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하림 기자] 2년여간 반목해온 CJ그룹과 쿠팡 사이에 훈풍이 부는 걸까. 쿠팡이 CJ그룹 손경식 회장을 쿠팡플레이 중계 야구경기에 초청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쿠팡 강한승 사장은 자사 OTT 쿠팡플레이가 중계하는 야구경기에 CJ그룹 손경식 회장을 초청했다. 손 회장은 쿠팡의 초청을 흔쾌히 수락했으며, CJ그룹 계열사 대표들과 함께 20일 고척스카이돔을 방문하기로 했다.

해당 경기는 미국 메이저리그베이스볼(MLB) 정규시즌  서울투어 개막전이다.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맞붙는다. 메이저리그 정식 경기가 국내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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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 관계자는 “쿠팡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정식 회원사가 되면서 손경식 회장과 쿠팡 강한승 사장이 자주 만나게 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손 회장과 강 사장이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야구경기 초청 이야기가 오갔다는 것이다. 손 회장은 경총 회장직을 맡고 있다.

CJ그룹의 어느 계열사 대표들이 함께할지도 관심사다. CJ그룹에 따르면 참석자 명단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다음 주 초에는 윤곽이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쿠팡과 직접적으로 마찰을 빚은 적이 있는 CJ제일제당·CJ올리브영·CJ대한통운에서 참석자가 나온다면 상당한 이목을 끌 것으로 보인다.

2010년대부터 사업을 확장한 쿠팡은 기존의 유통 강자 CJ그룹과 여러 차례 부딪혀왔다. 2022년 11월 쿠팡과 CJ제일제당은 납품가에 대해 이견을 빚으며 거래를 끊었다. 지난해 7월에는 쿠팡이 CJ올리브영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도 했다. 중소업체들이 쿠팡과 거래하는 것을 CJ올리브영이 방해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8월에는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와 CJ대한통운이 ‘택배 없는 날’ 참여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두 회사가 관계 개선 조짐을 보이게 된 배경으로는 최근 급성장한 중국발 온라인 쇼핑몰 알리익스프레스가 꼽힌다. CJ제일제당이 이달 7일부터 알리익스프레스 ‘K-베뉴’에 입점했기 때문이다.

알리익스프레스의 지난달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전년 동기보다 130% 상승한 818만명이다. 국내 온라인 쇼핑몰 중 쿠팡(3010만명)에 이은 2위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올해 안으로 국내에 18만㎡(5만4450평) 규모의 물류센터도 구축할 예정이다. 물류센터가 확보되면 현재 3~7일가량 소요되는 상품 배송 기간도 크게 단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빠른 배송을 기반으로 성장한 쿠팡으로서는 알리익스프레스의 확장세가 위기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납품가 갈등으로 4년 9개월간 거래를 끊었던 쿠팡과 LG생활건강이 지난 1월 화해한 것도 눈길을 끌었었다. 쿠팡이 먼저 손을 내민 배경에는 LG생활건강의 알리익스프레스 입점이 자리하고 있었다고 알려진다.

과도한 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복잡하게 얽힌 두 회사의 관계를 이벤트 하나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손 회장이 재계의 큰 어른이다 보니 예우 차원으로 초청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쿠팡 관계자 또한 “확인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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