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아파트 선호 현상이 나날이 강해지고 있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올해 들어 그런 현상이 더욱 뚜렷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런 현상은 아파트가 생활 편의를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할수록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파트 중에서도 서울, 서울에서도 강남처럼 입지가 좋은 곳의 고가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특히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요즘의 추세인 듯 보인다. 다주택자에 대한 거부감과 세제상 부담 증가 등으로 ‘똘똘한 한 채’를 추구하는 흐름이 형성된 점이 그런 현상을 더욱 부추겼다.

이런 흐름 속에 서울에서는 매매가 10억원 초과 아파트의 거래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40%를 바라보게 됐다. 6일 부동산 정보 제공업체 경제만랩에 따르면 올해 1~7월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중 39.6%는 매매가 10억원 이상을 기록했다. 해당 기간 중 전체 거래 건수는 2만1629건이었고 그 중 8562건이 10억 이상에 거래됐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경제만랩의 분석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등록된 매매 사례들을 토대로 진행됐다. 이 시스템에는 부동산중개업소가 주택 매매계약을 중개한 뒤 신고한 실거래 내역이 그대로 게재된다. 신고는 중도금 및 잔금 지급에 앞서 이뤄진 매매계약서를 토대로 이뤄진다.

이번에 집계된 10억 이상 매매 비중은 2006년 관련 통계가 이뤄지기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아직 주택 가격이 작년 6월의 고점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는 곧 ‘입지 좋은 아파트’로의 쏠림 현상이 그만큼 심해졌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여기에 현 정부의 부동산 관련 대출 규제 완화가 더해지면서 입지 좋은 서울 아파트로의 쏠림이 더욱 강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만랩은 입지 좋은 고가 아파트에 대한 수요 증가와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대출 허용이 겹쳐지면서 10억원 이상 아파트의 거래 비중이 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서울 아파트의 10억 이상 거래 비중은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이 본격적으로 작동한 2018년부터 2021년 사이에 가파르게 늘었다. 이 비중은 2017년(11.1%) 처음으로 10%를 돌파했고 그 이듬해에는 12.5%로 완만하게 증가했다. 그러더니 2019년(25.6%)과 2020년(21.6%)엔 20%대로 올라섰고, 2021년엔 30%대로 한 번 더 상승했다. 2021년과 2022년의 서울 아파트 10억 이상 거래 비중은 나란히 36.4%를 나타냈다. 올해 들어서는 비중이 더 늘어 40%를 목전에 두게 된 것이다.

[그래픽 = 경제만랩 제공/연합뉴스]
[그래픽 = 경제만랩 제공/연합뉴스]

서울 자치구별 조사 자료를 보면 10억 이상 거래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89.3%의 서초구였다. 서초구에선 해당 기간 중 955건의 아파트 거래가 이뤄졌는데, 그 중 853건이 10억 이상 거래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비중이 가장 낮은 곳은 강북구였다. 강북구에서의 거래 건수는 총 447건이었고, 그중 10억 이상 거래 건수는 5건(1.1%)에 불과했다. 서초 다음으로 비중이 큰 자치구 순위는 차례로 용산구(86.2%), 강남구(85.5%), 송파구(77.4%), 성동구(67.4%), 마포구(63.9%), 광진구(60.2%), 종로구(57.5%), 강동구(53.9%), 양천구(49.9%), 동작구(49.8%), 영등포구(41.5%) 등이 차지했다.

10억 이상 거래 아파트의 비중 증가는 아파트값 자체의 최근 상승세와도 일정 부분 연관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들어 아파트 값은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꾸준히 올라가는 흐름을 보였다. 서울·수도권 아파트값이 이전의 전고점을 회복한 것은 아니지만 저점을 찍고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다만 추세적 상승이 이뤄질지를 두고는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KB국민은행 조사에 의하면 지난달 전국의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도 하락세를 멈추고 상승세로 돌아섰다. 조사 결과 8월의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년 2개월 만에 상승전환하며 4억9644만원을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의 8월 평균 매매가는 11억8519만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지난해 11월 조사 표본을 개편한 이후 처음으로 상승했다.

이 조사에서도 한강 이남의 상승세가 눈에 띄었다. 한강 이남 11개 자치구 아파트의 8월 평균가격은 14억2613만원이었다. 전달의 14억1896만원보다 다소 상승했다. 반면 강북의 14개구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9억1788만원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한 달 전(9억1990만원)보다 소폭 하락한 값이다.

경기도와 인천 등 수도권 아파트 값도 동반 상승해 평균 매매가가 7억1347만원을 기록하게 됐다. 작년 6월 8억1055만원을 기록한 이후 처음 나타난 상승이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