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수출입물가지수가 두 달 째 나란히 상승했다. 근본 원인은 최근 나타나고 있는 국제유가 급등세다. 수출입물가지수 중에서도 수입물가지수는 1~3개월 시차를 두고 국내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특히 일반의 관심을 끄는 지수다.

수출입물가지수는 수출 및 수입 상품의 가격 변동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하기 위해 생산되는 물가 관련 지표다. 두 지수를 비교하면 수출 채산성이나 교역조건 변동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이중 수입물가지수는 수입원가 부담 정도를 가늠케 하는 한편 향후 전개될 국내 소비자물가 흐름을 예측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

수출입물가지수는 기본적으로는 원화를 기준 삼아 작성된다. 한국은행은 이를 총지수로 삼으면서 계약통화기준지수와 달러화기준지수를 보조지수로 함께 작성한다. 결제하는데 사용한 통화를 기준으로 작성되는 계약통화기준지수는 환율 변동 효과를 제한한 채 수출입물가 변동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부산항 컨테이너들. [사진 = 연합뉴스]
부산항 컨테이너들. [사진 = 연합뉴스]

이들 각각의 계약에 사용된 통화를 원화로 환산해 작성한 것이 원화기준지수다. 따라서 원화기준지수는 물자 수급동향 외에 환율 변동의 영향도 함께 받는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 통계에 의하면 8월 수입물가지수(원화 기준 잠정치, 2015년 = 100)는 135.96으로 전월 대비 4.4% 상승했다. 수입물가의 전월 대비 상승률은 지난 6월 -3.9%의 상승률을 기록한 뒤 7월 들어 0.2%로 상승 전환했고, 지난달엔 4%대로 올라섰다. 8월 수입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3월(7.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8월 수입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로는 9.0% 하락했다. 지난해 중반 국제적으로 에너지 가격이 고공행진을 했던 데 따라 나타난 기저효과가 작용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지난해 봄 무렵 국제유가는 한 동안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을 만큼 고공행진을 한 바 있다.

수입물가 중 원재료는 광산품이 7.9% 상승한데 힘입어 전반적으로 높은 상승률(7.2%)을 기록했다. 자본재와 소비재는 전월 대비 1.6%와 1.9% 상승률을 나타냈다. 세부 품목별로는 원유(10.2%)와 나프타(9.5%), 벙커C유(17.8%), 메탄올(5.7%), 과일(6.0%) 등의 상승폭이 큰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광산품과 석유 관련 제품들의 수입물가가 크게 오른 것은 올 여름 들어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세를 보인 것과 관련이 있다. 국제유가(배럴당 두바이유 기준)는 7월에 평균 80.45달러를 기록했다가 8월 들어 86.46달러로 7.5% 상승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계약통화 기준 수입물가는 전달보다 2.2%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원/달러 평균 환율은 1318.47원이었다. 전월 대비 환율 상승률은 2.5%로 집계됐다.

8월 수출물가지수는 117.52로 7월(112.81)에 비해 4.2% 상승했다. 수출물가는 지난 6월까지 마이너스(-3.2%)를 기록했으나 7월(0.1%) 상승세로 돌아섰고 8월엔 상승폭을 더 키웠다. 8월 수출물가지수는 1년 전에 비해서는 7.9% 하락했다.

수출물가 상승을 주도한 것은 석탄·석유제품(15.4%)이 포함된 공산품이었다. 공산품 상승률은 4.2%로 농림수산품 상승률(1.0%)를 크게 웃돌았다. 세부품목별 상승률은 경유 19.7%, 제트유 22.1%, 휘발유 11.1%, 자일렌 6.4%, D램 2.4%, RV자동차 2.2% 등이었다. 환율효과를 제한한 계약통화 기준 수출물가지수는 전달보다 1.9%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수출입물가는 모두 4분기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들어 다시 상승하고 있는 국제유가가 당분간 주요 산유국들의 공급 제한 탓에 더 오를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현재 국제유가는 배럴당 90달러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이날 기준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의 10월 인도분 선물가는 배럴당 88.84달러, 11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가는 배럴당 92.06달러를 기록했다. 각각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가에 해당한다.

이날 발표된 석유수출국기구(OPEC) 원유시장 월례 보고서는 올해 4분기 중 세계적으로 하루 330만 배럴의 원유 공급 부족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 예측했다. 보고서는 4분기엔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원유 수요가 커질 것이라 예상하면서 공급 부족이 지금의 하루 180만 배럴보다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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