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올 들어 8월까지 누적된 우리나라의 실질적 살림살이 적자가 66조원에 도달했다. 연간 관리재정수지 적자 전망치이자 목표치인 58조20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정부는 당초 올해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58조2000억원을 넘지 않도록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정부도 지금은 목표 달성 여부에 대해 자신감 있는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관리재정수지는 정부의 살림살이 실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지표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빼 산출된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 수지를 제외해 따로 집계한 것이 관리재정수지다. 이런 개념 차이로 인해 대개는 관리재정수지 적자폭이 통합재정수지 적자보다 크게 나타나는 게 일반적이다. 통합재정수지 적자분 이상으로 재정지출을 더 많이 늘림으로써 벌어지는 일이다.

[사진 = 기획재정부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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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상은 최근 들어 나라 살림살이가 방만해지면서 일반화되어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그런 현상은 예외 없이 반복되고 있다.

12일 기획재정부(기재부)가 발간한 ‘월간 재정동향’ 10월호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의 관리재정수지는 66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6월 83조원, 7월 67조9000억원에 비해 개선된 수치이지만 연말에 정부 목표치에 수렴하도록 관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정부는 관리재정수지가 정부가 추진 중인 재정준칙 상의 원칙 범위 안에 들어갔다는 점만을 강조했다. 8월 기준 관리재정수지는 한 달 전보다 1조9000억원 개선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자 비율이 3% 아래(2.95%)로 내려갔다.

정부는 현재 적자 비율을 3% 이내로 관리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는 재정건전화법을 국회에 제출해두고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아직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에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요구하는 등 오히려 재정지출 증대를 주장하고 있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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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월까지 정부가 거둬들인 총수입은 394조4000억원이었다. 작년 같은 시점에 비해 44조2000억원 줄어든 액수다. 원인은 국세수입의 감소였다. 8월까지의 국세수입은 241조6000억원에 그쳤다. 전년 동기에 비해 줄어든 국세수입 규모는 47조6000억원이나 됐다.

기재부는 이와 관련, 세정지원 효과(10조2000억원)를 고려하면 실질적인 세수감소 규모는 37조4000억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세목별 세수 감소 규모는 소득세 13조9000억원, 법인세 20조2000억원, 부가가치세 6조4000억원 등이다.

세외수입은 한국은행의 잉여금 감소 등의 여파로 전년 동기 대비 2조8000억원 줄어든 19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기금수입은 1년 전보다 6조2000억원 증가한 133조5000억원에 달했다. 보험료 수입 증가 등이 주로 영향을 미친 결과다.

8월까지의 정부 총지출은 425조800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63조5000억원 줄었다. 이중 16조9000억원은 코로나19 대응 사업의 축소, 지방교부세·교부금 감소 등에 기인했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결과치인 통합재정수지는 8월 기준 31조3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정부가 사회보장성기금(사보기금)수지 흑자분 34조7000억원을 모두 쓰고도 모자라 총수입에서 31조3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해가며 지출을 늘렸다는 뜻이다. 그 결과 관리재정수지가 31조3000억원과 34조7000억원을 합친 66조원에 이르게 됐다.

8월 말 기준 국가채무는 1110조원에 이르렀다. 국고채 발행 규모가 상환 규모를 웃도는 바람에 한 달 전보다 국가채무 규모는 12조1000억원 증가했다. 그러나 9월에 국고채 상환이 대거 이뤄짐에 따라 한 달 후 발표(월간 재정동향 11월호)될 9월 말 현재 국가채무 규모는 이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전망하는 울해 말 국가채무 규모는 1101조7000억원이다. 정부는 관리재정수지 연간 전망치 근접 가능성에 대해서는 말을 삼가고 있지만, 국가채무 연말 전망치 수렴엔 어느 정도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국가채무만큼은 전망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관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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