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하림 기자] bhc, 메가커피, 샐러디. 이달 들어 공정거래위원회 직권조사를 받은 곳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사모펀드(PEF)가 운영하는 외식업체라는 것이다.

최근 공정위는 사모펀드 소유 외식업체들이 가맹점주들에게 ‘갑질’을 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버거킹과 투썸플레이스도 공정위 조사를 받게 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제공]
[사진 = 연합뉴스 제공]

15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정위는 bhc·메가커피·샐러디 본사에 조사관을 보내 가맹사업 운영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공정위는 이들이 가맹점주 동의 없이 판촉행사 비용을 전가했는지, 필수품목을 과도하게 지정했는지 등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모펀드는 기업 가치를 높이고 되팔아 이윤을 얻는다. 그래서 사모펀드는 기업을 사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경영 효율화에 매진한다. 문제는 ‘경영 효율화’와 ‘가맹점주와의 상생’이 배치될 때가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육성권 공정위 사무처장은 외식업체 12곳의 가맹점 사업자 협의회 대표들과 간담회에서 “사모펀드 소유 가맹본부를 중심으로 단기에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가맹점주에게 각종 비용을 전가하는 행위에 대한 우려를 알고 있다”며 “내년 중 이에 대한 직권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예고한 대로 공정위가 사모펀드를 향해 칼날을 겨눈 가운데, 다음 타깃은 버거킹이 아니냐는 예측이 나온다. 버거킹은 2016년부터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운영하고 있다.

버거킹이 가맹점주를 착취해 이익을 불리고 있다는 비판은 이전부터 제기돼 왔다. 대표적으로, 미국 버거킹 수수료는 로열티와 광고비를 합쳐 8.5%인 것에 비해 한국 버거킹 수수료는 17.8%에 이른다. 로열티·광고비·물류 배송비 등 다양한 명목으로 수수료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포스기 유지보수비나 동영상 교육비 같은 부분에도 수수료를 강제하고 있다.

필수 및 권장품목을 과도하게 지정해 가맹점주들이 비싼 값에 사게 만드는 일도 있다. 버거킹 가맹점주 A씨에 따르면 본사는 가맹점주들이 식기세척기에 쓸 세제까지 지정하고 이를 사용하지 않을 시 벌점을 매겼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올렸던 식용유 공급가를 국제 시세 안정 이후에도 내리지 않고 있다.

광고비도 문제다. 가맹사업법에 따르면 본사가 판촉행사를 하기 위해서는 일정비율 이상 점주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광고 50%, 판촉 70%). 버거킹은 1년에 한 번 일괄적으로 사전 동의를 받는다. 이 때문에 가맹점주들은 누가 광고모델이 되는지, TV 광고가 들어가는지 등을 알 수 없다. 전체 매출의 4.5%를 광고비로 내면서도 그것이 투명하게 집행되고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버거킹을 운영하는 비케이알(BKR)의 이동형 대표는 이러한 이유들로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불려가기도 했다.

가맹점주 A씨는 나이스경제와 통화에서 “본사에 내는 수수료, 인건비, 임대료를 빼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 개점에 6억원을 투자했는데 1년 반 만에 문을 닫은 점주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3달에 한 번 열리는 본사 간담회 때 고충을 토로해도, 최종 결정권은 사모펀드가 쥐고 있으니 개선에 대한 확답을 받을 수가 없다”며 “동종업계와 동일한 수준으로라도 처우를 맞춰줘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사진 = 투썸플레이스 제공]
[사진 = 투썸플레이스 제공]

투썸플레이스도 공정위에게 조사받을 가능성이 있다. CJ푸드빌이 만든 투썸플레이스는 사모펀드 엥커에쿼티파트너스를 거쳐 2021년부터 칼라일그룹이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9월 투썸플레이스가맹점대표자협의회는 본사를 공정위에 신고했다. 협의회는 본사의 ▲과도한 물류비 ▲모바일쿠폰 차액 전가 ▲무분별한 강제품목 선정 ▲텀블러 할인 비용 전가 ▲물품구매 카드 결제 불가 ▲근접 출점으로 인한 피해 ▲본사의 판매가격 결정권 통제 등을 지적했다.

국정감사에 불리기 직전까지 간 투썸플레이스는 같은해 10월 상생 협약서를 체결해 가맹점주들의 요구를 반영했다. 본사와 가맹점 간 회의를 정례화하고, 정부 정책으로 발생한 텀블러 할인비용은 본사가 부담하며, 광고·판촉행사를 진행할 때는 투표를 진행하는 등의 내용이었다.

다만 모바일쿠폰 수수료 조정과 같은 핵심 사안이 빠져 ‘반쪽짜리 협약서’라는 비판도 나왔다. 투썸플레이스의 카카오톡 기프티콘 수수료는 9%인데, 가맹점주들은 기프티콘 수수료의 절반(4.5%)에 로열티 3%를 더한 7.5%를 본사에 지급해야 한다. 투썸플레이스 가맹점주들에 따르면 기프티콘을 통한 매출은 가게 매출의 20~50%를 차지한다.

투썸플레이스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 가능성에 대해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상생 협약서는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사모펀드가 소유한 국내 외식업체는 ▲bhc(MBK파트너스) ▲메가커피(우윤파트너스·프리미어파트너스) ▲샐러디(하일랜드PE) ▲설빙(UCK파트너스) ▲맘스터치(케이엘앤파트너스) 등 업계추산 22곳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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