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금값 동향은 투자자들의 시대 불문 관심사다. 하지만 변동성이 비교적 큰 탓에 금은 누구도 섣불리 가격 전망을 말하기 어려운 자산에 해당한다. 올해의 경우 금값은 아직까지는 단기적으로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3년여간 금값은 전반적으로 상승 흐름을 이어왔다고 볼 수 있다. 최근 10년간의 추이를 되돌아보자면 금값 상승세의 가파른 정도는 2020년대 들어 한층 심화됐음을 느끼게 된다.

투자자들의 관심사는 그런 흐름이 올해에도 이어질 것이냐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한 전문기관들의 전망은 대체로 긍정적인 듯 보인다. 연초에 금값이 한동안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이는 최근의 달러화 강세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달러화 강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약화된 것과 연관성을 지닌다.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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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미국 CNBC 방송이 22일(이하 현지시간) 눈길 끄는 뉴스를 보도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 등의 전망을 인용한 보도의 요지는 올해에도 금값은 상승 흐름을 지속하리라는 것이었다. 방송에 따르면 UBS는 최근 금값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지난해 귀금속 값이 15% 정도 상승한 것에 비하면 별것 아니라는 취지를 밝혔다.

UBS는 또 연준이 취하는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의 힘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향후 연준의 정책 기조가 완화되면 금값 상승의 여지가 커질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UBS는 금값이 여전히 심리적 지지선인 온스당(1온스=28.35g=7.56돈) 2000달러(약 267만원)를 웃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단기적 변동성을 보이고 있지만 올해 연말까지는 금값이 온스당 2250달러 수준으로 상승할 것이라 전망했다. 캐나다의 스코티아뱅크도 올해와 내년 금과 은의 가격이 함께 오를 것이란 전망을 제시했다.

세계금위원회(WGC) 집계에 의하면 금값은 지난해 말 오르내림을 반복한 끝에 사상 최고치인 온스당 2078달러(약 277만원)를 기록했다. 최근 나타난 금값의 부침은 지난해 후반에 불거진 이스라엘-하마스 세력 간 전쟁에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금값의 변동성이 커진 게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의미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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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락이 이어진 가운데서도 지난해 말 금값이 최고치를 경신한 배경엔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자리하고 있었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2022~2023년에 걸쳐 보유자산 다각화의 일환으로 금 매입에 나선 점 또한 금값 상승을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UBS는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은 연준이 오는 5월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란 전망 하에 이뤄졌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UBS는 연준의 긴축 완화가 미국 달러화와 실질금리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등의 수요를 촉발시킬 것이라 내다보았다. UBS는 이어 “지속적인 거시(경제)와 지정학적 위험 상승 등이 헤지(위험회피)와 다각화를 위한 금 투자를 정당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전장보다 0.35% 하락한 온스당 2022.20달러(약 270만원)를 기록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최근 10년간 금 매입을 한 톨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은의 외환 보유 수단에는 달러화와 채권, 금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는 한은이 그간 금 투자를 전혀 하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이를 두고 과거 한은이 금 투자에 나섰다가 낭배를 본 경험이 그 배경을 이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금값의 변동성 탓에 손실이 또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에 금 매입을 하지 않고 있을 것이란 뜻이다.

이에 대해 한은은 금 보유량이 적다고 해서 생기는 문제는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달 19일 공개된 WGC의 집계에 의하면 한국은행의 금 보유량 세계 순위는 지난 10년 동안 4계단 내려가 현재 32위를 마크하고 있다. 지금 한은이 보유중인 금의 양은 총 104.4t이다. 이들 금은 모두 영국중앙은행(영란은행)에 보관돼 있다.

한은의 전체 외환보유액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1.7%에 불과하다. 한은은 2011~2013년만 해도 매년 40t, 30t, 20t의 금을 매입했지만 이후엔 금 매입을 시도하지 않았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한은의 금 보유량 세계 순위는 앞으로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현재 국가별 금 보유량은 미국 8133.5t,, 독일 3352.6t, 이탈리아 2451.8t, 프랑스 2436.9t, 러시아 2332.7t, 중국 2226.4t 등의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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