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지금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소비자들의 물가에 대한 기대심리로 보면 그렇다. 소비자들이 전망하는 향후 1년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1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여전히 3%대에 머물고 있다.

기대인플레율을 통해 나타나는 소비자들의 심리는 향후 현실 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된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다. 물가 하락기에 사람들이 물건 구매를 미루는 것과 달리 물가 상승이 예상될 땐 내구재 등을 앞당겨 구입하려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 근로자들은 임금 인상을 강하게 요구하고, 자영업자들은 물품 및 서비스 판매요금을 올리려 하기 마련이다. 이런 움직임 또한 물가 상승을 더욱 자극하는 결과를 낳는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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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달에 이어 또 다시 3.0%를 나타냈다. 3%대 조사 결과가 나타난 것으로 치면 12개월째에 해당한다. 매달 집계되는 한은 기대인플레율은 지난해 2월 4.0%에서 다음달 3.9%로 내려섰고, 이후 매우 느린 속도로 낮아지는 흐름을 이어왔다.

한은 기대인플레율은 소비자들이 향후 1년간 전개될 것으로 전망하는 물가 상승률(연율)을 의미하는 개념이다. 미시건대가 발표하는 미국의 기대인플레율이 5년과 1년 짜리 두 가지로 구성돼 있는 것과 달리 한은 기대인플레율은 1년 기대인플레율 한 가지로 정해져 있다.

한은 기대인플레율은 2022년 7월 4.7%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조금씩 하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하락 속도가 느리다 보니 1년 반이 경과한 지금도 2%대 진입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는 최근 나타나고 있는 실제 소비자물가지수(CPI) 흐름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초 5.0%에서 다음달 4.7%로 내려서는 등 꾸준한 하락 추이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작년 7월 2.4%로 내려갔던 물가 상승률은 다음 달 다시 3.4%로 올라서더니 그해 연말까지 3%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올해 1월의 전년 동기 대비 CPI 상승률은 2.8%로 다소 내려갔으나 소비자들은 체감도에서 별다른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비쳐진다. 기대인플레율 흐름이 그런 분석을 가능케 한다.

2월 기대인플레율이 전달과 동일한 수준을 보인 배경엔 과일 등 농산물 가격의 고공 행진이 자리하고 있었다. 특히 2월 인플레율 조사가 설 연휴를 낀 기간(5~14일)에 이뤄진 점이 물가 상승 정도에 대한 느낌을 강화시켜준 측면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소비자물가지수 둔화 흐름이 지속되고 있지만 설 이전에 농산물과 외식 등 체감물가가 높게 나타나다 보니 기대인플레이션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고 풀이했다.

향후 1년 동안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주요 품목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응답 비중은 공공요금(59.3%), 농축수산물(51.5%), 석유류제품(29.0%) 순이었다. 전달 조사 결과와 비교했을 때 석유류제품(+6.7%포인트)과 농축수산물(+5.6%포인트)의 응답 비중이 증가한 반면 공공요금(-6.0%포인트) 등의 비중은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년 동안의 물가상승률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나타내는 지표인 물가인식도 두 달째 동일한 수준(3.8%)을 유지했다. 물가인식은 지난해 12월 전달보다 0.2%포인트 떨어진 3.9%를 기록한 이후 3개월째 3%대에 머물러 있다.

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1.9로 전달보다 0.3포인트 상승했다. CCSI는 두 달째 100 이상을 기록했다.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를 구성하는 15개 지수 가운데 현재생활형편·생활형편전망·가계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향후경기전망 6개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지표다. 이 수치가 100보다 높으면 장기평균(2003∼2023년)과 비교해 소비심리가 낙관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CCSI는 지난해 9∼12월 100을 밑돌았으나 지난달(101.6)부터 두 달 연속 그 이상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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