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최진우 기자] 우리 경제의 주역인 반도체가 서서히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全)산업생산 증가를 앞장서서 견인하는 한편 수출에서도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수출의 경우 반도체는 아직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감소율은 점차 줄어드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반도체 수출액 자체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그 배경이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8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해당월 전산업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은 전달보다 2.2% 증가했다. 2021년 2월의 2.3% 증가 이래 가장 큰 증가폭이다.

산업별로는 제조업을 포함하는 광공업이 5.5%, 건설업이 4.4%, 서비스업 0.3%, 공공행정이 2.5% 증가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전산업생산을 구성하는 4개 부문에서 일제히 생산이 증가한 것은 1년 5개월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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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에서도 광공업 생산은 2020년 6월(6.4%) 이후 3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그 중심에는 반도체 생산 증가가 자리하고 있었다. 8월 반도체 생산은 전달 대비 13.4% 증가했다. 지난 3월의 30.9% 증가 이후 가장 큰 폭에 해당한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8.3%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7월의 14.9% 이후 최대폭이다.

반도체 생산 증가 덕에 제조업 생산도 전달보다 5.6% 증가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전달보다 3.4%포인트 상승한 73.4%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8월의 74.3% 이후 최대폭이다.

서비스업 생산은 해외여행 등이 늘어난 데다 예술·스포츠·여가(6.2%) 부문에서 크게 늘어 전체적으로는 0.3% 증가율을 보였다.

투자도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설비투자가 3.6% 늘어 작년 8월(8.9%) 이후 가장 크게 증가했고 건설업체들의 실제 시공실적을 보여주는 건설기성은 전달보다 4.4% 증가했다. 건설 수주는 최근의 부동산 경기 부진과 건설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 탓에 1년 전보다 59.0%나 감소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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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산업생산 증가를 기대하게 하는 설비투자가 수치상으론 크게 증가했으나 내용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전월 대비 증가폭이 3%대를 나타냈지만 그 원인이 기저효과에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방증하듯 8월 설비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로 보면 14.9%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설비투자의 전월 대비 증가에는 기저효과 측면이 있다”며 작년에 비하면 기계류와 운송장비 등 투자가 모두 감소하는 등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비는 전달보다 0.3% 감소했다. 8월 소매판매액지수 감소는 승용차 등 내구재(-1.1%)와 의복 등 준내구재(-0.6%)의 소비가 줄어든 데서 비롯됐다. 전년 동월 대비로 치면 감소폭은 더욱 커졌음을 확인하게 된다. 내구재와 준내구재의 전년 동월 대비 감소폭은 각각 -2.1%, -7.2%였다. 내구재와 준내구재 소비의 감소는 소비자들이 새 제품 구입을 미루면서 기존의 물품들을 더 오래 쓰는데서 비롯되는 현상이다.

음식료품 같은 비내구재의 경우 전달보다는 소비가 0.2% 늘었으나 1년 전에 비해서는 5.6% 감소했다.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0.2포인트 하락한 99.4를 기록했다. 하락세는 6월(-0.2포인트)과 7월(-0.5포인트)에 이어 석 달째 지속됐다. 향후 경기상황을 예측하게 해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9.3으로 전월과 동일했다.

한편 반도체 수출은 올해 1분기에 바닥을 친 이후 회복 흐름을 이어갔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9월 반도체 수출은 작년 동기 대비 13.6% 감소했다. 하지만 이는 올해 들어 기록된 최저 감소폭이다.

올들어 월평균 반도체 수출액은 1분기 68억6000만 달러, 2분기 75억5000만 달러, 3분기 86억 달러로 점차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99억 달러를 기록, 작년 10월(92억 달러) 이후 가장 좋은 실적을 보여주었다.

반도체 수출액 증가는 비메모리 반도체 증가에 힘입은 바 크다. 우리의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는 8월 반도체 수출액에서 54.6%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메모리 반도체 수출액은 단가 하락 탓에 수출액이 1년 전보다 18%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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