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유정환 기자]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불황에도 불구하고 ‘제 갈 길’ 가는 뚝심 행보를 보여 관심을 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3사는 최근 지난해 실적을 나란히 공개했다. 국제적인 전기차 수요 감소 영향이 배터리 업계에도 이어지는 형국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3사 중 가장 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다. LG에너지솔루션 ‘2023년 4분기 실적설명회’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2023년 연결기준 매출 33조7455억원, 영업이익 2조1632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31.8%, 영업이익은 78.2%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에 한해선 매출 8조14억원, 영업이익은 3382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매출은 2.7%, 영업이익은 53.7% 감소했다.

LG에너지솔루션 CFO 이창실 부사장은 실적설명회에서 “매출은 견조한 성장세를 보인 북미 지역 수요에 적극 대응하면서 2년 연속 30% 이상 고성장을 이어갔으며 영업이익 또한 물류비 절감, 수율 및 생산성 향상 등 원가개선 노력과 IRA Tax Credit 수혜를 통해 전년 대비 78% 상승했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 [사진 = LG에너지솔루션 제공]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 [사진 = LG에너지솔루션 제공]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을 이끌었던 북미 지역 성장률이 지난해 57%에서 올해 30% 초중반으로 주춤하는 등 종합적인 시장 성장세가 일시적으로 둔화할 것이라는 예상했다. 동시에 성장 모멘텀을 지속할 기회 요인이 상존한다고 내다보면서 구체적으로 우선 전기차 시장 수요 약세에 따른 완성차 업체들의 적극적인 가격 인하, 보급형 모델 출시는 소비자 구매심리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했다. 메탈 가격 하락세 장기화 또한 OEM들의 배터리 가격 부담을 완화해 향후 배터리 재고 재확보(Re-Stocking) 수요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생산시설 투자는 전년과 유사한 약 10조9000억원 규모로 진행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향후 수요 회복 시기에 성장 동력이 될 GM JV2 공장 및 스텔란티스·혼다·현대차 합작공장 등 북미 지역 내 생산거점 확대에 집중하면서 시장에 맞춰 효율적이고 유연하게 투자비를 집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25일 미국 배터리 개발 벤처기업 ‘사이온 파워’(Sion Power)에 지분 투자하면서 차세대 배터리 ‘리튬메탈전지’(Lithium metal battery) 기술 확보에 나서기도 했다. 양사 협의에 따라 현재 지분율과 투자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사이온 파워는 1994년에 설립된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 벤처기업으로 리튬메탈전지 핵심인 음극 보호층 관련 특허를 비롯해 470여 개 국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KAIST 공동 연구팀과도 리튬메탈전지 성능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붕산염-피란(borate-pyran) 기반 액체 전해액’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SDI 기흥사업장 전경. [사진 = 삼성SDI 제공]
삼성SDI 기흥사업장 전경. [사진 = 삼성SDI 제공]

삼성SDI는 2023년 연결기준 매출 22조7083억원, 영업이익 1조6334억원을 달성했다. 사상 최대 매출 실적으로 매출은 전년 대비 12.8%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9.7% 감소했다. 지지난해 4분기 실적은 매출 5조5648억원, 영업이익 311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7%, 영업이익은 36.5% 감소한 수치다.

삼성SDI는 수익성 감소 요인으로 중대형 전지의 경우 ESS 배터리 전력용 판매 감소, 원소재가 하락을 언급했다. 소형 전지의 경우 전동공구, Micro-Mobility, IT 제품 수요 회복 지연으로 인한 재고 증가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에 영향을 주었다는 해석이다.

삼성SDI는 자동차 전지 시장을 두고 고금리 지속 및 경기 침체로 단기적인 성장세 둔화가 예상되나 금리 인하 전망 등으로 하반기 성장세 회복을 예상했다. 또 미국 IRA 및 2025년 유럽 CO2 규제 강화 등 친환경 정책 영향으로 중장기적으로는 성장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SDI는 P5 및 P6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를 통해 매출 및 수익성을 제고하고 신규 플랫폼 수주와 미국 신규 거점 가동을 차질 없이 준비할 예정이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은 “2023년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주력 사업인 전기차용 전지의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미래 기반도 확보하는 등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며 “2024년에는 초격차 기술 경쟁력, Cost 혁신, 신규고객 확대 등을 바탕으로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최근 ‘꿈의 배터리’라고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주력하는 동시에 프리미엄 배터리 제품 ‘P6’ 양산에 돌입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 사이에 액체 전해질과 분리막을 고체 전해질 층으로 바꿔 발열과 인화성을 대폭 줄이고 안정성을 대폭 높인 배터리다. 5분 만에 80%가량 충전할 수 있고 주행거리도 800㎞ 이상으로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 한계를 극복할 차세대 배터리로 꼽힌다. 삼성SDI는 최근 전고체 배터리 S라인 준공하고 시제품 생산까지 착수하면서 2027년 상용화 목표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SK온은 2023년 연결기준 매출 12조8972억원, 영업손실 581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이 약 70% 증가하면서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으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그 의미가 퇴색한 부분도 있다. 4분기의 경우 매출 2조7231억원, 영업손실 186억원을 기록했다. SK온은 2021년 6880억원, 2022년 1조726억원으로 SK이노베이션 분리 이후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SK온은 자동차 전지 시장을 두고 단기적으로 고금리, 보조금 축소 등 성장률이 소폭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SK온은 기존 설비 최적 운영을 위해 라인 조정을 계획하고 있고 질적 및 양적 성장에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수주 확대에 힘입어 2023년 말 수주 잔고가 400조원 이상을 달성했다고 밝히면서 SK온 중장기 가동률 및 수익성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SK온은 2024년 전기차 수요 둔화 등 비우호적인 경영 환경임에도 신규 공장 가동을 힘입어 출하량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상반기엔 중국 헝가리 신규 설비 초기 판매 및 배터리 ASP 하락에 따라 일시적으로 수익이 둔화할 수 있겠으나 수율 및 배터리 가격 안정화로 하반기부턴 손익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성민석 SK온 최고사업책임자(왼쪽)와 존 반 스코터 솔리드파워 최고경영자가 지난달 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에서 기술이전 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 = SK온 제공]
성민석 SK온 최고사업책임자(왼쪽)와 존 반 스코터 솔리드파워 최고경영자가 지난달 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에서 기술이전 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 = SK온 제공]

SK온은 지난 17일 미국 전고체 배터리 기업 ‘솔리드파워’(Solid Power)와 기술 이전 협약을 체결했다. 2011년 설립된 솔리드파워는 대용량 셀 기술이 뛰어나고 생산성이 우수한 고체전해질 제조 기술을 보유했다. 업계 최고 수준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개발 중이다. SK온은 협약에 따라 솔리드파워가 보유한 전고체 배터리 셀 설계 및 파일럿 라인 공정 관련 기술 전부를 연구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 솔리드파워는 SK온에 황화물계 고체전해질을 공급하고 전고체배터리 개발을 도울 예정이다.

이를 통해 SK온은 2025년까지 대전 배터리 연구원에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파일럿 라인은 본격 양산에 앞선 시험생산 시설이다. SK온은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을 위해 자체 연구는 물론 다양한 파트너십을 통해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단국대학교 연구팀과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의 리튬이온전도도를 갖는 산화물계 신(新) 고체전해질 개발에 성공해 국내외 특허 출원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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