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10월 들어 소비자들의 경제상황에 대한 전반적 인식이 전보다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향후 1년간의 인플레이션이 지금보다 높은 상태를 유지할 것이란 소비자들의 인식도 전보다 강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소비자들의 삶이 팍팍해진 가운데 물가는 앞으로도 더 올라갈 것이란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 기저에는 이스라엘-하마스 간 충돌에 의한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와 거기서 파생되는 국제유가 상승 우려 등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0월중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달보다 1.6포인트 내려간 98.1에 머물렀다. CCSI는 각종 소비자동향지수(CSI) 중 6개 주요 지수를 토대로 산출된다. 심리지표인 이 지수가 2003년 1월~2022년 12월 장기 평균치(100)보다 높으면 소비자들의 심리가 낙관적임을,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CCSI를 구성하는 6개 CSI는 현재생활형편, 생활형편전망, 가계수입전망, 소비지출전망, 현재경기판단, 향후경기판단 등이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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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 6월 100.7까지 올라갔다가 지난달엔 99.7을 기록하며 100 아래로 떨어지는 등 다달이 하락하는 흐름을 이어왔다. 10월 CCSI의 부진은 6개 구성 요소 가운데 소비지출전망을 제외하고는 모든 지수가 하락한데 따른 것이었다.

유일하게 하락을 면한 소비지출전망은 전달보다 1포인트 상승한 113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 또한 내막을 들여다보면 긍정적 결과라 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소비 여력이 늘어났다기보다 고물가로 지출액이 늘어날 것으로 응답한 사람들이 있었다”며 “본격적으로 소비지출전망이 개선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수 상승이 미미하다는 것과 고물가 상황까지 함께 고려해 이 말을 풀이하자면 오히려 소비가 위축될 것으로 전망하는 이들이 많았을 것이란 해석도 가능해질 수 있을 듯하다.

물가에 대한 소비자들의 전망도 비관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대변해준 것이 10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이다. 조사 결과 10월 기대인플레율은 전달보다 0.1%포인트 높아진 3.4%였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3.4%라는 것은 소비자들이 향후 1년 간 물가 상승률이 그 정도를 기록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대인플레이션율 상승은 지난 2월(0.1%p 상승) 이후 8개월 만에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소비자들의 이 같은 물가전망은 연말이면 물가 상승률이 3% 내외로 내려가고 이후 조금씩이나마 하락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한은의 기존 전망보다 비관적이다. 소비자들이 한은보다 고물가 지속 기간을 길게 예상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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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의 이런 인식은 물가수준전망지수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소비자들의 물가상황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지표인 물가수준전망은 7월 144까지 내려갔으나, 이후 147을 유지하더니 이번에 4포인트나 상승해 151을 마크했다. 물가수준전망은 현재와 비교한 1년 후 물가 전망을 보여주는 지수다. 이 지수가 100보다 크면 조사에서 긍정적으로 응답한 가구수가 많았음을, 100보다 작으면 그 반대였음을 알 수 있다.

물가상황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에 대해 황 팀장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의 영향으로 국제유가 오름세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공요금 및 농산물 가격 상승도 소비자들의 인식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했다.

고물가 기대가 반영된 듯 금리수준전망지수 또한 한 달 사이 10포인트나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10월 금리수준전망지수는 128을 기록했다.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삼되 향후 6개월 뒤 금리가 지금보다 올라갈 것이라고 인식하는 이들이 많으면 100보다 높게, 그 반대면 100보다 낮게 집계된다.

이에 대해 황 팀장은 미국 중앙은행 관계자들의 고금리 장기화 시사, 미 장기 국고채 금리 상승 등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주택가격전망지수(현재와 비교한 1년 뒤의 주택가격 전망)는 전달보다 2포인트 내려가 108을 기록했다. 이 지수는 지난해 11월 역대 최저치인 61까지 하락했다가 10개월 연속 상승하는 흐름을 보였으나 10월 들어 하락 반전했다.

이 지수의 하락 반전은 시중금리 상승 등으로 주택가격 상승에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 등에 따라 경기가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란 부정적 인식이 확산된 점도 주택가격전망지수를 낮추는데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 지수와 관련된 한은의 조사는 이달 10∼17일 전국 250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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