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갑진년 새해를 맞아 1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전국에 생중계되는 가운데 신년사를 발표했다. 낭독하는데 20분 남짓 소요된 신년사의 주된 내용은 경제와 관련된 것이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초점을 맞춘 주제가 민생이었다.

신년사는 통상적인 새해 인사말과 경제 및 민생 관련 이야기, 외교와 안보, 글로벌 중추국가로의 도약에 대한 비전 등을 밝히는 순서로 구성돼 있었다. 이 중에서도 특히 길고 상세히 언급된 주제는 민생을 포함하는 경제였다. 경제 관련 언급이 신년사 전체에서 차지하는 분량은 4분의 3 정도에 달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700만 재외동포 여러분…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로 시작한 신년사는 곧바로 첫 주제인 경제 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강조한 내용은 1년 반여의 재임 기간 동안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것이었다. 윤 대통령은 일단 고금리·고물가·고유가가 우리 경제의 회복을 늦추는 바람에 민생의 어려움이 커졌다는 점을 밝히며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나름 최선을 다했지만 늘 부족하고 송구스러운 마음을 지니고 있었다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하지만 곧 대부분의 나라들이 고물가와 스태그플레이션에 시달렸다는 점을 내세움으로써 지난해의 경제난이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었음을 상기시켰다. 그리곤 우리나라가 나름 선방했다는 취지를 은연중 밝히고 나섰다. “글로벌 복합 위기 가운데에서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 다음엔 업적에 대한 설명이 나열됐다. 글로벌 복합위기 속에서도 민생을 국정의 중심에 두고 노력해왔음을 강조하며 건전재정 기조라는 원칙 하에 재정 여력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물가를 잡고 국가 신인도를 유지했고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시켰으며 △특히 보유세 부담 완화를 통해 국민 부담을 줄이는 한편 △반도체 등 국가 전략기술에 세계 최고 수준의 인센티브를 지원했고 △법인세를 인하해 기업의 고용과 투자 여력을 높였다고 역설했다. 이어 △다수의 국가첨단산업단지와 첨단전략산업단지를 지정했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킬러 규제를 혁파해 산업을 육성하고 시장을 개척했다고 자평했다.

이로써 2024년 새해는 대한민국 재도약의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것이 윤 대통령의 설명이었다.

그 다음엔 윤석열 대통령 정부의 의지 표명이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먼저 새해엔 글로벌 교역이 회복되고 경제 전반의 활력이 되살아나면서 수출 개선이 경기 회복과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가도 지금보다 안정될 것이라 기대하면서 “경제 회복의 온기가 취약계층과 사회적 약자에게 온전히 전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제시된 실천 방안 중 먼저 강조된 것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금융부담 완화였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금융권과 힘을 합쳐 나가겠다는 것이었다. 동시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가계부채 문제 등 잠재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고 주거 안정을 위해 도시 내 주택 건설을 늘려나갈 뜻을 피력했다. 이를 위해 재개발·재건축 속도를 높이고 1~2인 가구를 위한 소형주택 공급에도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자유 확대와 공정한 사회 만들기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는 의지도 재차 강조됐다. 그 일환으로 윤 대통령은 ‘부패한 패거리 카르텔’과 싸워나갈 것이라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경제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잠재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구조개혁의 필요성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 일환으로 노동·교육·연금 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접근 방식을 이용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큰 틀의 방안으로 과잉 경쟁의 문제를 지목하면서 국가 균형발전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끝으로 윤 대통령은 외교·안보 문제에 대해 언급하면서 글로벌 중추 국가로 성장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올해 대통령 신년사 전반을 관통하는 가장 핵심적인 주제어는 ‘민생’이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신년사에서 ‘경제’라는 단어를 19번 입에 올렸다. 신년사의 대부분을 차지한 큰 주제가 경제였으니 이는 당연한 결과였다. 경제 주제 중에서도 특히 강조된 것이 민생이었다. 이는 민생이란 단어가 신년사 속에 9번이나 들어가 있다는 점에서 그대로 확인됐다.

기타 주요 키워드로는 개혁(11회)과 산업(9회), 일자리(5회) 등이 눈길을 끌었다. 이들 키워드만 보아도 올해 신년사가 어디에 방점을 찍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신년사는 윤석열 대통령 정부의 주요 어젠다가 이전의 이념, 정의, 공정과 상식 등 정치·사회적 개념에서 경제적 어젠다, 그중에서도 민생 쪽으로 기울었음을 대변해주고 있다. 방향 전환의 계기는 지난해 10월 실시됐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였던 것으로 분석된다. 그간 외교·안보 정책 전환에 치중하면서 전 정부 세력과의 이념 대결에 몰두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던 것이 보선 패배를 자초했다고 봤을 것이란 의미다.

보선 패배 직전인 지난해 8월만 해도 윤 대통령은 “제일 중요한 게 이념”이라고 강조해 비판을 자초했었다. 문제의 발언 무대가 국민의힘 의원 연찬회였고, 좌·우 이념의 균형 필요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나온 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당시 연설은 이번 신년사 내용과는 결이 달랐던 게 사실이다.

신년사 내용에 대해 경제단체들은 반색하는 반응을 보였다. 산업계는 ‘민생’을 강조하며 킬러 규제 혁파, 첨단산업 지원 등의 의지를 밝힌 점에 특히 주목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논평을 통해 “킬러 규제 혁파와 첨단산업 육성을 통해 기업 혁신을 지원하고 노동·교육·연금 개혁과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행동하는 정부가 되겠다는 의지 표명에 깊이 공감한다”고 화답했다.

정치권 반응은 여·야에서 다르게 나타났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민생과 경제에 방점을 찍은 점을 거론하며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겠다고 다짐했다. 반면 제1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패거리 카르텔’을 거론한 점을 지적하면서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정쟁을 부추겼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최민석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고집과 불통”이란 표현을 동원해가며 “패거리 카르텔을 들먹이며 새해에도 국민 갈등과 정책을 부추기겠다고 선언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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