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많은 비트코인이 세계 자본시장의 안방 격인 미국 뉴욕증시에 진입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거래소 상장 및 거래를 승인한데 따른 것이다. 승인을 얻은데 성공한 관련 ETF는 11개에 이른다. 이로써 비트코인 가치의 등락에 따라 수익이 달라지는 ETF들의 지분이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게 됐다.

이 일은 세계 자본시장 질서에 일대 변혁을 가져다줄 사건에 해당한다. 이번 조치가 뉴욕증시에서의 비트코인 직거래 허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비트코인 가치에 기반을 둔 금융투자 상품이 제도권 증시에, 그것도 세계 자본시장의 중심인 뉴욕증시에 당당히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심장한 일이다.

SEC의 이번 결정은 예고된 것이었다. 비트코인 현물 ETF의 상장 승인을 거부해온 SEC가 소송전에서 패한 것이 결정적 이유였다. 캐나다·독일·호주 등 일부 주요국들에서 이미 비트코인 현물 ETF의 제도권 거래소 상장이 허용되어 있는 현실도 이번 SEC의 결정을 어느 정도 예감하게 해주었다. 비트코인의 뉴욕증시 진입은 사실상 시간상의 문제로만 남아 있었던 것이다.

[이미지 = 연합뉴스]
[이미지 = 연합뉴스]

이제 우리에게 당장 중요해진 것은 이번 사건의 의미를 어떻게 이해하고 수용하느냐 하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중요한 것이 비트코인에 대한 인식을 어떻게 가져갈 것이냐 하는 점일 것이다. 이에 대해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었다. 그는 승인 당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가장 지속가능한 미래는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상품(ETP: ETF의 상위 개념) 주식의 상장·거래를 승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동시에 “(이번 결정이) 비트코인을 보증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하면서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및 암호화폐와 연계된 상품의 위험성에 계속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는 지수와 연계된 비트코인이 공인 투자자산으로 인정받게 된 셈이지만 이 일로 그 위험성이 줄어들거나 해소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었다. 투자자들 스스로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거래에 임하라는 경고를 처음부터 강하게 날렸다고 볼 수 있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 사건의 후폭풍에 대비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치열하고도 구체적 고민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비트코인이 사실상 제도권 자본시장 진입을 본격화한 마당이라면 우리도 조만간 그 흐름에 부응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지금의 흐름대로라면 비트코인 외에 이더리움 등 기타 가상자산들도 조만간 제도권 시장에 진입할 것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그래서 당장 필요한 것이 관련법 제정 및 개정이다. 제도를 미리 정비해두어야만 초위험자산들이 국내 자본시장을 휘저음으로써 기존의 전통적 주식거래 시장 등이 뿌리째 흔들리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게 된다.

하지만 우리 내부 분위기는 느긋하기만 하다. 적어도 공적으로는 가상자산이 내재가치를 지니지 못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고, 민간 차원에서도 아직은 가치 논쟁을 이어가는 단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물론 우리도 가상자산 관련 법규들을 일부 마련해두고 있기는 하다. 가상자산에 대한 법적 정의나 이용자 보호, 불공정거래 등과 관련한 규제 및 처벌 등의 내용을 담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대표적 사례다. 우리는 기타 가상자산 거래와 관련한 무질서 행위에 대해서도 여타의 기존 법률 등을 준용해 처벌해왔다.

문제는 우리 법제가 피해자 보호와 처벌에 초점을 맞추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이다. 그마저 아직 미숙한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향후 거래 방식과 유형이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보다 촘촘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가상자산에 대한 인식 변화와 거래 활성화가 새로운 산업 분야를 개척하는 긍정적 효과를 낼 것이란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아직은 불가능하지만 벌써부터 국내 금융사들은 비트코인 가격 등을 추종하는 펀드의 자산운용 및 상품 판매에 나서려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는 이런 점까지 고려해 입법 지원에 보다 적극성을 보여야 할 것이다. 돌아가는 상황을 살펴보건대 준비할 시간이 마냥 긴 것은 아닌 듯하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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