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올해 상반기 재정수지도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건전재정을 표방한 윤석열 정부의 2년차 국정운영에서도 대규모 재정적자 현상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10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8월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통합재정수지는 55조4000억원, 관리재정수지는 83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통합재정수지는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값이고, 관리재정수지는 사회보장성기금(사보기금) 수지를 배제한 채 따로 계산해낸 수입·지출 상황을 지칭한다.

사보기금은 이변이 없는 한 흑자를 내는 게 일반적이다. 어느 정부에서든 흑자를 내는 기금들인 만큼 여기서 생기는 수입은 정부의 살림살이 실력과 무관한 것으로 치부된다. 따라서 사보기금 수지를 제외하고 계산한 관리재정수지만이 당대 정부의 살림살이 행태 및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지표라 할 수 있다.

[사진 = 기획재정부 제공/연합뉴스]
[사진 = 기획재정부 제공/연합뉴스]

우리나라의 재정수지는 2019년까지만 해도 어느 정도 균형을 이뤄왔다. 2016~2018년엔 적어도 통합재정수지만큼은 10조원대~30조원대의 흑자 행진을 지속했다. 그 이듬해에 소폭(12조원) 적자를 기록했지만 이때까지는 비교적 안정적 흐름 이어갔다고 평가할 수 있었다.

재정 상황이 급격히 악화된 것은 그 다음해부터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의 도래로 재정지출이 커진 측면이 있었지만 지출을 과도하게 늘리는 바람에 통합재정수지는 2020년 71조2000억원 적자를 기록하게 됐다. 나라살림의 실질적 결과인 관리재정수지로 치면 당해 연도 적자 규모는 112조로 더 커졌다.

한 번 높아진 재정 의존도는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2021년엔 통합재정수지가 30조5000억원 적자를 기록, 다소 개선된 듯 보였지만 실질적 살림살이 결과인 관리재정수지 적자폭은 90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도 재정적자 상황은 개선되지 않은 채 통합재정수지는 70조4000억원, 관리재정수지는 110조8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 정도면 이제 100조 내외의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당연시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2018년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매년 관리재정 소규모 적자에 통합재정 소규모 흑자라는 일반적 흐름을 유지해왔던 게 엄연한 사실이다. 그런 관행은 한 번 무너진 이후 좀처럼 되살아나지 않고 있다.

올해 재정관리 상황도 수년간의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상반기 중 기록한 나라살림 적자가 이미 연간 목표치를 초과한 것이 그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이날 정부가 밝힌 올해 6월말 현재 관리재정수지 적자 누적액 83조원은 연간 목표치(58조2000억원)를 24조8000억원이나 초과한 규모다. 그나마 사보기금 수입이 적지 않았던 까닭에 통합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그보다 작은 55조4000억원을 기록하게 됐다. 어찌 됐든 통합재정수지가 이 정도 적자를 보았다는 것은 정부가 국민으로부터 거둬들이거나 기금운용 등으로 번 돈보다 쓴 돈이 그만큼 더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합재정수지의 산출 근거인 총수입과 총지출은 각각 296조2000억원과 351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상반기 총수입 중 국세수입은 178조5000억원이었다. 작년 동기에 비해 39조7000억원 감소한 액수다. 현 정부의 감세정책에 따라 법인세와 소득세, 부가세 등이 줄어든 점이 가장 큰 원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세수진도율은 44.8%로 집계됐다. 아직 연간 목표액의 절반에 못 미치는 세금만 거둬들였다는 뜻이다. 정부가 예상한 올해 국세수입 전망치는 400조5000억원이다.

정부는 세정지원 등에 따라 나타난 기저효과 등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상반기 세수 감소분은 29조5000억원 정도가 된다고 밝혔다.

세외 수입은 15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역시 1년 전보다 감소(-3조2000억원)한 액수다. 기금수입은 전년 동기보다 4조8000억원 증가한 102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재정수지 적자폭이 컸음에도 불구하고 총지출은 1년 전보다 57조7000억원 감소했다. 코로나19 방역 완화 조치로 인해 소상공인 손실보상 등 각종 지출 요인이 줄어든 것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수지가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한 것과 관련해 기재부는 “2분기엔 통상적으로 주요 세입이 적어서 관리재정수지 적자폭이 1년 중 가장 심화되는 때”라고 밝혔다. 이 점을 고려해 작년과 비교하자면 상반기 재정수지는 18조9000억원가량 개선된 수치라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국가채무는 6월말 기준으로 1083조4000억원을 찍었다. 전달보다 5조3000억원 감소한 수준이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작년 말과 비교하자면 국가채무 규모는 49조9000억원이나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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