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이사회 의장이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번 발언 내용은 지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의 간담회 때보다 진일보한 것이어서 시장은 반색하는 모습을 보였다.

파월 의장은 6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연방하원에 출석해 증언하면서 미국 경제와 인플레이션 및 노동시장 현황, 통화정책 운용 방향 등에 대해 차례로 설명해 나갔다.

연준이 공개한 증언 내용에 따르면 이날 파월 의장은 미국 내 인플레이션 상황과 관련, 연준의 관리목표 2%를 초과하고 있지만 상당히 완화되었고 실업률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노동시장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더 나은 수급상 균형이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플레가 기대만큼 낮아지지는 않았지만 제반 환경이 금리 인하를 시도하기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돼 가고 있음을 내비쳤다고 할 수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그는 통화정책에 관해 설명하면서 “우리는 이번 긴축 사이클 동안 우리의 정책금리(기준금리)가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가 기대대로 전반적으로 호전된다면”이란 전제를 깐 뒤 “올해 어느 시점에(at some point this year) 정책 억제를 누그러뜨리기 시작하는 게(to begin dialing back policy restraint) 적절할 것 같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통화정책을 거론하기에 앞서 미국경제에 대해서도 비교적 긍정적 평가를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미국내) 경제 활동이 지난 한 해 동안 강한 속도로 확장되었다”며 지난해에 미국 경제가 3.1% 성장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파월 의장의 이날 발언에 대해 미국 언론들과 시장 참여자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블룸버그는 시장 전문가의 발언을 빌려 “파월 의장이 조기 금리 인하를 약속하지는 않았지만 시장 참여자들에게는 인플레 경로에 대한 그의 긍정적 견해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도 전문가 멘트를 인용하며 “파월이 판을 뒤흔들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파월 의장의 발언을 두고 “올해 세 차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그대로 남겨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간 시장에서는 연준이 오는 6월에 통화정책 방향전환(피벗)에 돌입해 연말까지 0.25%포인트씩 세 차례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돼 있었다.

이 같은 시장의 기대는 지난해 12월 FOMC 회의 직후 공개된 연준의 점도표에 의해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런 기대는 올해 1월 말의 FOMC 회의 이후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다만 1월 회의 이후부터는 피벗 예상 시점이 3월에서 6월로 미뤄지는 흐름이 조금씩 나타났다.

파월 의장의 이날 증언은 시장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뉴욕증시는 장 초반부터 달아올라 다우존스30산업평균 지수가 0.20%, S&P500 지수가 0.51%, 나스닥 지수가 0.58% 상승했다.

국채금리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진 탓에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5bp 내린 4.1%를 기록했다. 달러화 가치도 한 달여 만에 가장 큰 폭(0.5%)의 하락률을 나타냈다.

연준의 긴축 완화 시사는 금값과 유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날 금 현물 가격은 0.9% 올라 온스당 2146.29달러를 기록했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 가격도 나란히 1%대의 상승률을 마크했다. 4월 인도분 WTI와 브렌트유의 배럴당 가격은 각각 79.13달러, 82.96달러로 상승했다.

하지만 다른 일각에서는 연준의 연내 기준금리 인하 횟수가 3회 미만일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연준 내 매파 위원으로 분류되는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이날도 미국의 경제지표가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음을 들어 연준의 연내 금리 인하 횟수가 한 차례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시장은 7일 미 연방상원에서 연이어 펼쳐질 파월 의장에 통화정책 관련 증언에 또 한 번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