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월 들어 반등했다. 그 전달 2.3%(전년 동기 대비)를 기록하는 등 내리막길을 달려오던 물가 상승률이 지난달엔 1.1%포인트나 확대되며 3.4%를 나타낸 것이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월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2%4.8%4.2%3.7%3.3%2.7%2.3%의 흐름을 보였었다.

물가 상승률 반등을 두고 정부와 한국은행은 일시적 원인이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을 제시했다. 불순한 기상 탓에 과실값이 폭등했고, 국제유가가 다시 오르면서 전달까지 누렸던 기저효과가 사라진 점이 상승률 반등의 주원인이라는 설명이었다.

일시적 원인에 의해 상승폭이 바뀌었다는 것은 물가의 기조적 흐름은 별로 변하지 않았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이를 방증하듯 8월에 집계된 두 가지 근원물가 모두 전달과 동일한 상승률을 나타냈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3.9%,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3.3% 상승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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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한은은 소비자물가지수(총지수) 상승률이 9월엔 전달과 비슷하거나 다소 높은 수준을 보인 뒤 10월부터 다시 내려가 3%선을 오르내리는 흐름을 나타내리라 전망했다.

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33(2020년 = 100)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3.4% 상승했다. 상승폭으로 치면 지난 4월(3.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크다.

물가 상승을 주도한 것은 과실류였다. 폭염과 폭우 등으로 농산물이 1년 전보다 5.4%올랐는데, 그 중에서도 과실류 물가 상승세(13.1%)가 두드러졌다. 과실류 값은 지난해 1월 13.6% 상승 이래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보여주었다. 대표적 과실인 사과가 30.5%, 복숭아는 23.8%의 가격 상승률을 기록했다.

채소류 가격은 작년에 워낙 강세롤 보였던 탓에 1년 전보다 1.1% 하락했다. 하지만 전달 대비로는 16.5%나 상승했다. 이 역시 폭염에서 비롯된 결과였다.

석유류 가격은 11.0% 하락했다. 전달(-25.9%)에 비하면 하락폭이 크게 감소했다. 7월까지 이어지던 기저효과가 사라지고 최근 상승세로 돌아선 국제유가가 시차를 두고 석유류 가격에 반영되면서 나타난 현상이었다. 석유류 가격이 전체 물가 상승률에 기여한 정도도 전달의 -1.5%포인트에서 -0.6%포인트로 축소됐다.

전기·가스·수도 요금은 21.1%의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뒤늦게 국내 물가에 반영되는 바람에 8월 상승률이 크게 올라갔다. 전기·가스·수도 요금의 전월 대비 상승률은 0.1%였다. 전년 동월비를 기준으로 한 전기·가스·수도의 물가 상승률 기여도는 0.71%포인트나 됐다. 8월 소비자물가지수를 3%대로 다시 끌어올리는데 전기·가스·수도 요금 상승이 결정적으로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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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 물가를 포함하는 개인서비스 물가는 4.3% 올라 전체 서비스물가 상승률(3.0%)을 상회했다. 하지만 8월 개인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18개월 만에 가장 낮은 것이었다. 개인서비스 중에서는 외식물가의 상승률이 5.3%, 외식제외 상승률이 3.6%를 각각 기록했다. 개인서비스의 전년 동기 대비 물가 상승 기여도는 1.33%포인트로 여전히 높았다.

8월 외식물가 상승률은 절대 수치가 여전히 높았지만 2021년 12월(4.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2년여 간 외식물가가 얼마나 가파르게 상승했는지를 보여주는 결과라 할 수 있다.

공공서비스는 전년 동월 대비 1.7%, 전월 대비 0.5% 상승률을 기록했다. 공공서비스의 1년 전 대비 물가 상승 기여도는 0.20%포인트였다.

구매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아 소비자들이 가격 변화를 민감하게 느끼는 144개 품목의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9% 상승했다. 농산물값 상승이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는 올해 3월(4.4%) 이후 최대 폭의 상승률이다. 농산물 등 식품 전체의 가격 상승률은 4.7%였다. 생활물가지수는 체감물가로 통용되는 지수다.

기상여건에 크게 영향받는 55개 품목의 신선식품지수는 5.6% 상승했다. 올해 3월(7.3%)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신선식품지수를 구성하는 주요 품목은 신선 어개(물고기 및 조개류)와 과일, 채소 등이다.

전통적 근원물가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1년 전보다 3.9% 상승하며 전달 수준을 유지했다. 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3.3% 상승했는데 이 역시 전달과 같은 수준이었다. 이를 통해 물가의 기조적 흐름에는 변화가 없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향후 물가 추이에 대해 비슷한 전망을 제시했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차관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일시적 요인들이 완화되면서 10월 이후부터 물가가 다시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물가상황 점검회의’를 진행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월에도 8월과 비슷하거나 다소 높은 수준을 보일 것”이라며 “4분기 중엔 3% 내외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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