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미국 기준금리 조기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약화되기 시작했다. 그간 국내외 자본시장에는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 방향 전환(피벗)이 내년 초에 이뤄질지 모른다는 기대가 조성돼 있었다. 그런데 그 기대가 연준의 내부 분위기를 잘못 읽은 결과였다는 인식이 다시금 시장을 지배하게 된 것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연준의 정책 변화를 지나치게 낙관한데 따른 반작용이 나타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분위기 전환의 직접적 계기는 3일(이하 현지시간) 연준이 공개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었다.

시장은 12월 회의 의사록 내용을 매파적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인식했다. 시장의 반응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 뉴욕증시와 코스피 시장에서의 지수 동향이었다. 의사록 공개 당일 뉴욕증시에서는 3대 주요지수가 일제히 하락 마감됐다. 다우존스 지수가 0.76% 하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나스닥은 차례로 0.80%, 1.18% 하락한 가운데 거래를 마쳤다. 의사록이 공개된 시간은 장 마감을 두 시간 앞둔 오후 2시(동부시간)였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지수 하락을 주도한 것은 애플 등 금리 동향에 민감한 기술주들이었다.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도 4%까지 반등하며 분위기 변화를 방증해주었다.

의사록 내용을 확인한 뒤 개장한 국내 증시의 반응도 뉴욕증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장보다 14.87포인트(0.57%) 내린 2592.44로 출발한 이후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의사록 내용이 12월 FOMC 회의 직후 행해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 발언보다 더욱 매파적이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들이 제기됐다.

실제로 이날(한국시간 4일 새벽) 공개된 지난달 FOMC 회의록은 연준 내부 분위기가 여전히 매파적임을 보여주는 표현들을 담고 있었다. 의사록에 따르면 12월 FOMC 회의 당시 참가자들은 인플레이션이 위원회의 목표 이상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인플레가 2%로 회복된다는 확신을 가지려면 그에 대한 압력이 완화되고 있다는 더 많은 증거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원들이 지금의 금리 수준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고 있는지도 의사록에 나타나 있었다. 그 내용은 위원들이 이번 긴축 주기 동안 금리가 최고 또는 그 언저리에 도달해 있을 것이란 견해를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의사록엔 실질적인 정책 경로는 경제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발언도 포함돼 있었다.

이상의 내용만 놓고 보더라도 연준 위원들은 기준금리가 정점에 도달했거나 아직 그에 못 미쳐 있을 가능성을 동시에 염두에 두고 있음을 짐작하게 된다.

회의 참가자들은 또 통화정책 결정을 내릴 때 데이터에 의존하는 방식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사록에 의하면 연준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을 향해 명백히, 지속적으로 하락할 때까지는’(until inflation was clearly moving down sustainably toward the Committee‘s objective) 통화정책을 제약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음을 동시에 재확인했다.

의사록이 공개된 이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툴의 기준금리 기대 확률에서도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4일 오후 현재 CME페드워치 툴에 의하면 연준이 오는 3월 FOMC 회의(19~20일)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확률은 66.5%에 머물러 있었다. 전날의 80% 수준에 비해 크게 낮아진 것이다. 3월 회의 이후에도 기준금리가 현행 수준을 유지할 확률은 27.4%를 나타내고 있었다.

미국의 CNBC 방송은 의사록 공개 이후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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