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유정환 기자] 각양각색 인디게임이 서울 한곳에 모였다. 전국 인디게이머들의 발걸음을 부른 곳은 ‘버닝비버 2023’.

인디게임&컬처 페스티벌인 이 행사는 이달 1일부터 3일까지 동대문디지털프라자(DDP)에서 개최됐다. 스마일게이트가 주최한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총 90개의 인디게임 체험부스와 함께 인디게임들의 개발 과정을 담은 기획전시, 무대 이벤트 등 관람객을 위한 인디게임 콘텐츠들이 소개됐다.

올해로 개최 2회를 맞이한 ‘버닝비버’는 관람객이 페스티벌을 일종의 게임으로 즐길 수 있도록 ‘비버월드로의 모험’이라는 세계관을 전시에 도입했다. 관람객은 현장에서 퀘스트를 달성해 전용 재화를 획득하고 굿즈 아이템으로 교환할 수 있었다. 버닝비버의 ‘비버’는 자기 체중 200배에 달하는 댐을 짓는 비버를 인디게임 창작자에 빗대 차용된 표현이다.

'버닝비버 2023' 행사장 입구. [사진 = 유정환 기자]
'버닝비버 2023' 행사장 입구. [사진 = 유정환 기자]

인디게임(Independent Game)이란 개인, 소규모 게임사에서 저비용으로 제작한 게임을 말한다. 대형 게임사나 유통업체 지원이 없이 만들어지는 대신 간섭받을 일도 없어 개발자 의도가 선명하고 독창적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영화계의 독립영화와 비슷한 지위 및 성격을 지닌 문화 아이템이라 생각하면 무리가 없을 듯하다.

이번 ‘버닝비버’를 채운 인디게임들 또한 제각각 고유한 매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지난 1일 방문한 버닝비버에서 수많은 게임 중 처음 플레이하게 된 게임은 데카트리게임즈의 비주얼 노벨 어드벤처 ‘편집장’이다. 신문사를 운영하는 게임이란 말에 직업적 호기심이 발동해 쉽게 눈길을 주게 됐다. 이 게임의 줄거리는 폐간 위기에 놓인 ‘새벽일보’에 기자였던 주인공(플레이어)이 편집장으로 파격 승진해 신문 1면 기사를 작성하는 게임이다. 게임 내 플레이어 선택에 따라 8개의 결말 중 하나의 결말을 마주하게 된다.

데카트리게임즈 이도현 대표는 기자에게 “처음엔 탐정 추리물을 구상했다, 그런데 해당 소재가 많아 고민하다 주인공이 신문사 편집장이면 새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제작하게 됐다”며 “혼자 제작했고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느라 제작에 2년 정도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게임 등장인물이 많은데 모두 실존 인물 같다는 물음에 “언리얼엔진 ‘메타휴먼’을 통해 가상인물 외형을 만들었다”고 답했다.

'안아줘요 동물맨션'을 선보인 스튜디오806 부스. [사진 = 유정환 기자]
'안아줘요 동물맨션'을 선보인 스튜디오806 부스. [사진 = 유정환 기자]

그 다음은 스튜디오806의 머지게임 ‘안아줘요 동물맨션’이다. 안아줘요 동물맨션은 관리소장(플레이어)이 동물 캐릭터들이 사는 맨션을 퍼즐을 풀면서 한 층씩 올라가는 게임으로 카카오톡 이모티콘에서 인기를 얻은 '바들바들 동물콘' 기반 머지퍼즐 게임이다. 오는 6월 정식 출시를 준비 중이지만 이번 버닝비버에서 미리 플레이해볼 수 있었다.

스튜디오806 현장 관계자는 제작 과정에 대해 “인원은 4~5명 정도로 제작 기간은 1년~1년 6개월가량 소요됐다”며 “액션퍼즐패밀리, 미니게임 등 다양한 캐주얼 장르를 살펴보면서 고민하다 손쉬운 게임들 중 우리 IP와 어울리는 게 무엇일까 논의한 끝에 가장 콘셉트에 어울리고 요즘 인기도 많아 친숙하기도 한 머지게임 방식을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원래 이모티콘으로 있는 IP인데 이모티콘을 그리신 작가님과 협약해서 게임으로 제작하게 돼 다양한 캐릭터가 정말 많이 준비됐다”며 “열심히 만든 만큼 원작 팬분들이 만족하시길 바라고 안아줘요 IP를 잘 모르시던 분들도 저희 게임을 통해 캐릭터들을 많이 사랑해 주시고 게임도 많이 플레이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드아이스의 ‘플로리스 다크니스’ 또한 안대와 헤드폰을 낀 채 플레이하는 독특한 콘셉트로 눈에 띄었다. 플로리스 다크니스는 암흑 미로를 청각에만 의존해 탈출하는 게임으로 시각 장애인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플로리스 다크니스는 지난 15일 벡스코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굿게임상’을 받기도 했다.

데카트리게임즈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편집장'을 플레이하고 있다. [사진 = 유정환 기자]
데카트리게임즈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편집장'을 플레이하고 있다. [사진 = 유정환 기자]

버닝비버에선 ‘경기콘텐츠진흥원’ 부스도 만나볼 수 있었다. 경기콘텐츠진흥원 현장 관계자는 부스를 찾은 기자에게 인디게임 지원 사업들에 대해 설명하면서 “그동안 국내 게임 산업엔 양극화가 심했었는데 지난 2~3년간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분위기 전환을 상징하는 사례로 인디게임 ‘산나비’, ‘고양이와 수프’의 성공 등을 거론했다. 이어 “중소 게임사를 계속 지원하면서도 대형 게임사와 연계를 병행함으로써 다양성을 확보하고 시장 자체의 파이를 동시에 늘리는 쪽으로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디게임 플랫폼 ‘스토브인디’ 부스에선 창작자를 위한 인디게임 개발 관련 상담지원을 진행하고 있었다. 또한 플랫폼을 통해 온라인 전시관을 운영하고 있어 버닝비버에 직접 방문하지 못한 이들도 인디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했다.

스토브인디 현장 관계자는 기자에게 “스마일게이트도 크로스파이어 개발 당시엔 소규모 스타트업이었다, 말 그대로 인디게임에서 시작했었다”며 “국내에선 PC게임의 경우 MMORPG가 주력이었고 모바일은 방치형 게임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면서 “지금처럼 다양한 게임성을 갖춘 장르 게임들이 많이 나와줘야 산업 자체가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게임도 결국 콘텐츠 산업이라 다양성이 기반”이라며 “요즘엔 콘텐츠 소모도 굉장히 빠르기 때문에 다양성이 갖춰져야 유저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시장도 커져 제2의 스마일게이트가 나올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평소 주류게임을 즐기던 기자에게 이번 방문에서 접한 인디게임들은 하나같이 낯설고 새로웠다. 방문하는 게임부스마다 개발자들의 애정이 뚝뚝 떨어지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 애정들은 온전히 자신들이 만든 게임에 대한 완성도와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게임은 콘텐츠다. 그리고 모든 콘텐츠는 소비를 통해 소모되고 대신 새로 생산된 콘텐츠가 그 자리를 대신하기 마련이다. 그런 과정이 분주히 이뤄져야 시장에도 활력이 넘쳐나게 된다. 그런 측면에서 도전적인 인디 게임이 게임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은 지대하다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인디게임의 자유분방함과 창의성이다. 이번 행사에서 기자가 발견한 것도 바로 그것이었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