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9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기 대비 3.7%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예상했던 물가 경로에서 다소 위쪽으로 벗어났다고 볼 수 있다. 국제유가 등의 흐름으로 볼 때 예상 경로 이탈은 이번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예상했던 대로 물가가 움직여줄지에 대해서 고개가 갸우뚱거려지기 때문이다.

정부와 한은은 지난 8월 소비자물가가 전년에 비해 3.4% 상승한 것으로 집계되자 4분기엔 물가 상승률이 3% 내외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다만, 9월엔 8월과 비슷하거나 다소 높은 상승률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을 제시한 바 있다.

한은의 말은 그간 미세하게 변해왔다. ‘8월부터 3% 내외’가 ‘4분기 3% 내외’로 한차례 바뀌는가 싶더니 이젠 ‘연말 3% 내외’로 또 바뀐 것이다. 통계청의 9월 소비자물가 동향이 발표된 5일 한은은 김웅 부총재보 주재로 물가상황 점검회의를 진행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달부터 둔화 흐름을 보여 연말엔 3% 내외 수준을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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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총재보는 9월 물가 상승률과 관련, “기저효과가 일부 작용한 가운데 유가와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서 전망 경로를 다소 웃돌았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를 예상하면서 “근원물가 상승률도 수요측 압력 약화와 기저효과 등으로 둔화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국제유가와 환율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높이는데 주된 역할을 한 것은 국제유가 변화였다. 최근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하는 바람에 전년 동기 대비 기준 석유류값 하락폭은 7월 25.9%에서 8월 11.0%, 9월 4.9%로 점차 줄어들었다. 이를 방증하듯 석유류의 물가 상승률 기여도는 7월 -1.49%포인트, 8월 -0.57%포인트, 9월 -0.25%포인트 등으로 점차 축소됐다.

이날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8월보다 0.3%포인트 높은 3.7%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 6월 2.7%, 7월 2.3%로 내려갔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과 9월을 거치면서 다시 3%대로 올라섰다.

특히 신경이 쓰이는 점은 두 개의 근원물가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와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가 각각 3.8%. 3,3%의 상승률을 기록했을 정도로 높다는 사실이다. 이는 물가의 기조적 흐름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체감물가라 할 생활물가 상승률이 지난 7월 1.8%로 내려갔다가 8월 3.9%, 9월 4.4%로 높아진 점도 우려를 낳을 만한 일이다. 올해 1월 6.1%를 기록했던 생활물가 상승률은 7월까지 지속적으로 내려갔으나 8월부터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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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물가지수가 높다는 것은 서민들이 느끼는 생활고가 심화됐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생활물가지수는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아 소비자들이 가격 변동을 민감하게 느낄 수 있는 144개 품목을 대상으로 집계된다.

농축수산물 가격도 3.7% 올라 전월(2.7%)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특히 농산물은 7.2% 올라 작년 10월(7.3%)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과(54.8%), 복숭아(40.4%), 귤(40.2%) 등 신선과실은 2020년 10월(25.6%) 이후 최대 폭인 24.4%의 상승률을 보였다. 신선과실은 계절 및 기상 조건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과실 품목들을 말한다. 생강(116.3%), 당근(37.2%), 쌀(14.5%) 등의 가격도 상승폭이 큰 품목들로 분류됐다.

향후 물가 전망에 대해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석유류 가격의 하락이 둔화됐다”며 앞으로도 국제유가 동향에 의해 물가 흐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물가가 기대치를 웃도는 수준을 보임에 따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지에 관심이 쏠리게 됐다. 한은은 올해 1월 기준금리를 한차례 인상해 3.5%로 결정한 뒤 줄곧 동결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물가 수준이 예상치보다 높아지고, 고물가 기간도 길어질 것이 유력시된다면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할 가능성은 그만큼 커질 수 있다.

최근 기업 및 가계 부채가 크게 늘어나고 있고, 원/달러 환율이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0월 31일~11월 1일 진행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 더 인상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점 등도 한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만약 연준이 차기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 더 올린다면 이미 역전 상태에 돌입해 있는 한·미 간 금리차는 2.25%포인트로 더 벌어진다.

한은은 차기 연준 FOMC 회의보다 열흘 쯤 앞선 이달 19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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