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코스피가 잠시 2700선을 넘어서더니 하루 만에 다시 그 아래에 진지를 구축했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15일 미국에서 날아든 생산자물가지수(PPI) 소식에 하루 동안에만 51.92포인트(1.91%)를 반납한 것이 결정적 이유였다.

미국 노동부가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간) 발표한 바에 따르면 미국의 2월 PPI는 전월보다 0.6% 상승했다. 시장의 예상치(0.3%)를 비웃듯 급등한 PPI 상승률에 증시는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뉴욕증시 3대 지수는 PPI 발표를 계기로 15일까지 연이틀 하락했다. 그 바람에 이들 3대 지수의 주간 기록도 전주보다 후퇴하는 결과를 나타냈다.

2월 PPI 지수 발표가 큰 파장을 일으킨 데는 그럴 만한 이유들이 있었다. 우선은 지수 상승률 자체가 예상을 크게 뛰어넘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였다. 이에 시장은 이틀 전 발표된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예상치를 웃돌았다는 점을 새삼 상기하며 물가에 대한 불안감을 키웠다. 미국의 2월 CPI 상승률은 전월 대비 0.4%, 전년 동기 대비 3.2%를 나타냈다. 특히 중요한 사실은 근원CPI 상승률이 전월 대비와 전년 동월 대비 모두 시장의 예상보다 높은 수준(0.4%, 3.8%)을 기록했다는 점이었다.

미국의 한 상점 내부.  [사진 = EPA/연합뉴스]
미국의 한 상점 내부. [사진 = EPA/연합뉴스]

CPI와 PPI 두 지수를 종합 분석하자면, 현재의 고물가 흐름이 최소한 수개월은 더 지속될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코스피 시장에서 미국발 물가 충격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쪽은 외국인이었다. 외국인은 지난 15일 하루에만 1조365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전날만 해도 5000억원 가까이 순매수를 기록했던 외국인이 이날 매도물량을 쏟아내면서 자금 회수에 나섰던 것이다.

위험자산 기피 심리는 일단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3월 정례회의(19~20일)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회의 직후 드러날 연준의 스탠스에 따라 시장 분위기는 더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만약 연준이 이전보다 매파적 색채를 강화하려는 조짐을 드러낸다면 투자심리는 크게 억눌릴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맥락에서 투자자들은 FOMC 회의 직후 공개될 점도표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관전 포인트는 올해 말 기준금리 중간값 전망치가 3개월 만에 바뀌었는지 여부다.

3개월 전 공개된 연준 점도표는 올해 말 미국의 기준금리 중간값이 4.50~4.75% 사이에 자리할 것임을 전망하고 있었다. 현재 금리 수준(5.25~5.50%)을 고려할 때 연내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세 차례 인하할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일부 전문가는 새로운 점도표에서는 기준금리 중간값이 3개월 전보다 0.25%포인트 올라가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 전망이 맞아떨어진다면 연준의 연내 기준금리 인하 횟수는 당초 기대했던 3회에서 2회로 줄어들게 된다.

그럴 경우 자연스레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 시점도 기존의 6월에서 그 뒤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진다. JP모건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달 점도표에서 기준금리 연내 인하 횟수가 2회로 줄어들 가능성이 50% 이상이라고 분석했다.

기준금리 인하 개시 시점의 연기를 점치는 분위기는 국채 금리 흐름에서도 감지됐다. 지난 한 주 동안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는 23bp 상승했다. 국채 금리 상승은 연준의 고금리 기조가 한동안 더 지속될 것이란 인식을 반영한 결과다.

기류 변화에 대한 우려는 일본은행(BOJ)이 오는 19일 열리는 통화정책 회의에서 17년 만에 단기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에 의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일본의 경제 전문지 니혼게이자이는 BOJ가 이번 통화정책 회의에서 현행 -0.1%인 단기금리를 0~0.1%로 인상하려 한다고 최근 보도했다. BOJ가 보도 내용대로 금리 인상을 단행한다면 이는 글로벌 통화정책 기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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