 수입은 6.8% 증가했다.

상품수지와 함께 경상수지 흑자를 주도한 본원소득수지는 6월 중 48억50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작년 6월에 비해 흑자폭이 17억7000만 달러 증가했다. 해외 현지법인 등의 배당소득 흑자가 전달 9억에서 6월 42억3000만 달러로 크게 늘어난 것이 결정적 원인이었다.

서비스수지는 26억1000만 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작년 같은 달(-5억9000만 달러)은 물론 직전월(-9억1000만 달러)보다도 적자폭이 크게 늘었다. 서비스수지 적자의 주된 요인은 여행수지 악화였다. 6월 여행수지는 12억8000만 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작년 같은 달(-6억5000만 달러)이나 직전월(-8억2000만 달러)에 비해 크게 증가한 적자액이다.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완화되면서 해외여행에 나선 이들이 많아진 게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여행수지는 휴가철이 본격화되는 7~8월에도 큰 적자폭을 보이며 서비스수지를 악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은 경상수지가 7월에도 흑자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상품수지와 본원소득수지가 서비스수지 적자를 메우고도 남을 정도는 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 그 이유였다. 관세청이 집계하는 통관기준 7월 무역수지는 16억 달러 흑자로 집계돼 있다. 무역수지 흑자는 2개월째 지속됐다. 이는 한은이 7월 상품수지 흑자를 전망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본원소득수지도 흑자가 예상되는 만큼 7월 경상수지 역시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한은은 통관기준 무역수지에 잡히지 않는 해외 생산부분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들어 7월 상품수지 및 경상수지의 정확한 규모는 예측하지 않았다.

한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7일 발표한 8월 경제동향을 통해 우리 경제가 저점을 지나 반등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을 제시했다. 그간 정부가 주장해온 ‘상저하고’의 현실화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진단이라 할 수 있다.

KDI의 분석을 뒷받침해준 결정적 요인은 반도체 경기 부진의 완화였다. 반도체 수출물량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기준으로 지난 4월 1.3% 감소했으나 5월에 8.1% 증가로 반등한 뒤 6월에는 21.6%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KDI는 7월 수출에 대해서도 비록 전달(-6.0%)보다 큰 16.5%의 감소율을 기록했지만 조업일수 변동과 기저효과 등이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을 제시했다. 일시적 요인에 의해 수출이 감소한 만큼 점차 상황이 나아질 것임을 시사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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