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산업활동 실태를 보여주는 3가지 지표인 생산과 소비·투자가 지난달엔 일제히 악화됐다. 각각 전달 대비로 7월 전(全)산업생산은 0.7%, 소비 지표인 소매판매는 3.2%, 설비투자는 8.9% 감소했다. 소위 트리플 감소가 또 다시 재현된 것이다. 이는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7월 산업활동동향’에 의해 확인된 내용들이다.

통계청은 이 같은 결과를 두고 전반적으로 일시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통계청이 지목한 일시적 요인들은 여름철 기상악화와 자동차 판매 부진이었다. 지난달엔 기상이 안 좋아 대면 소비가 감소했고, 승용차 개별소비세(개소세) 인하가 6월에 종료된 탓에 자동차 판매량이 크게 줄어든 것이 7월 지표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달 승용차 판매는 전달보다 12.3%나 감소했다. 개소세 인하 종료를 앞두고 지난 6월엔 승용차 판매가 13% 증가했는데, 그 기저효과로 7월의 전달 대비 판매량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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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영향도 상당 부분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달엔 집중호우가 잦았던 탓에 대면 소비가 줄면서 숙박·음식점에서의 서비스업 생산이 전달보다 0.9% 감소했다. 해당 분야 생산의 전년 동기 대비 감소폭은 7.2%에 이르렀다.

지난 5~6월 조기집행됐던 공공행정이 7월 들어 6.5% 감소한 점도 생산지표를 악화시키는데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통계청은 분석했다.

하지만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미미해지면서 우리 경제가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확실한 만큼 산업활동 부진에는 구조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볼 여지가 많다. 데이터 자체를 놓고 볼 때 전달의 지표들은 향후 경기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예를 들면 제조업 재고율 증가나 설비투자의 대폭 감소는 하나 같이 향후 산업활동 둔화를 예고하는 것들이다. 따라서 정부가 강조해온 대로 하반기엔 경기가 반등해 ‘상저하고’가 실현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전산업생산(계절조정, 농림어업 제외)지수는 109.8(2020년 100 기준)로 전달 대비 0.7% 감소했다. 전년 동월 대비 감소폭은 1.4%다. 산업생산은 지난 4월 -1.3%를 기록했다가 5월(0.7%)과 6월(0.0%)엔 겨우 마이너스를 면했고, 7월에 다시 감소하는 흐름을 보였다. 광공업과 공공행정에서 생산이 감소한 게 주된 원인들이었다.

전산업생산의 주요 구성요소인 광공업 생산은 2.0% 감소를 기록했다. 광공업의 중요한 축인 제조업에서 2.0%의 생산 감소가 나타난 것이 결정적 원인이었다. 제조업 생산은 의복·모피(28.5%), 전기장비(2.8%), 의약품(3.0%) 부문 등에서 늘었으나 전자부품(-11.2%), 기계장비(-7.1%), 반도체(-2.3%) 등에서는 감소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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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에서는 출하가 전달보다 7.8% 줄어드는 바람에 재고가 1.6% 증가했다.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은 5.2%였다. 이로써 매출량 대비 재고량 비율인 재고율은 123.9%로 11.6%포인트 상승했다. 반도체 생산은 지난 2월(-15.5%) 이후 5개월 만에 2.3% 감소했다. 출하가 31.2% 줄면서 전월 감소했던 재고도 다시 증가(4.0%)하는 양상으로 돌아섰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제조업 재고율 상승이 중국 경제 부진으로 출하가 감소한데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전산업생산의 또 다른 축인 서비스업 생산은 0.4% 증가했다. 기상 악화로 숙박·음식점에서의 대면 소비가 감소하는 와중에 주식거래 수수료가 증가하는 등 금융·보험업 관련 서비스업이 호조를 보인 점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소비 지표인 소매판매액지수는 3.2% 감소했다. 2020년 7월의 4.6% 감소 이후 최대폭이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1.7%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승용차 등 내구재가 5.1% 감소했고, 의복 등 준내구재와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도 각각 3.6%, 2.1% 감소했다. 소비 지표 전반을 악화시키는 데는 승용차 판매 부진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7월의 궂은 날씨도 소매판매액지수를 악화시키는 작용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투자 부문에서는 설비투자가 8.9% 감소한 반면 건설기성(실제 시공실적)은 0.8% 증가했다. 7월 설비투자는 2021년(-12.6%)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달 설비투자 감소의 이면에는 기업들의 자동차 구매 축소가 자리하고 있다. 법인이 구매하는 자동차는 기타 운송장비들과 함께 설비투자로 집계되는데 7월엔 운송장비 전체 투자가 22.4%나 줄었다.

결국 지난달에 나타난 자동차 판매 부진은 소매판매와 설비투자에 두루 악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5포인트 내려간 99.6을 기록하며 2개월째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9.3으로 전월보다 0.4포인트 오르며 3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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