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증시에 부담을 주던 미국발 악재들이 하나 둘 효력을 잃자 투자심리가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분위기 변화는 뉴욕증시의 3대 지수가 지난 한 주 동안 5%대 또는 6%대 상승률을 기록한데서 뚜렷이 읽혀졌다. 코스피 지수 역시 지난 주엔 3주 만에 오름세로 전환하며 2.85%(65.53포인트) 상승률을 나타냈다. 지난 주 마지막 거래일의 코스피 종가는 2368.34였다. 지수는 주중 한 때 2270대 초반까지 내려갔으나 상승세로 돌아선 뒤 점차 기세를 올렸다.

분위기 변화의 결정적 계기는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 있었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동결이었다. 연준은 이날 이틀에 걸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면서 기준금리를 5.25~5.50%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시장이 보다 큰 관심을 기울인 대상은 연준 성명의 표현과 제롬 파월 의장의 기자 브리핑 발언 내용이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준금리 추가 인상 여지를 열어두긴 했으나 그 내용들은 전반적으로 온건했다. 그러자 시장에서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행진이 끝났다는 인식이 퍼져나갔다. 이를 방증하듯 최근 마의 5% 벽을 돌파하기까지 했던 미국 10년물 국채의 금리는 지난주 막판 4.5%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미국의 장기 시장금리는 그간 코스피 지수 상승을 억누르는 최대 악재로 작용해왔다. 하지만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대한 우려가 사라짐에 따라 장기 금리의 반등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한동안 지속됐던 장기 금리 강세는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상쇄시키는 작용을 해온 측면도 있었지만, 막상 연준이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내리자 금세 힘을 잃었다.

연준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는 미국의 고용시장 변화도 한몫을 했다. 고용 둔화 조짐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욕구를 자제시키는데 적지 않게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3일 미국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10월 비농업부문 고용 증가폭(전월 대비)은 15만명에 불과했다. 증가폭 자체도 작았지만 더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시장의 예상치 17만명에 못 미쳤다는 점이었다. 나아가 10월 실업률이 1년 9개월 만에 최고인 3.9%로 올라갔고,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달보다 0.2% 오르는데 그쳤다. 이런 정황들도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을 온건한 쪽으로 돌리도록 압박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대외발 악재가 소멸되는 분위기 속에 국내에서는 새로운 호재까지 등장했다. 수출이 지난 1년 동안의 부진을 멈추고 반등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의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5.1% 증가한 550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월간 집계치가 전년 동기 대비 플러스 증가를 보인 것은 13개월 만에 처음이었다. 무역수지도 16억4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흑자는 5개월째 지속됐다.

세계적으로 식량 가격과 유가가 하락세로 기운 점도 증시 분위기를 온화하게 만드는데 기여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식량지수는 9월보다 0.7포인트 떨어진 120.6을 기록했다. 추세적 하락 흐름을 이어간 것이다. 이 지수는 지난 3월 159.7로 정점을 찍었었다. 국제유가도 경기침체 우려 증대 등으로 하락 흐름을 이어갔다. 지난 주말 기준으로 주요 유종들의 선물가는 배럴당 80달러대에 머물러 있었다.

이번 주에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이벤트로는 파월 의장을 비롯한 연준 관계자들의 공개 발언이 있다. 특히 주목할 이벤트는 8일과 9일 있을 파월 의장의 발언이다. 연준 통화정책의 핫한 변수가 된 노동시장 상황 변화에 대해 그가 어떤 인식을 드러낼지가 주된 관심사다.

리사 쿡 연준 이사와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 등도 각각의 행사에 참석해 발언대에 선다.

한편 일요일인 5일 금융당국이 발표한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도 증시에 새로운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망되는 효과는 양면적이다. 다수 전문가는 단기적으로 일부 종목의 주가 하락 압력이 감소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수 전반에 대한 변동성이 커지고 외국인이 이탈할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수 변동성 확대 우려는 주가의 거품을 없애주는 공매도의 순기능이 사라지게 되는 것과 맞물려 있다. 외국인 이탈 가능성을 우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공매도 전면 금지가 한국 증시에 대한 대외 신인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공매도 금지가 한국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노력을 방해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그간 증시 주변에서는 지수 편입이 이뤄지면 코스피가 한 단계 도약할 것이란 기대가 자리하고 있었다.

6일부터 시작된 공매도 전면 금지는 내년 6월까지 지속된다. 금지 조치는 코스피와 코스닥, 코넥스 전 종목에 걸쳐 시행된다.

공매도 전면금지가 시작된 6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31.46포인트(1.33%) 높은 상태에서 거래를 시작한 뒤 종일 과열 양상을 보였다. 이날 종가는 전장 대비 133.57포인트(5.63%) 상승한 2501.57로 치솟았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