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지난주 코스피 흐름은 직전 몇 주 동안의 양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답답한 흐름을 이어갔다. 대략 2500~2600으로 형성된 비좁은 박스권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한 주 더 연출했다.

이런 양상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수 상승을 자극할 결정적 동인이 나타날 가능성이 별로 엿보이지 않고 있어서이다. 비교적 길어진 추석 연휴를 코앞에 두고 있다는 점 또한 관망세를 강화해 지수 변동성을 약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중기 관점에서도 특별한 호재는 부각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 기조가 조기에 완화 단계로 진입할 것 같지 않고, 국내적으로는 다음 달 공표될 3분기 기업 실적도 마땅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은 편이다.

지난 한 주 동안 코스피 종가는 전주 대비 53.6포인트(2.10%) 상승했다. 이전 몇 주 간의 추세에 비춰보면 비교적 큰 폭의 상승세라 할만 했다. 그나마 주 막판 이틀 간 전일 대비 1%대의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 2600대 턱걸이를 가능케 해주었다. 지난 주 코스피 지수를 이 정도로라도 떠받쳐준 것은 반도체와 이차전지 관련주들이었다.

미국의 한 주유소.에서 시민이 차량에 기름을 넣고 있다.  [사진 = AFP/연합뉴스]
미국의 한 주유소.에서 시민이 차량에 기름을 넣고 있다.  [사진 = AFP/연합뉴스]

이렇다 할 호재가 없는 반면 국제유가 상승이란 악재는 나날이 현실적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유종 구분 없이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선 국제유가는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증대시키는 주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유가는 주요국 중앙은행들로 하여금 긴축을 강화하거나 최소한 고금리 상태를 장기간 이어가도록 압박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번 주엔 증시에 영향을 미칠 이벤트가 많지 않다. 한 가지 주목되는 이벤트는 19~20일(이하 현지시간) 진행되는 연준의 통화정책 회의다.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선 기준금리 동결 결정이 내려질 공산이 크다.

현재 시장의 눈길은 이미 그 다음 FOMC(10월 31일~11월 1일) 회의로 넘어가 있다. 시장이 기대하는 이상적 시나리오는 연준이 향후 두 차례의 FOMC 회의에서 연이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더는 추가 긴축이 없을 것임을 시사해주는 것이다.

그럴 경우 투자자들은 금리 인하 시점을 가늠하면서 위험자산 매수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연준의 기준금리 전개 경로를 예측하는 데는 이번에 공개되는 점도표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점도표에는 이전 것에 없던 2026년 전망치가 새롭게 추가된다. 지난 6월 공개됐던 점도표에는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중간값)가 5.6%로 제시되어 있었다. 당시의 전망대로 되려면 연준은 5.25~5.50%인 현행 기준금리를 연내에 한 차례 더 인상해야 한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따라서 이번 점도표의 관전 포인트는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에 변화가 생겼는지를 우선 확인해보는 것이다. 만약 올해 말 전망치 중간값이 5.50% 미만으로 내려가 있다면 시장이 기대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한결 커질 수 있다.

하지만 그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표에 따라’, ‘라이브 미팅을 통해’ 기준금리를 결정해나가겠다고 밝혀온 점을 고려하면, 시장의 기대가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을 갖게 된다. 지난주 나타난 8월 물가지표들이 시장에 그리 우호적이지 않았다는 점이 그런 분석을 가능케 한다.

지난 13, 14일 미 노동통계국이 연이어 발표한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는 모두 시장의 기대를 웃도는 수준이었다. 8월 CPI 상승률은 0.6%로 전달(0.2%)보다 0.4%포인트, 같은 달 PPI 상승률은 0.7%로 전달(0.4%)보다 0.3%포인트 더 커졌다.

생산자들이 물건을 만들 때 드는 비용을 토대로 산출되는 PPI는 수개월 뒤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이를 감안하면 8월 PPI 집계치는 향후 소비자물가 전망을 어둡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전문가들이 예상한 8월 PPI 상승률 전망치는 0.4%였다.

연준 내부의 분위기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FOMC 위원들의 공개연설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번 블랙아웃이 해제되는 첫날인 오는 22일엔 리사 쿡 연준 이사가 발언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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