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근 20년 만에 변경된다. 정부가 제시한 부담 완화 방안이 일부나마 반영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에 대한 법률(재초환법)’ 개정안이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소위원회를 통과한데 따른 것이다.

이날 소위를 통과한 법안 중 변경된 내용의 골자는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의 부과 기준을 3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올리고, 부과 구간 단위를 현행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조정한다는 것 등이다.

부과 구간 단위가 조정됨에 따라 초과이익 환수 비율은 △8000만원 초과∼1억3000만원 구간에서 10% △1억3000만원 초과∼1억8000만원 구간에선 20% △1억8000만원 초과∼2억3000만원 구간에선 30% △2억3000만원 초과∼2억8000만원 구간에서는 40% △2억8000만원 초과 구간에서는 50%로 바뀌게 된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이밖에도 개정 법률안은 20년 이상 재건축 아파트를 보유한 집주인에 한해서는 부담금을 최대 70% 감면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유 연수가 15년 이상이면 60%, 10년 이상이면 50%를 각각 감면받는다.

재초환제는 재건축을 통해 오른 집값에서 건축비와 개발비용, 평균 집값 상승분 등을 제외하고 남은 이익에 대해 최대 50%를 세금으로 부과한다는 것을 주 내용으로 삼고 있다. 재초환제는 종합부동산세제와 함께 노무현 정부 시절 도입된 대표적 부동산 투기억제 방안으로 평가받아왔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재초환제에 명기된 부담금 부과기준과 구간 단위가 2006년에 결정된 이후 한 번도 수정되지 않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을 표해왔다. 주택 값이 그 사이 서 너 배가량으로 올라갔으니 그에 맞춰 부과기준 등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부안엔 부과기준선을 1억원으로, 구간 단위를 7000만원으로 올리자는 내용이 제시돼 있었다.

이에 맞서 야당은 부담금을 일거에 대폭 완화시키면 부동산 투기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정부안에 선뜻 동의하지 않았다. 야당의 반대엔 재초환제 손질에 대한 시민단체의 반발을 고려한 측면도 있었다.

이날 소위를 통과한 법안은 야당이 정부안을 일정 부분 수용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야당은 재초환 부담금 완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과도한 부담 경감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들어 재초환제 개선을 추진하되 부담금 부과 기준선을 6000만원선으로 정하고 부과 구간 단위도 4000만원으로 조정하자는 주장을 제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날 소위를 통과한 법률 개정안은 정부안과 야당안의 중간 지점에서 양측이 도출해낸 절충안이라 할 수 있다.

그간 부동산 시장 일각에서는 재초환제 등에 의한 규제 탓에 재건축이 원활히 추진되지 못함으로써 재산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나아가 부동산 경기를 침체시키는 한편 건축자재 가격 폭등 등과 맞물려 주택공급을 제약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게 분출돼왔다.

주택공급 제약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주로 서울 및 수도권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땅이 좁고 더 이상 개발할 공간이 없는 서울 등에 주택을 공급할 거의 유일한 대안이 재건축인데, 이를 규제하고 있으니 수요·공급 불일치가 발생해 주택가격이 폭등한다는 게 비판론자들의 논거였다.

이번 재초환제 개선으로 재건축 시장엔 다소나마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본격적인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기대하기엔 아직 미흡하다는 분석도 만만찮게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부동산 시장 규제 조치인 실거주 의무 등이 기존대로 유지되는 한 그 같은 기대가 반감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현행 주택법은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 적용 단지를 대상으로 최장 5년의 실거주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다수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을 확대하려면 실거주 의무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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